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애플의 성공 신화는 언제나 흥미롭다. 애플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마케팅 크리에이터 켄 시걸은 그의 첫 번째 책 <미친듯이 심플>에 이어, 두 번째 책 <싱크 심플>에서도 애플의 사례를 통해 “심플함”의 위력을 예찬한다. 혁신과 단순함을 통한 성공에 있어 애플은 그만큼 이상적인 사례이다. 그렇다면 애플 같은 기업이 또 있을까? 켄 시걸은 40명의 성공적인 사업가들에게 그들의 문제 인식과 성공 전략을 묻고, 애플에서 살펴보았던 심플함이라는 가치가 성공적인 기업들 속에는 얼마나 다채롭게 존재하는지를 보여준다.
40개의 서로 다른 비즈니스 전략들은 한 권의 책에서 하나의 키워드로 묶이기에는 상충적인면이 있기는 하다. 가치들의 충돌을 해소하려면 공통의 전제를 찾으면 된다. 벤앤제리스 같은 아이스크림 사업부터, 패션 도매업, 영상 컨텐츠 플랫폼, 대한민국 혁신의 선두주자였던 현대카드 같은 금융업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처한 문제가 무엇이었으며, 그들이 밀어붙인 해결책은 무엇이었는가를 심플함이라는 관점으로 조망한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켄 시걸이 말하는 심플함이 과연 그들의 공통 전제였을까? 라는 어렴풋한 의문이 든다. 분명 그들의 성공 전략 중 하나는 효과적인 단순함이 맞으나, 모든 과정 상의 어려움과 현상들을 “심플함”으로 치환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이 점은 저자도 인정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실 속에서 단순함은 곧잘 빈약함의 변명이 된다. 단순함을 전제로 가지기에는 오류가 너무 많이 발생한다. 결국 켄 시걸의 이야기는 “빈약함 - 복잡한 중간 – 단순함”이라는 순차적 도식 중 빈약함을 건너뛰고, 복잡한 중단 단계 이후만 다루고 있는 셈이다. 애플의 디자이너였던 조너선 아이브가 “단순함이란 그저 불필요한 장식을 없애는 것이 아닌, 복잡함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했듯이, “있을 것만 있는 것”과 “있어야 하는 것만이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로버트 M. 피어시그는 그의 저서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에서 “훌륭한 정비사와 형편없는 정비사 사이의 차이는 훌륭한 수학자와 형편없는 수학자 사이의 차이와 마찬가지로 선별해내는 능력-그러니까 질에 근거하여 쓸모있는 사실과 쓸모없는 사실을 구분하고 쓸모있는 쪽을 선별해내는 능력-에 있다. 그는 문제 해결에 관심을 쏟을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라고 설명한다. 이 사업가들의 전제는 단순함이 아닌, 숫자와 논리, 이성의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질(quality)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바라던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고, 그들의 조직과 전략, 목표가 실제로 가치 있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들은 기능하지 않아 가치가 없는 것들을 모두 배제하고 실제로 기능하고 가치 있는 것들로 채워 넣음으로써 사업을 다시 부흥시켰다. 그들의 전제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라는 세심하고 엄격한 선별의 문제였고, 단순함은 그 결과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무작정 단순함을 쫓기보다, 무게를 지닌 가치들을 찾아 그 중에서도 더 가치 있는 것을 선별하는 일이다. <싱크 심플>은 괜찮은 책이지만, 애플의 제품만큼 심오한 단순함에 이르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러나 가치있는 내용들을 잔뜩 모아놨다는 점에서 여전히 좋은 책이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 욥 8:7
익스텐드 마인드 읽어봐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