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민음 쏜살문고에서 번역하는 데에 있어 참고한 저본 1890판본과, 이 판본이 최근 번역되기 이전에 국내에 소개된 여러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번역 판본들이 뚜렷하게 갖는 차이점에 대해 책 뒷 부분의 옮긴이의 말에서 역자분이 정확하게 드러내 주시고ㅡ그를 통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감상하는 데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1) 1890판(무수정판)을 꼭 봐야 하는 이유라던가 2) 내지는 무수정판과 수정판을 둘 다 비교하며 봐야 하는 이유와 의의 같은 것을 좀 뚜렷하게 체감할 수 있었고ㅡ그와 견주어서 작품의 도입부에는 정중원 초상화가 분께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대한 추천의 말을 간략하게 적어 주신 페이지가 있는데, 화가 분께서 말씀하시는 내용 1) 초상화가의 입장에서 본 작품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내의 주요 키워드인 ‘초상화’라는 것의 여러가지 의미와 2) 오스카 와일드가 사랑했던 사람, 즉 다르게 말해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의 도리언 그레이의 모델이 된다고 사료되는 사람에 대한 다층적 해설을 덧붙여 주시는 내용,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춰 주의 깊게 꼼꼼히 읽었는데, 다른 여러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판본에서 보지 못했던 오랫동안 숨겨져 있었던 듯한 이야기를 자세히 알게 된 느낌이라 오스카 와일드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진 계기가 되었으니, 이 판본이 번역되고 나서 충분히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독갤에 이 판본에 대한 얘기가 거의 없었지만, 나는 소리 높여 자신있게 이 판본을 추천한다.

 그리고 또 다른 얘기를 해보자면, 나는 이 작품을 열린책들 판본으로 초독을 했는데, 열린책들 판본을 선택했던 이유는 작품 내 주요 등장인물 셋에 관해서 와일드가 절실히 느꼈던 바를 출판사에서 책 맨 뒤에 표시해서 의도적으로 친절하게 드러내 주고 있기에 나는 이것이 의외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핵심적인 부분이고, 그것이 또한 작품과 작가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당시에 판단했었는데, 그것은 민음 쏜살문고로도 출간된 바 있던 에세이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에 수록돼 있는 글이기도 해서, 열린책들이 참 이런 면에서 정말 세심하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간략하게 내 주관적인 생각을 종합하자면,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판본에 대한 추천은 살짝 뭉뚱그려 표현해서, 1) 글의 수정이 가해진 판본은 열린책들 판본, 2) 수정이 가해지지 않은 무수정 판본은 민음 쏜살문고 판본을 추천하고, 결국 둘 다 읽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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