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를 들 테니 비슷한 걸 주워섬겨봐요. 파행·공전의 연상어는 국회 아니에요? 그런 식으로 하는 거예요. 그렇담 공권력은?"
"원천봉쇈가."
"잘했어요."
"야. 선생 앞에서 시험 치는 학생 같애."
"김선배가 문제를 내면 되잖아요."
"좋아. 불고지죄는?"
"반인륜적."
"틀렸어. 보안법이 정답이야. 다음. 괴한은?"
"테러."
"오케이. 백담사는?"
"너무 쉽다. 전두환."
"걸개그림은? 이건 어려울 거다."
"그러게. 뭘까? 통과."
"평축(平祝)이라구."
"이번엔 내가 물을게. 지리산은?"
"남부군. 또는 빨치산."
그 다음부터 우리의 문답은 누가 먼저 묻고 대답하는 차례와 관계없이 뒤죽박죽 이어졌다. 그리고 대강은 척척 들어맞았다.
"살인적 폭등?"
"전세값."
"폭행?"
"강간의 수식어."
"오토바이?"
"들치기."
"공갈?"
"사이비 기자."
"안가(安家)?"
"비밀."
"자몽?"
"농약."
"보합세?"
"증시."
"안방?"
"연속극."
"부재지주?"
"서울사람."
"믿어주세요?"
"노태우 대통령."
"가든?"
"불고기."
"사계절?"
"보신탕."
"대독?"
"국무총리."
"선처?"
"국회 답변."
"이합집산?"
"야당."
"오리발 내밀다?"
"면피작전."
"들락날락?"
"내각제."
"문전처리 미숙?"
"한국 축구."
"……"
"……"
"그만 해요."
"그러자."
두 사람은 허망하게 지친 입을 축일 겸 마지막 잔을 동시에 꼴깍 비웠다.
본질은 관념에도 있지만 현실에도 있다는 거, 그리고 문학은 기본적으로 말놀이라는 거
이 두 가지에 극도로 충실해지면 세태소설에서도 실험적 표현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위의 장면이 보여줌
위의 대목은 최일남의 「히틀러나 진달래」에 있음
정말 쉽지않습니다
주어가 뭔지 모르겠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