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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Prozeß / Franz Kafka / 1925.
"누군가 요제프 K.를 모함했음이 틀림없다. 그는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날 아침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이유도 모른 채 재판을 받게 되어 갖은 노력을 하고 분투했음에도 비참하게 처형당하는 요제프 K를 통해 자기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투쟁과 인간의 몰이해에 대해 기술한 카프카의 대표작.
요제프 K.는 서른 살 생일날 아침 불연듯 체포되며,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고통 속에서 발버둥치지만 결국 원인도 알 수 없는 형벌을 받게 된다. 이는 아무 것도 모르는 채 태어난 인간이 계속되는 고통 속에 살아가는 것과 평행한 면으로, 우리는 왜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도, 어디로부터 고통이 오는지도 모른 채 괴로워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작품 전체에 걸쳐 K.는 구원을 얻기 위해 많은 방법을 구색한다. 그는 뷔르스트너라는 여자로부터 구원을 찾으려 하기도 하고, 변호사, 성직자라는 직업으로부터 구원을 찾으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시도들은 하나같이 전부 실패하며, 상황을 전혀 개선시키지 못한 채 K.의 파멸과 함께 소멸한다. 이는 삶 속에서 구원을 찾으려 하지만 결국 궁극적 해답을 찾지 못한채 실패하는 인간 생애의 절망적 한계에 대한 묘사이기도 하다.
k.의 죄는 과연 무엇이였을까? 이는 작품을 해석하는 중대 축의 하나인 「대성당」장에 등장하는 사제의 '문지기 전설'논쟁으로 기실 "타당한 진리란 존재하긴 하는가?" 라는 표현할 수 없으며 이해할 수 없는 아포리아로 나타난다.
최후의 순간까지 규정 불가능하고 해석할 수 없으며 손에 잡을 수 없는 세계의 법을 K.는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이 곧 요제프 K의 죄가 아닐까? 끊임없는 부조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구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방황한 인간의 고독한 사투가 죽음으로 귀결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지 않았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사실 소설의 각 장들은 자기 변명의 구조만이 K.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이야기들의 열거라 할 수 있다.
법이란 법일 뿐 그 존재의 의미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도덕과 규범 또한 그러하다.
아무런 구원도, 아무런 메시지도 전하지 않는 이야기와 법의 결합체로 표현 할 수 없는 인류사 기술(記述)의 실패에 대한 성공적 표현으로서. 아마 이 작품이 당혹스러운 이유는 일상적 삶을 에워싼 익숙한 규율과 정의의 시각을 알레고리적으로 조명되는 장면에 균열이 발생하여 예상과 다른 상황의 전개가 주는 전복성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의식전략과 연극전략을 고의적으로 충돌시켜 서사를 소멸시키는 유희와 즉흥성은 미적 고양과 지적 사유를 상승시켜 미묘한 감응에 젖어들게 한다.
카프카는 무엇에 대한 이해나 해명이 아니라 존재의 참모습을 가장 자세하게, 그리고 무자비하게 드러내 보인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비인간적인 관계와 자본주의 사회체제에 얽매인 벌레 같은 상태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가난하고 무지한 사람이 사법체제에 농락당하는 것을 자주 보았을 것이다. 프라하 시내 어디에서나 눈을 들면 보이는 거대한 검은 성이 그의 의식을 내리눌렀을 것이다. 그의 가공할 상상력은 그것을 보편적이고 영원한 인간 조건으로 확대시켰다.
카프카의 거대한 메타포 속에는 카뮈의 진수가 녹아있다. 세계의 두꺼움을 벗겨내고 모든 것을 낯설게 보는것. 그리하여 부조리와 해방에 다다르는 이러한 과정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우리는 도달을 포기하고 어떠한 수준에서 안주하고 만족한다. 행복 그 자체를 목표로 삼거나, 신을 믿거나, 자살을 택하는 방법으로.
이 막막함 한가운데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희망으로 다가가려는 시도는 더욱 멀어지는 우회이며 모든 방향으로 내딛는 발걸음은 제자리에서의 끝없는 유랑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괴로움, 절망, 덧없이 사라질 것의 아름다움, 존재는 허무하며 공허한 무(無)는 결백하다는 것을.
“죽음의 도제 수업, 그것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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