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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에 휩싸여 선명하게 나타난 비전을 뚝딱 하고 만들어내는 천재 신화는
백인 남성층이 만들어낸 오래되고 편협한 신화적 서사일 뿐이다
광기에 빠져서 뚝딱 하는 게 창의성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명확한 비전을 미리 알고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면서 알게 되고
그리하여 우리 자신도 몰랐던, 새롭고 놀라운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더 많은 개인이 창의적이기 위해서는 천재라는 신화에서 벗어나야한다
라고 지랄부터 밖고 시작하는 책 치고는
다분히 모순적인 내용으로 가득 찬 친절하지만 병신 같은 책...
본인이 주장하는 "만들면서 알게 된다"의 케이스가 그 천재 신화 속에도 너무 많다는 건
천재성, 창의성을 다룬 다른 여러 서적에서 이미 밝힌 내용이고
자기가 근거로 드는 사례에서조차, 몰입 상태에서 뚝딱 만드는 케이스를 지속적으로 언급하는데
천재에 대한 편견을 깨야 한다면서 본인이 편견에 가득 찬 상태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엮은 티가 너무 남
구체적인 인터뷰 과정이 나오지는 않지만, 드문드문 나오는 질답을 보면 거의 유도 심문 수준이고,
서로 상충되는 사례들도 너무 많은데다, 본인 주장과 모순되는 지점을 억지로 해소하는 부분도 많음
그래서 분명 다양한 분야의 유명 창작자들 50명의 인터뷰 내용 자체는 굉장히 흥미롭지만,
그 사례들을 피상적이고 낭만적으로 자기 주장에 끼워 맞추는 탓에 저자가 의견 피력만 하면 몰입도가 짜게 식음
게다가 본인이 지적하는 천재 신화가 대부분 엄격하고 고전적인 과거 예술 사례에서 따온 건데
정작 본인이 근거로 드는 사례들은 다 전위적이고 즉흥적인 현대 창작물들이라
애초에 둘의 지향점이 달라서 본인의 논리를 더더욱 모순적으로 만듬
아에 천재성 깎아내리기는 통째로 빼버리고
오히려 천재 신화를 개개인의 사례로 분석하면 본인 주장에 걸맞는 훨씬 더 나은 책이었을텐데
냅다 지랄로 시작해서 끼워 맞추기용 사례 나열만 쭉 하고 있어서 좀 아쉬움
어찌됬든 간에 사례 귀납형 자계서의 본분을 다하고는 있으니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사례를 잔뜩 제시해 이미 클리셰화 되버린 통념을 희석시켜준다는 점에서 나쁘기만 한 책은 아님
즉흥성이라는 개념이 "만들면서 알게 된다"는 개념의 핵과 맞닿아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후반부,
실용적 개인과 창조적 개인이라는 두가지 상충되는 특성을 고루 발달시키기 위한 교육 철학을 간략하게 논의하는 마지막 장
두 부분은 GOAT까진 아니어도 충분히 좋았음
다만 책 전반이 너무 피상적이고 모순적이라
틀딱이 스윗질 하는 것 이상으로 보이질 않는다는 게 최대 단점..
극단적으로 말해서
맨 앞장에 나온 애플 스토어 사례와 맨 뒷장에 나온 뇌과학, 교육 철학 파트만 좋은 글과 주장으로써의 가치가 있고,
그 중간은 싹 다 날려도 무방할 정도
사서 읽지는 말고 빌려서 후딱 읽고 버리셈
기억에 남는 사례는 역시 애플 스토어지만
닉 하퍼마스라는 디자이너가 샌디에이고 공항 렌터카 센터 외벽에 전자 잉크로 디자인한 케이스는 좀 신박했고
혼잡도 높아서 사고 많이 나는 도로 구간에 표지판 안내선을 싹다 치워버리니까
오히려 서로 알아서 조심하는 덕분에 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었다는 사례도 신기했음
나도 일거봐야지. 고마워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