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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가 쓴 7가지 작품을 엮은 SF 단편집이다.
독갤에서 혹평이 많길래 기대를 아예 안 하고 봤더니 재밌는 단편도 있었다.
다른 SF와의 차이점에 초점을 맞춰 더 좋았던 점은 (+)로, 더 별로였던 점은 (-)로 표시해 글을 쓰겠다.
좋았던 점부터 소개하겠다.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등장한다.
SF에서도 여러 가지 교훈들을 얻을 수 있긴 하지만 아예 사회와 직결해서 한 작품마다 하나의 사회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신선했다. 등장하는 과학 기술도 창의적이었는데 특히 <관내분실>에서 죽은 사람의 생전 데이터들을 모아 사후 인공지능화하는 아이디어가 신선했다.
(+)시선이 따뜻하다.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었다. <스펙트럼>에서 연구원이 과학실험기구 없이 오직 자신의 감각으로만 외계인을 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세계관을 포기하고 외계인의 세계관을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가 소통이 어려운 상대를 만난다면 어떻게 소통해야하는가에 대해 감동적이고 명쾌한 답을 제시했다.
(+) 현실적인 연구원이나 우주비행사의 고충이 등장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작가가 실제로 연구원 출신이어서 그런지 연구원의 현실을 작품에 녹아냄으로써 독자들에게 직시시켜준 점이 신선했다.
소설 속 연구원이 연구를 진행해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세상의 요구사항이 달라지게된다. 그러면서 의도치 않게 본인의 삶에 불이익을 주는 연구 결과를 내놓게 된다. 이런 내용이 현실세계의 과학 연구원들의 고충과 맞닿아 있었다. 실제로 한국은 기술에 많이 투자해서 그런지 기초과학 연구비가 전체 연구비 지원 중 10%내외밖에 안 되며.. 어떤 생물학자가 정치인의 환경정책에 대해 반대했다가 그 콩알 만한 연구비마저도 모두 뺏기게 된 사례도 있었던 걸 보면 결코 상상 속 일들이 아닌 것 같다.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러한 현실을 경험함으로써 더 깊이 와닿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그냥 그랬던 점을 소개하겠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나 현실로 이어지진 않는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는 지구와 격리된 마을이라는 공간이 있다. 지구에서는 사회적 강자와 약자가 분리되어 살아가지만 지구 밖의 마을은 장애 없이 완벽한 유전자로 만들어진 아이들이 사는 곳으로 모든 아이는 ‘같은 자궁’에서 태어나 가족처럼 지낸다. 그래서 이성에게 느끼는 사랑을 못 느끼지만 다툼이 없는 평화로운 공간이다. 인물은 이 낙원보다는 사랑이 있는 지구에서 세상의 편견과 싸워나가길 택한다. 그렇다. 사랑이 없다면 인물들은 사랑이 있는 곳에서 살기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 그건 편견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 때문에 편견과 맞서 싸우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현실에서 장애 없이 완벽한 유전자로 만든 아이들만 있는 세계가 있다면 그곳엔 정말 사랑이 없을까? 심신 멀쩡한 연예인들도 잘만 사랑하는데. 하는 의문이 남았다.
별로였던 점을 소개하겠다.
(-) 젠더나 장애를 드러내지 않고 개인의 개성쯤으로 여기며 여성이 사회 속에서 겪은 고충을 비현실적이고 불필요한 설정을 이용해 다룬다.
불필요한 설정 1. 7가지 단편 모두 주인공이 여자이다. 남자는 거의 없거나 조연으로 그려지며 주인공이 갈등을 겪는 대상은 거의 남성이거나 가부장적인 사회 현실이다.
이러한 설정이 억지스럽게 느껴졌고 남성 독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만약 김초엽 작가가 소설 속 인물이 결혼이나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남성이 겪는 고충도 다뤘거나 주연 인물의 성별을 단일화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독자들이 여성이 겪은 고충에 공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뿐만 아니라 작가는 미래에 젠더가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 했는데 정작 본인이 소설 속에서 지워낸 건 ‘젠더’가 아니라 ‘남성’이었다. 서포트하는 역할이 모두 남자고 주인공이 모두 여자라는 설정은 성 고정관념이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드러나게 하는 것이 아닐까?
