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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작가의 초상. 스스로 쓴 자화상. 치밀하고 노골적인 고백록이다.


작가의 오관에 스며든 '외부'와 그 외부가 발효되는 '내면'을 세밀하게 다룬다. 작가의 현신인 스티븐 디덜러스는 종교와 정치가, 그리고 가정과 가족이 한 개인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의무, 책임, 강요에서 일탈한다. 점점 더 멀어질수록 매달린 의무의 줄은 죽죽 늘여져 한없이 약해진다. 얇아진 연결은 팽팽한 긴장을 버텨내지 못하고 결국은 탕 끊어진다. 하나씩 끊어지며 집착스럽게 매여있던 의무와 강요의 줄은 반동되어 스티븐을 다시 아프게 때리지만, 결국은 힘을 잃고 바닥에 흩어진다. 사방의 모든 얽매임에서 해방된 스티븐이 질서와 규율이 수동적 운명을 조종하는 신성한 모범의 세계에서 벗어나 무질서와 혼돈, 자유의지와 능동, 범죄와 속죄가 잠복한 범속의 세계로 '드디어' 나아가며 작품은 끝난다.


너무나 아름답고 웅장한 정념이 스티븐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에 동반하여 한 장 한 장 경신하고 일신한다. 가슴의 밑바닥에서부터 뜨겁게 솟구쳐 오르는 격한 감동으로 몇번씩이나 책을 덮고 거실을 서성여야 했다. 내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낸 거대한 아이맥스 스크린을 보며 소름이 돋아 움찔거리고 한숨을 내뱉고 두근거리는 심장의 압박에 경탄의 감탄사로 저절로 새어나오듯 책의 글자들이 나를 격하게 준동시켰다.


성찰과 반추를 부른다.

자꾸만 먼 산을 바라보며 침묵하게 만든다.

사색을 부르는 작품.


ps) 종교가 있다면 더욱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