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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이 책이 근대의 맹아를 담고 있는 중요한 책이면서도 숱한 오독을 당한 책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군주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군주론이 쓰인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 당시 유럽의 프랑스와 스페인의 군주들은 권력을 집중해가고 있는 한편, 이탈리아는 도시국가들로 분할되어있었고, 귀족들과 용병들이 사리사욕을 채우는 와중에 프랑스와 스페인 같은 외세의 유입으로 혼란한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국가를 통합하고 권위를 유지하는 방법을 서술한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용병과 원군의 위험성에 대해 논하며 용병은 오직 사리사욕을 위해 행동하며 충성심이 없어 위험하고, 원군은 다른 군주에게 충성해 자신의 처분을 그들에게 맡기게 되기에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무력에 근거하지 않은 권력은 불안정하다는 격언을 인용하며, 시민군으로 구성된 자국군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주권 개념의 기초를 다진다.


또 마키아벨리는 귀족들은 끝없는 권력을 원하며 절대 만족시킬 수 없고 사욕을 위해 공동체를 훼손하는 반면, 인민들은 단지 자유를 원하기 때문에 인민들의 민심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여기서 인민주권 개념의 맹아가 나타나며, 비록 군주론이 비록 군주제를 유지하는 방법을 다루지만 이런 부분에서 공화주의적인 작가의 사상이 드러난다. 그러면서 귀족의 야심을 견제하고 인민을 보호하기 위한 제3의 중립적 심판기관인 프랑스의 고등 법원이라는 사례를 인용하며, 모든 계급을 보호하고 정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이와 같은 기관의 필요성에 대해 논한다.


한편 이 책의 가치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15장이다. 마키아벨리 이전의 사상가들은 이론이나 사변 속의, 현실 속에 결코 존재한 것으로 알려지거나 목격된 적이 없는 상상의 공화국이나 군주국에 대해 논했다. 예를 들어 플라톤의 “국가”에서 묘사된 철인 국가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본질이 아닌 외양의 영역인 변전무상한 현실의 정치에 단지 이상적인 모델을 대입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실제적인 진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유용하다고 말하며, 역사를 통해 권력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시도한다. 그는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는 너무나 다르다고 말하며, 윤리학으로부터 독립한 학문으로서의 정치학을 출현시켰다.


마키아벨리는 다음 장에서 도덕과 정치에 관한 더 구체적인 논의를 한다. 그에 따르면 외양 상의 덕이 항상 진정한 덕은 아니다. 예를 들어 관후함은 사적으로는 좋은 미덕이지만 공적 영역에서는 관후함이 국고를 탕진해 도리어 인민을 수탈하는 탐욕을 낳고, 자비로움이 관리나 군인들의 잔인한 행위를 방치해 공적으로는 도리어 잔인함이 되지만 절제된 엄격함은 더 많은 인민들에게 있어 자비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마키아벨리는 공적인 덕을 실현하기 위해 전통적인 윤리를 포기하고 사적인 악덕을 저지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하며 통상적인 윤리와 정치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외양 상으로는 도덕적이고 경건하게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요컨대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군주가 권력을 얻는 방법과 권력을 통해 공적인 이익을 성취하는 방법을 과학적 방법으로 탐구한 것이다.

군주론을 읽으면서 고전을 읽을 때 고전에 대한 배경 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앞으로 다른 고전들을 읽을 때 좋은 배경 상식이 될 것 같다. 또 군주론이 평소 들었던 것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간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단순히 인간의 본성에 대비한 처세술에 관한 책으로 소개하거나 종교를 정치로부터 분리했다는 사실만 소개하는 글이나 영상이 많았는데 직접 읽어보니 주권과 공화주의, 공적 윤리 등 더 다양한 개념을 다루고 있었다.
한편 마키아벨리의 사상은 비판할 점이 있는 것 같다. 마키아벨리는 비르투라는 개념을 군주론에서 계속해서 사용하는데 비르투는 로마 공화정 시대의 덕인 남성적인 덕으로, 과격함과 무자비함 등을 포함하는 덕이다. 마키아벨리는 책에서 계속해서 비르투 개념을 사용하면서 여성스러움을 폄하하고 비유이긴 하지만 “운명은 여성이고 만약 당신이 그 여성을 손아귀에 넣고 싶어 한다면, 그녀를 거칠게 다루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와 같은 성차별적인 비유를 하기도 한다. 이는 다양한 성품이 필요한 현대 사회와는 맞지 않는 이야기이고, 이외에 마키아벨리가 말한 인간 본성이 정말로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 점에 대해 비판적으로 서술한 글들을 읽고 싶다. 또 마키아벨리의 기본적인 사상들을 재해석한 다른 글들 또한 더 알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