불필요한 설정 2.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서 주인공의 고모가 사회적 약자(비혼모 동양인 여성) 신분으로 인간 최초 우주 터널 통과 실험자로 발탁되자 세간의 혐오 섞인 비난을 받고 결국 훈련 중 바다에 빠지는 선택을 해 또 한 번 비난을 받는다. 이때 주인공은 고모의 계략을 알게 된다. 고모가 애초부터 우주 실험을 목적으로 참여한 게 아니라 지혼자 심해 탐험하고 싶은 꿈이 있어서 국가의 지원을 받으려는 목적을 갖고 참여했던 것. 고모가 무책임하게 바다로 떠났음에도 주인공은 고모를 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사회적 약자가 잘못하면 더 강하게 질타한다’며 세상을 욕한다.
의아한 점은 2가지다. 만약 목숨 걸고 최초로 우주 터널을 통과할 사람이 사회적 약자라면 세상이 정말 비난할까? 특히나 요즘은 사회적 약자의 영웅 신화라면 오히려 미디어에서 환영하는 추세이지 않나 싶었다. 차라리 연구직에서 교수들의 성차별이 더 현실적인 소재였을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모의 이기적인 선택을 주인공이 옹호한 게 별로였다. 만약 약자든 강자든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면 그들의 잘못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애초부터 나랏돈 받고 우주 터널 통과 실험을 제대로 끝내지도 않은 채 심해 여행을 즐길 사람이었다면 비판할만한 거 아닌가? 차라리 고의성 없이 지적장애인이 잘못을 저지른 설정이었다면 이해했을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그런 고의성있는 잘못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을 ‘사회적 약자라 더 강도 높은 비판을 한다’며 매도할 뿐이다. 그게 과연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바라보는 것’인지 ‘사회적 약자라면 잘못을 해도 우쭈쭈 해줘야 한다는 것’인지..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세계관과 소설에 등장하는 과학기술에 대한 설명이 모호하다.
물론 세계관과 소재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더라도 이야기만 설득력 있게 잘 전개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 예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있는데 실제로 소재나 배경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시피한데 오히려 그런 설명이 없는 게 인물들 간의 관계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게 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말 그대로 현실과 동떨이진 공상과학 장르를 다루고 있고 독자가 작품에 몰입하려면 작가가 독자들이 자신의 상상을 따라올 수 있도록 상상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이 작품에서는 독자에게 익숙치않은 과학 기술들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모호한 세계관 탓에 상상이 방해되고 집중력이 떨어져 이탈하는 독자들이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예를 들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 지구와 분리된 마을이 구체적으로 어떤 장소인지 안 나온다. 새로운 행성인지, 메타버스인지 지구 안의 어떤 공간인지 잘 모르겠다. 이런 대충 써내린 서술과 묘사도 아쉬운데 여기에 더해 옥에 티가 보이던 작품도 있었다. <공생 가설>이란 작품으로 두 가지 설정이 상충한다. 바이러스 같은 외계생명체가 인간의 뇌 속에서 7세 이하일 때까지만 살고 그들의 곁을 떠나는 설정과 동시에 아기가 어른들과 접해야만 외계인이 바이러스마냥 전염된다는 설정이 있다. 어른 몸속에서 공생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외계인이 아이에게 전염된 건지 하는 의문이 남고 두 설정은 상충한다.
(-)갈등이 거의 없고 있어도 다른 이야기를 위한 수단으로만 다뤄질 뿐 해결되지 않으며 평온하게 스토리가 진행된다.
<관내 분실>이나 <감정의 물성>에서 남편(남친)이랑 결혼, 출산 문제로 다투게 되는데 그냥 다른 소재를 소개하기 위한 계기로 지나갈 뿐이다. 안 그래도 독자들이 SF 장르에 기대하는 스릴이 전혀 없는 작품들인데 갈등마저 똥 싸다 끊긴 듯 끝나서 노잼이었다. 한 작품당 45쪽밖에 할애를 안 해서 그럴 수도??
(-)문장이 단정적이고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다.
등장인물의 외형 묘사, 감정 서술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있어도 정직하게 쓴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 주인공이 ‘델피’에게 호감을 느끼는 걸 ‘얼굴을 붉혔다’란 표현으로만 드러낸다. 전체적인 서술 방식을 살펴보니 작가가 굉장히 평온한 성격인 듯.
(-)작가가 자기 혼자 떡밥의 의미를 설명한다.
