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d9e8702c7f76dff239d8293329c70195dc476d3156500d95196559f7d363ed29f53c144ff3335f698c13f20a046aa40208e8117e1


<카니발> 문고판 1권 권말해설

80엔에 팔길래 샀음




류스이 대설


니시오이신


만약 당신이 100~200권의 책을 읽어온 이력의 독자라면, "이런 책을 읽고 싶었다"고 할 법한 만남이 지금까지 분명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책을 쓰고 싶었다"고 생각케 하는 만남은 한우충동(汗牛充棟)이라도 쉽지 않습니다. 제게 세이료인 류스이의 데뷔작인 <코즈믹 - 세기말 탐정 신화>는 바로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1996년 9월, 효고현 남부 지진으로부터 두 번째 여름이 끝날 무렵, 11살도 13살도 17살도 아닌, 15살의 고등학생이던 저는 물론 그렇게 진지하게 책을 읽지도 않았기 때문에, 생각할수록 그 만남은 운이 좋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적어도 제게 있어서, <코즈믹>과의 만남은 결정적이었습니다.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꿔버리다니, 정말로 소설 그 자체입니다.


일단 해설 같은 걸 써두면, 본 작품 <카니발 - 일륜의 꽃>은, 발표하는 작품 전부가 화제작이고 문제작인 희대의 작가 세이료인 류스이에 있어서도 특히 하나의 도달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설"의 서막에 위치한 첫 번째 책입니다. 성격상 여기서 제가 아는 척 하면서 본서의 내용, 본서의 매력에 대해 떠들기는 어렵고, 설령 하고 싶더라도 할 수는 없습니다. 복습 혹은 예습의 의미를 담아 <카니발>에 이르기까지 류스이 대설의 궤적을 조금 따라가보도록 하죠.


생각해 보면... 아니, 지금 시점에선 생각할 필요도 없이, 6년 전의 그 시대, 미스터리계에 있어서의 '신본격' 붐이 슬슬 10주년을 맞이하던 한복판에서, <코즈믹>과 같은 작품이 태어난 것은, 어떻게 보면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신본격'이란 시스템은 르네상스적 성격, 즉 형식미나 양식미를 중시하는 고전 미술적 성격이야말로 그 본질이며, 장르가 오래될수록 자가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스터리계의 '시대'가 어떤 식으로 뒤틀려 있었더라도 <코즈믹>과 같은 작품의 등장은 불가피했겠죠.


그러나 태어나야 했기에 태어난, <코즈믹>과 같은 작품이 실제로, <코즈믹 - 세기말 탐정신화>였다는 사실에는 엄청난 기적이라고도 할 만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제 2회 메피스토상 수상자로 교고쿠 나츠히코, 모리 히로시에 이은 제 3의 남자로 세이료인 류스이가 나타난 것은 제 인생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결정적 '현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5살이었던 저의 <코즈믹>에 대한 감상을 언어화한다면 (이건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코즈믹>에 대한 평가이므로), <코즈믹>이란 '신본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벡터 중 하나인 '밀실'을 끝장내버린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끝내버렸다, 즉 종국. 맨 처음 '밀실'을 써낸 사람이 누구였냐는 것에는 여러 설이 분분하지만, 그로부터 발전해 온 밀실의 종착점을 틀림없이 <코즈믹>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중에 누가 어떤 밀실을 쓴다고 해도 그것은 기점에서 종점까지의 영역 내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미스터리계에만 한정해도 충격적인 작품이었던 기서 <코즈믹>. 세이료인 류스이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면서도 동시에 옛날 정통 미스터리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는다는, 그야말로 훼예포폄(毀誉褒貶)의 폭풍 속에 몸을 두게 되었다는 것은 이미 하나의 전설이지만, 그러나 그런 폭풍마저도 흘려 보내며 '코즈믹 쇼크'도 채 식지 않던 4개월만에 발표된 <조커 - 구약탐정신화>에서 세이료인 류스이는 '추리소설', '미스터리'라는 시스템 그 자체마저 '끝장내'버렸습니다.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아연질색할 겨를도 없이.


지금이야말로 미스터리계는 백가쟁명(百家爭鳴). 모든게 존재하는 장르 믹스 상태가 일반적이지만, 그 원인이 이 두 작품, 세이료인 류스이로부터 세계를 향한 도전장인 <코즈믹・조커>인 것엔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수천의 찬반양론이 있겠지만, 만약 그 때 '신본격'이 자가중독을 맞기 직전에 나타난 작품이 <코즈믹>이 아니였을 경우를 상상하면, 저는 다시금 세이료인 류스이의 위대함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끝장내 버린 게 세이료인 류스이가 정말 다행이다, 하고.


그러나 이건 저 자신도 멋대로 착각하고 있던 것입니다만, 세이료인 류스이의 목적은 끝내는 것도 파괴하는 것도 아니었고, 하물며 세상을 바로잡는 것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코즈믹・조커>에 이은 세 번째 작품으로 제출된 <19박스 신 미스테리 창세기>에서는 '소설'이라는 형식마저도 '끝장내' 버렸을 때는 저마저도 끝 모를 불안감을 느꼈는데, 결국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세이료인 류스이에 있어서는 복선, 축제의 사전 준비에 지나지 않았고, 적도 아군도 당황하고 있는 사이 예정대로의 절차를 세이료인 류스이는 차근차근 진행하여...


*역주 : <19박스 신 미스테리 창세기>는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장편으로, 읽는 순서를 다르게 해서 총 26가지의 서로 다른 진실이 밝혀진다는 컨셉의 추리소설.


이윽고 만반의 준비로 발표된 것이 <카니발 이브 - 인류 최대의 사건>, <카니발 - 인류 최후의 사건>, <카니발 데이 - 신인류의 기념일>로 본서에서 시작되는 일대의 사육제, 원고지로 4000장이 훌쩍 넘는 '류스이 대설'이었습니다.


레토릭을 구사한다면, <카니발>에서 세이료인 류스이는 지금까지 우리 독자들에게 보여줬던 세이료인 류스이의 모습을 '끝장내' 버린 겁니다.


트릭처럼?


아니, 기술처럼.


그리고 거기서부터 진정한 세이료인 류스이가 시작된 것입니다.


시작하게 하는 것이야 말로 세이료인 류스이의 본질이었던 것입니다.


...같은 헛소리는 여기까지.


여기서부터는 당신 스스로가 증인이 됩니다.


류스이 대설의 증인.


불안과 함께 춤을 춰라.


꾀와 술책으로 유희하라.


아득한 방황을 노래하라.


만우절의 진실을 향해 쏴라.


<카니발 - 일륜의 꽃>부터 <카니발 - 오륜의 서>에 이르는 독서 체험을 마친 후, <카니발>과의 만남을 마친 후에 당신이 어떤 감상을 가질 것인가는 제가 아는 범주가 아니지만, 당신이 어떤 감상을 가지더라도 이것만은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생각해온 세이료인 류스이에 대한 인식이 물렀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라고.


자, 그럼 마지막으로 참고하든 참고하지 않든 상관 없지만, 모양 빠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마디 개인적인 의견을 첨언합니다. 항상 최전선을 달리는, 결코 성장/진화를 멈추지 않는 세이료인 류스이를, 제가 타인에게 추천하는 대사는 항상 똑같습니다.


"이 책, 정말 엄청나."


반감은 분석하고, 공감은 이해한다고 했나요?


오락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는 재미있는 책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