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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원(源)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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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해거름 당신은 늘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 시내 진입로를 통과하면서 부잣집 마나님마냥 토실토실 살진 돼지들이 허연 돼지털 코트를 걸쳐입고 도축장으로 실려가는 것을 본 적 있는가. 나들이 꿈에 부푼 그 돼지들, 입도 코도 발도 항문도 음부도 너무너무 아름다운 분홍빛이었고, 저희들끼리도 너무너무 아름다운 분홍빛인 줄 알았던지, 흥분한 한 녀석 다른 녀석 음부를 냄새맡다가 쪽쪽 핥아보다가 은근슬쩍 기어올라타다가 야단맞던 모습 보면서, 그때 당신은 당신의 성이 들켜버린 낭패감을 어떻게 감추었던가. 그때 노을이 붉었던가. 그냥 돼지 음부의 분홍빛이었던가.


(중략)


유치한 당신, 당신은 잊지 못할 것이다. 눈에 흙 들어갈 때까지, 눈에 흙 들어간 뒤에도 잊지 못할 것이다.


이성복 산문집, <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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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시집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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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 왕성하던 시절, 술자리에 괜찮은 여자애 있다 싶으면 다가가 폼잡으며 했던 이런저런 이야기.
조금이라도 지루해하고 시큰둥해 보이면 바로 자리 바꿔버리고 기억에서도 지워버렸다.
술에서 깬 다음날 아침에도 부끄러운 마음은 없었다. 허기가 사라진 이상 애초에 뭘 먹고 싶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반성없이 흐르던 가벼운 나날들은 어느날 목격한 근원(根源)적인 장면 앞에서 참을 수 없는 무거움으로 다가온다. 야단맞은 수퇘지의 모습. 금세 잊고 다른 암컷위에 올라탈 수퇘지의 모습을 보며.

문득 드는 생각
우리가 사랑이라고 말했던건 고작 일손과 식욕의 일치일 뿐이었던건 아닐까
나는 그저 올라탔고 너는 그저 거부하지 않았을 뿐이었던건 아닐까
너 아니면 안된다고 흘렸던 내 눈물은 얼마나 진실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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