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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 밀러가 자신이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던
캐럴 계숙 윤의 자연에 이름붙이기 국역본 나왔다.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동식물 분류학의 역사를 짚어가는 이 책은
분류학이 주관적 감각, 인지, 판단으로부터 과학이 되기위해 객관적인 방법으로 변화해가는동안 그리고 생명계에 대한 인식과 판단을 과학 커뮤니티에 일임하는동안 우리에게도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한다. 그게 뭔지는 책을 보면 된다. 스포일러 할 순 없으니 적진 않겠다.

근대 분류학의 창시자 카롤루스 린나이우스에서 출발해서 이후에 분류학계에 등장하는 이단아들인 수리분류학자들, 진화분류학자들 그리고 끝판대장 분기학자들까지 상당히 따분할 수도 있는 이야긴데 (참고로 자기들끼리는 계속 치고박고 싸운다고 한다...) 재밌게 잘 풀어낸다. 보통 사람들이 전혀 관심 안가지고 지루하게 느낄 주제를 가지고 쉽고 재밌게 글을 썼다는건 저자가 분류학을 잘 이해하는데다가 글쓰기 능력도 탁월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뭐랄까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영어 작법서에 대해 쓴 리뷰를 연상시킨다. 어렵고 따분한 주제를 가지고 쉽고 재밌게 글을 써냈다는점에서 말이다.

캐럴 계숙 윤은 밀러처럼 자기 사생활로 너네를 놀래키지 않고, 책안에서 따로 누굴 까내리고 그러진 않는다. 룰루 밀러 책보고 이런 부분에 실망한 애들이 많길래 (난 뭐 그냥 그러려니 했다) 노파심에서 덧붙인다.

책 많이들 사라. 너네가 한국도서시장을 지탱하는 시시포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