작가가 독자들이 본인의 의도를 못 알아챌까봐 불안해서인지 ‘앞에 이런 내용 있었잖아, 사실은 이런 의미였어!!’ 하면서 알려준다. 그래서 무슨 의미일까 곱씹은 문장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총 별점 3점
총평
독특한 아이디어와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정직하고 긴장감 없는 서술 방식, 대충 짜낸 세계관과 만나면서 불협화음을 이뤘다. 작가의 순수한 실력에 비해 평론가들의 과한 찬사가 한술 더 떠 독자가 ‘빠가 까를 만든다’라는 생각에 확신하도록 했다. 김초엽 작가가 한국과학문학상을 받게 되면서 작가는 본인의 글쓰기 철학 ‘재능이 없어도 누구나 소설을 쓸 수 있다.’를 설득력 있게 증명해냈다.
책의 특이한 감성 탓인지 2차 창작물도 나왔는데 한번 들어보면 좋을 듯. 개인적으로 이게 책보다 더 좋았다. [Official Audio] HYUKOH(혁오), Chang Kiha(장기하) - Silverhair Express (장기하 Remix) (youtube.com)
ㅋㅋㅋ 초엽이햄 재능...
그치만 주인공이 여자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와 남자들이 적대세력이 아니면 언니들이 사주질 않는 걸..
나도 비슷한 생각임 나는 방금 떠나온 세계 읽었었는데 아이디어는 다 독특하고 신선한데 너무 주제의식이 강해서 아쉬웠음 기술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고 - dc App
글쿤요..다른 작품들도 다 비슷한 평이 보이고 작품 자체가 이야기의 재미보다 메시지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네요. 신인작가니까 한 5~10년 이후에도 글 쓰시면 얼마나 발전했나 봐볼 듯해요. 감상 감사합니다 !
저도 좋은 글 감사해요 ㅎㅎ - dc App
10점만점에 3점인가요 - dc App
5점 만점에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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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아이디어랑 감성은 아까웠거든요ㅎ 훌륭한 필력 자랑하는 작가한테 초고 팔아서 다듬고 냈다면 김초엽? 지금처럼 독갤 믿거는 아니었다.
김초엽 소설 두어개 읽으면서 느낀건 sf는 거들뿐 여성 주인공 내세워서 girls can do anything 한 마디 하고 싶어서 꾸역꾸역 진도 나가는거.
그런 것도 멋있고 납득할만하게 잘 써내려 갔다면 개인적으로는 몇 권 더 봤을 것 같네요. 근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후로 나온 작품들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 쭉 하락세인 거 보면 독자들도 아는 거죠. 재미없는 거..
근데 여자가 주인공인게 엄밀히 말하면 단점은 아니지 ㅋㅋㅋㅋ 작가가 여자니까 당연히 여성이 주인공인 편이 더 쓰기 쉽겠지. 김영하 단편도 거의 대부분이 남자 주인공인데 그런 걸 지적하진 않잖음
맞음. 주인공이 다 여자인 거나 남성에게 주로 기대하는 역할을 여자가 하는 것보다는 갈등의 대상이 '남성'과 가부장적인 사회인 게 별로였음. 솔직히 읽으면서 내가 여주인공이 남초 직업을 갖고있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면 아, 난 편견이 있었던건가 반성하게됨. 근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사회문제를 다루는 작가들이 남자가 겪는 어려움도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음.이런 식으로 쓰면 여성독자가 주류를 이루고 모두가 알아야할 게 아닌 일부가 알아야할 사회문제가 됨. 한쪽에 치우친 건 다른 한쪽에겐 설득력이 없음. 그리고 이 작가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메시지가 아니라 대충 그려낸 듯한 세계관과 글쓰기실력임. 총평에서 젠더 이야기 안 한 것도 그래서 그럼. - dc App
어쨌든 내 감상에 대해 의견 제시해줘서 감사합니다 그런 피드백 다음에 쓸 때 참고하겠음요 - dc App
김초엽 작가가 한국과학문학상을 받게 되면서 작가는 본인의 글쓰기 철학 ‘재능이 없어도 누구나 소설을 쓸 수 있다.’를 설득력 있게 증명해냈다. 야이
뒷북이긴 한데 감정의 물성에서 주인공 연인도 여자임 즉 레즈비언 커플이란거.... 그럭저럭 괜찮게 읽다가 갑자기 동성애자 툭튀 하는거 보고 팍 식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