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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본인 작품에 대해 쓴 글 모은 건데,

노년기에 따로 한 번에 썼거나, 작법에 대해 말하는 글이 아니라


1. 데뷔 때부터 꾸준히 자신의 작품을 비난하는 (주로 유대인 단체) 여론과 비평에 대한 반론
2. 필립 로스 본인이 주인공인 인터뷰

3. 필립 로스가 다른 작가를 인터뷰한 것

(밀란 쿤데라 인터뷰가 특히 재밌었음)

을 각각 1/3씩 모은 책임.


소감은

"이 영감님 참 피곤한 스타일로 참 치열하게 사셔서 참 위대하게 쓰실 수 있었구나" 임.



필립 로스의 작품을 읽을수록 정립된 작가에 대한 이미지는

육박전을 피하지 않는 자신만만한 복서였는데,

이 책을 읽은 후 저 인상이 더욱 강해짐.

진짜 여러모로 대단한 작가임.



미국에 사는 유대인이란 정체성을 가진 주인공을 내세워

늘 작품을 쓰는 당대의 가장 핫한 사회적 논란을 다루는 걸 두려워 하지 않았던 작가.


데뷔작이랑 포트노이의 불평으로 엄청난 유명세와 명예도 얻었지만

반대 급부로 '유대인' 진영으로부터 공격도 평생 받았음.



일반 독자나 특이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 뿐만 아니라,

존나 유력한 엘리트 유대인들, 미국 내 가장 큰 존경을 받던 랍비 등등에게

유대인을 부정적으로 그린다는 비판을 뛰어넘어

"반유대주의적 작품을 쓴다"

"우리는 이 작가를 침묵시키기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는가?"

정도의 비난까지 받음 ㅋㅋㅋ



특히 두 번째 같은 비난을,

칸예도 무릎 꿇게 한 유대인 유력자들로부터

내가 들었다고 가정해보니 진짜 랄부가 덜덜 떨리더라.


근데도 이 노인네는 1도 위축되지 않음 ㅋㅋ

진짜 대단한 강단 아닌가, 감탄만 하게 됨.



특히 웃기면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게

데뷔작 <굿바이 콜럼버스>로 진짜 좋은 평가 받으면서도 유대인 진영으로부터 가벼운 비판을 받자

젊은 필립 로스는 그 작은 비판에 열 받아서 "니들이 진짜 광분할 만한 미친 유대인 주인공을 보여주마"

라는 각오로 <포트노이의 불평>을 쓴 거라는 거 ㅋㅋㅋㅋㅋ



동시에 사회참여적 작품 혹은 사회적 현안, 지금 이 사회와 국가에 대해

정공법적으로 말하는 작품을 쓴다는 게 얼마나 힘겹고 고난 가득한 길인지를 새삼 깨닫게 됨.


그니까 21세기에

겉절이들 식의 협소하고 자폐적인 혼잣말 이상의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려면,

필립 로스 처럼


1. 하루 일과 대부분을 혼자 글 쓰는 일에 쓰면서도,

2. 당대 정치적 현안 수십 가지에 대해 몇 페이지고 혼자 떠들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하고

3. 고전은 물론, 동 시대의 자기 나라 + 외국의 주요한 작가들의 작품도 다 읽어둬야 하며

4. 자신의 작품이 불러올 사회적 파장을 예민하게 예측, 파악 하면서도 절대 쫄지 않을 강심장도 있어야 하며,

5. 나이가 들어도 폼이 떨어지지 않아서 쓰는 글이 퇴보하거나 벽에 똥칠하는 수준의 잡문이 되지 않을 피지컬까지 갖춰야 했던 거임.



하루에 10시간 씩 매일 훈련하면서

다른 선수들 경기, 전술, 기술 다 파악하면서도

격투기 씬과 관중 사이 오가는 이슈와 동향도 다 파악하는 노장 챔피언이 되어야 한다는 거.



좀 촌스러운 표현이지만 이 작가는 글 쓰는 일을 = 세상을 살아가는 일과 등치시켜 보셨던 것 같음.

왜 이렇게 유대인 정체성, 성, 정치 이슈에 천착하실까? 싶던 의문,

책 중에 나오던 "노동 만큼 내 글쓰기도 가치 있다" 라는 자신만만한 선언에 대한 의문도

책을 읽으면서 수그러들었고 고갤 끄덕이게 되었음.



필립 로스옹의 타계와 함께 소설 쓰기를 삶 자체, 그러니까 전존재를 바친 투쟁이자 존재 증명으로 보던

공룡 같은 위대한 작가들의 시대는 가고,


좀 고급스러운 부업, 혹은 교수나 강연자 등의 본업이나 간지 나는 블루체크를 얻기 위한 스펙으로 보는

얍삽하고 기민한 포유류 같은 작가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은 아닌가 싶은 씁쓸함이 들었음.



결론은

필립 로스를 안 읽어본 독자라면 <에브리맨>과 <포트노이의 불평>으로 시작하고,

주요 작품을 다 읽었고, 그를 좀 더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위 책을 읽어보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