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삶에게 극히 사소한 것만을 간청했다. 그런데 그 극히 사소한 소망들도 삶은 들어주지 않았다. 한 줄기의 햇살, 전원에서의 한순간, 아주 약간의 평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빵, 존재의 인식이 나에게 지나치게 짐이 되지 않기를, 타인들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를, 그리고 타인들도 나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를. 그런데 이 정도의 소망도 충족되지 못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마음이 악해서가 아니라 단지 외투의 단추를 풀고 지갑을 꺼내기 귀찮아서 거지에게 적선을 베풀지 않은 것처럼, 삶은 나를 그렇게 대했다. - <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 - 


불안의 서 지하철에서 30분씩 읽는데 재밌네요잉


귀스타브 쿠로베 그림같은 사실주의 느낌도 나고


 프랑시스잠 시도 생각나고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나무 항아리에 우유를 담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

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

숲의 자작나무들을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

어두운 벽난로와, 옴 오른 늙은 고양이와,

잠든 티티새와, 즐겁게 노는 어린아이들 옆에서

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

한밤중 귀뚜라미들이 날카롭게 울 때

처지는 소리를 내며 베틀을 짜는 일,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

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의 씨앗을 뿌리는 일,

그리고 따뜻한 달걀들을 거두어들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