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문체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신선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전 세계에 ‘편의점 인간’ 신드롬을 일으켰던 무라타 사야카의 신간. 단편소설 6편과 에세이 2편으로 구성된 《신앙》은 각종 지면에 발표한 글들을 ‘무언가를 깊이 믿는 사람, 믿고 있던 세계의 붕괴’라는 큰 줄기로 엮은 작품집이다.

믿는 행위를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여기고 조롱하는 세태에 대한 의문과 더는 아무것도 믿지 못하게 된 현대인의 운명을 다루는 표제작 〈신앙〉을 비롯해, ‘생존율’에 모든 삶이 지배되는 디스토피아, 가전제품 코너에서 자신의 클론을 구입해 노동을 전가할 수 있는 사회, 해외 정자은행을 통해 여자 친구들끼리 자녀를 계획하는 삶, 인류가 멸망한 지구에서 열리는 전시회 등 현대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환기하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따분할 틈 없이 경쾌하게 질주하며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전개 속에는 우리가 의심 없이 믿어온 현실을 뒤흔드는 신선한 사유가 담겨 있다. 저마다 날카로운 질문을 남기는 이야기들을 한 편씩 거듭하며 “충격과 통증을 버텨내면, 익숙했던 주변이 균열로 가득 찬 상태였다는 것을 새로운 눈으로 깨닫게” 될 것이다.


작가 무라타 사야카

1979년 일본 지바현에서 태어났다. 다마가와대학교 문학부 예술학과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 ‘이야기’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도달할 수 없는 곳에 가보고 싶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3년 《수유(授乳)》를 통해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9년 《은색의 노래》로 31회 노마문예신인상을, 2013년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으로 26회 미시마유키오상을 받았다. 2016년 《편의점 인간》이 시대의 초상을 독특하고 재치 있게 담아냈다는 극찬을 받으며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고, 일본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무라타 사야카 신드롬을 일으켜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는 등 현대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로도 “소설은 내 신앙이자 계속될 실험”이라는 신념으로, 규격화된 삶을 강요하는 사회를 날카롭게 찌르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문체를 통해 정상성 바깥의 이질적인 존재들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써왔다. 국내에 출간된 작품으로는 소설 《지구별 인간》 《멀리 갈 수 있는 배》 《살인출산》 《소멸세계》, 에세이 《아 난 이런 어른이 될 운명이었던가》, 아시아 작가들과 함께 쓴 앤솔러지 《절연》 등이 있다.《신앙》은 현대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환기하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 지구라는 사회, 다가올 미래에 대해 우리가 암묵적으로 믿어온 것들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집으로, 단편소설 여섯 편과 에세이 두 편이 담겨 있다. 표제작 〈신앙〉은 2020년 셜리잭슨상 단편소설 부문 후보에 올랐다.

역자 김재원

부산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현재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나카야마 가호 《흰 장미의 심연까지》, 다자이 오사무 전집 중 《유다의 고백》 《생각하는 갈대》, 사이토 다마키 《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 우치다 켄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 《나쓰메 소세키 서한집》이 있다.

편의점인간하면 삽으로 대가리 똥땅만 기억나긴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