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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이런 글이 올라옵니다

"책을 읽어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아무리 읽어도 기억에 남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사실 독서인 대부분이 살아가다 종종 이러한 공허함에 빠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찌 보면 필연적인 것 같기도 하고?

즉, 
'언젠가 잊을 내용들을 읽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은가.'

이에 위로가 될 지 모르겠으나, 한 단편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마치 여러분이 김영하 작가의 "읽을 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산 책 중에 읽는 것이다"라는 짤을 보고 죄책감을 덜었듯이, 일말의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장편소설 '향수'의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라는 단편집이 있습니다. 여기서 마지막 수록작인 '문학적 건망증'을 소개하려 합니다. 내용은 정말 간단합니다.

오랜 시간 수많은 저서를 탐독한 주인공은 어느 날 커다란 불안을 맞습니다. 문득 자신이 살면서 읽어온 책들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던 것입니다. 자신은 너무나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던 바람에 오히려 그 내용을 잊어버렸습니다. 서재에 꽂힌 책을 펼치면 새 책 같습니다. 이처럼 커다란 공허감, 더 나아가 공포까지 느끼며 작품은 끝맺습니다. 심지어 독자들에게 해결 방안 하나 제시해주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이것은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여러분들이 책으로서 당장 달성해야 할 목적을 충족시키는 바람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것이 재미일 수도 있고, 교양 습득일 수도 있고, 활자중독 페티쉬의 욕구 충족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목적을 달성해버렸기에 자신의 앞선 독서 활동을 돌이켜 보고, 그 회상 도중, 인간의 자연스러운 현상인 '망각'을 인지했기에 겪는 보편적인 경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보편적인 경험이기에 그것이 의미있는가 무의미한가를 따지는 그 자체가 사실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가장 중요하겠죠.

다만, 내가 정보와 지식을 얻고 싶었는데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그건 독서 방법을 바꿔야겠죠. 필기를 한다던지…다만 그게 아니라면, 거대한 공허감을 느낄지언정 조바심을 내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감정은 최대한 빨리 털어내시고, 잠시 쉬다 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면 또 읽고 싶은 때가 옵니다. 보편적인 현상인 만큼 어렵지 않게 치유도 가능합니다. 

가령 에반게리온 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작품 완성 후 후유증으로 너무 힘들어하자 미야자키 하야오가 "나도 그렇다! 그럴 때는 다시 생각날 때까지 쉬다 오면 된다!"라고 했다죠.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마시고 푹 쉬고 다른 곳에 시선을 돌렸다가, 생각나실 때 돌아오시면 됩니다. 돌아오시면 책은 책상 위에 책으로서 그 자리에 가만히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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