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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야마토 평야의 노란 억새밭에는 바람에 실려 멀리서 날아온 눈송이들이 나풀나풀 흩날리고 있었다. 봄눈이라기에는 너무 여려서, 마치 날벌레가 날아다니는 것만 같았다. 하늘이 흐려지면 하늘빛에 섞여 들었지만, 아렴풋이 약한 빛이 비치면 그제야 포슬포슬 떨어지는 가루눈을 볼 수 있었다.》

눈이 내리기엔 다소 늦은 봄, 겨울보다 밝은 대낮의 하늘빛을 커튼 삼아 수줍고 연약하게 내리는 봄눈은 우유부단한 가요아키를 연상시켰다. 가요아키는 또래 청년의 뜨거운 열정도, 혼다 같은 차가운 열정도 없는 정념으로 다가올 시대의 사상에 무엇을 전하고자 했을까.

일본 문학을 읽는 것은 인간 실격에 이어 두번째다. 앞선 선례가 있었기에, 또한 원체 무언가가 어떻다고 정의하기를 좋아하는 천박한 성격 탓에 다소 읽기 힘들었다. 지금껏 읽은 일본 문학만의 비틀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유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미시마 유키오가 자위대의 궐기를 요구하며 할복 자살한 사실이 이 마음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읽다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연약하고 유려한 가요아키를 통해 봄 늦게 내려 하늘을 수놓이다, 바닥에 다다라 죽는 봄눈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았기 때문이다. 생애 마지막 뜨거운 정열을 비쳤던 미시마 유키오를 통해 일본 문학이 추구하는 가녀린 비극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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