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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Mur/ Jean Paul Sartre/ 1937.

"그는 자신의 권리에 대한 명상 속으로 피신한다. 왜냐하면 권리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역시 실패한다. 이 모든 도피는 벽에 막힌다. 실존으로부터 도피하는 것, 그것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1936년 스페인에서 일어난 내전을 배경으로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을 통해 자아 속에 공존하는 수많은 이질적인 목소리들을 상이한 시간과 상황 속에서 관찰하고 이를 묘사한 사르트르의 첫 번째 소설.

주인공 파블로는 에스파냐 내전 시기 팔랑헤(Falange)당원들에게 체포되어 죽음과 밀고 사이 양자택일을 강요당한다. 다른 사람들과 분리되고, 자신의 과거와 분리되고, 현재의 자기 자신과도 분리되면서 상황을 희극적으로 바라보게 된 파블로는 거짓말을 통해 소극(笑劇)을 연출하려 하지만, 이 상상적 복수는 무상의 유희로 끝난다. 라몽 그리를 겨냥하는 것은 강함, 냉혹함, 공리주의적 세계 자체에 대한 그의 무의식적 복수 욕망을 추측하게 한다. 그러나 장난의 치명적 결과는 오히려 자신의 반항이 지배의 관철 도구가 되어버렸음을 깨닫게 만들며, 마지막 순간 터지는 폭소는 자신의 과오를 뱉어내려는 발작적 노력으로 보일지언정, 결국 배출은 불가능하였다.

사르트르의 '벽'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작중 톰은 총살을 당할 때 등지고 있는 벽으로 파들어 가려 하지만, 결국 벽은 다시 그를 밀어낼 것이라 말한다. 다시 말해 벽은 일종의 피난처이자 도피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벽'에 들어가지 못한 인간은 가장 절실하게 자기 존재에 대한 자각을 하게 된다. 자유를 선고받은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으며 언젠가는 죽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필연적인 죽음을 망각한다는 것을. '벽'은 곧 자신의 실존에 유폐되어있는 존재의 비극을 표상한다.

이렇듯 부조리한 세계의 우연성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을 마주하게 된다. 인간은 실존하는 자신이 온전한 자유라는 것을 알게 되는 동시에 그에 따른 불안도 느낀다. 불안을 벗어나기 위해 기도한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곧 실존으로부터의 도피가 된다. 작중 나오는 죽음, 광기, 범죄, 성적소외, 자기기만, 본질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이러한 도피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난다. 도피하려 발버둥쳤던 인간은 결국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와 자신의 실존과 대면하게 된다.
그리하여 사르트르는 이렇게 말한다.

"실존이란 벗어날 수 없는 일종의 충만이다."

자기로부터의 소외를 끝마치고 허무를 깨달을 때,
그 허무 속의 심연을 초극(超克)하여 자기 존재의 비목적성을 직시할 때, 그리하여 진정한 자유로움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끝없는 실존의 비극적 불안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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