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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받고 쓰는 서평)


우선 한 가지 슬픈 사실; 원래 이 책을 나눔 받은 목적은 연초에 잡혀있던 도쿄 여행에서 이용해보고 실용 도서 혹은 정보 제공 도서로서 어떤지까지 감상문으로 쓰고 싶어서였는데….

지진나서 그대로 여행이 취소됐고 결국 독서로 밖에 풀지 못했다, 뭐 그런 상황. 그래도 읽는 동안 가볍게 후루룩 넘기기도 좋았고 생각했던 것보다 여행가고 싶은 생각이 들게하는 꽤 알찬 내용이었음.



우선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게 여행 시 박물관을 들를 욕구를 만들어준다는 것. 사실 “여행까지 가서 박물관 같은 고리타분한 곳을 가야됨?” 같은 소리가 충분히 나올 수가 있는데, 그도 그럴게 여행이란게 어느정도 자유롭게 즐기러 가는 곳이고, 내가 특별히 관심 있어서 방문할 정도의 주제가 아니면 딱히 가지 않는게 박물관이잖아?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관련 장소라던지 그런 거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굳이 가야하나? 싶지? 그런데 적어도 책에서 소개되는 박물관들은 그런 뻔한 장소들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내 관심분야랑 다르더라도 가야할 이유를 보여주는 장소들이란 말이지.

마치 우리가 일본 갔으니 그냥 유니버셜 스튜디오, 디즈니 랜드 그냥 하루 머리 비우고 놀러 가는 것처럼 여기 소개된 박물관들은 그렇게 가도 충분히 즐기고 올만한 장소들이라는 것.



선택할 수 있는 주제도 다양하다는 점에서 선택지가 넓다는 것(이 중에 니 취향이 하나는 있겠지~ 같은), 체험거리도 풍부하여 별 생각없이 방문해도 괜찮아보인다는 것, 무엇보다 박물관 건물 하나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공원처럼 구성된 공간 속에서 여러 테마로 꾸며진 장소들을 거닐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게 박물관을 여행지로도 가능케한다고 생각함.

특히나 메이지 시대나 다이쇼 로망을 노리고 만들어진 곳이 많아서 그런지 진짜 20세기 초반처럼꾸며놓아 단순히 사물을 전시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그 시절로 빨려들어가 구경을 할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럼.

솔직히 항상 박물관들 보면 말로만 그 시절처럼 해놨다지 걍 똑같은 텅텅빈 층에 조그만 공간으로 적당히 당시 생활상 꾸며두고 밀랍인형 좀 두고 끝이잖아?

적어도 여기서 소개된 박물관들은 그렇지 않다. 방 전체를 열차역처럼 해놨다던지, 건물 밖에까지 실제 살아있는 공원을 조성했다던지, 예술가들이 살던 동네를 통째로 박문관에 편입시켰다던지 스케일부터 크게 잡아둔게 많아 비교가 안된다고 봄.




또, 각 박물관마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꾸며졌다는 점도 매력적임. 주제가 좀 비슷하거나 겹친다면 한 곳만 고를 법도 한데, 박물관마다 건물 구조, 전시 순서, 공간의 특성이나 구성 등이 서로 다 다르고 독창적이라 한 군데 씩만 가기엔 아까워보임….

같은 과학 박물관이지만 어디서는 체험 활동 위주로 꾸며 신나게 놀다 올 수 있는 분위기라면 다른 곳은 관람 시작부터 끝까지 한 편의 영화를 보듯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짜여져 있어 건물을 나서다 보면 좋은 경험을 하고 나왔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는 등

읽을수록 일본이라는 나라가 19세기말부터 다져놓은 내실이 엿보이는 것 같은 느낌? 그 시절 쌓인게 있으니 여유롭게 박물관도 이렇게 꾸미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많이 들더라. 직접 가서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취소된 여행이 아쉬울 따름




물론 책의 단점도 있음. 일단 일본책처럼 읽는 순서를 해둔 것이 한국인 입장에선 좀 불편하다. 거기다 단순 줄글도 아니고 만화로 자유분방하게 구성이 되어 읽는 순서가 헷갈릴 때도 많고. 또, 주석 표시가 좀 작아 주석 달린지도 모르고 슥 지나갈 때도 있다던지 읽는 동안 그렇게 편하게 들어오는 책은 아니었던 것 같음. 특히나 책의 목적이 정보 전달 및 홍보와 유도라는 걸 생각하면 이 부분에서 좀 개선해보는 것이 좋았지 않았을까 싶은…?





평소는 거의 문학이나 인문 비문학만 읽는데 전혀 살면서 읽을 것 같지도 않은 주제의 독서를 하게 되어서 신선했음. 재미난 경험을 공짜로 가능하게 해준 도서출판 더숲에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