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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과 전체>를 읽고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양자역학이라는 이론의 난해함? 현실 구조에 대한 인간 정신의 표상 능력? 당대 최고 학자들의 통찰력과 편협함? 정치와 역사적 맥락 속에 갇힌 과학의 가치? 지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대화들? 아마 이 책은 그것들 전부를, 또 그 외에 수많은 생각거리들을 던져줄 것이다. <부분과 전체>는 하나의 현실에 대한 상보적 관점들의 대화로 가득 찬 변증법의 바다이다. 저자인 하이젠베르크는 스승인 닐스 보어가 즐기던 수사적 표현들을 등대 삼아 이 변증법의 바다를 항해한다.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다. 그러나 심오한 진리의 반대는 다른 심오한 진리일 수 있다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 서로 다른 두가지 관점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배를 몬다. 그러나 모두 옳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누가 틀렸는가? 미개척지대인 양자세계를 완전하게 기술할 수 있는 새로운 표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학자들은 서로가 가진 반대 방향의 논리를 충돌시킨다. 그러나 진리에 대한 보어의 수사적 표현처럼,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충돌이 아닌 상보성이었다.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표상은 수사학적 변증에 의해 좌절되기도, 변증적 수사학에 의해 활로를 찾기도 하며, 난산을 겪는다. 마침내 입자와 파동이라는 두가지 표상은 서로를 보완하며 양자역학이 탄생한다. 상보성의 도입이 어떻게 완전한 표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어떻게 상충하는 논리들이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가? 괴테가 말했듯이 인간은 자연의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는 수 밖에 없다. 자연이 옳다고 판결한 부분들은 서로를 보완하며 완전한 전체에 이른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부분과 전체>이다. 부분 없이 전체는 존재할 수 없고 전체 없이 부분은 성립하지 않는다. “부분전체는 상보적이다. 즉 서로를 보완한다.

 

닐스가 도입한 상보성 개념은 총체성 혹은 전체성, 하이젠베르크의 표현대로라면 커다란 연관에 대한 통찰을 가능케 했다. 생각의 방향을 바꿔보자. 상보성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림으로써 전체성을 깨닫게 된 것이 아니라, 상보성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전체성이라는 믿음이 전제되어야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나의 엄격한 논리는 단방향일 수 밖에 없다. 그 방향의 흐름을 뒤집음으로써 새로운 관점을 도출하고, 하나의 현상에 대해 다채로운 해석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다양한 해석들은 다시 가치의 영역으로 들어와 서로 부딪히며 상보성의 원리에 의해 더 나은 하나의 표상으로 정리된다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생각해보아야하는 것은 생각의 방향이다. 만약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가설 수립에 상보성을 도입하여 완전한 표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심오한 진리와 그 역이다.

 

심연에 진리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어디에 심연이 있으며 어디에 진리가 있단 말인가? 심연을 찾고 진리를 찾기 위해 우리는 생각의 방향타를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크게 틀어야하는가? 충돌은 생각의 방향을 틀어주지 못한다. 인간의 본성은 또 다른 우회로를 떠올릴 뿐이다.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변증법이라기보다 수사학이다. 닐스의 수사적 표현은 하이젠베르크가 가진 사고의 방향을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크게 바꾸었는가? 우리가 우리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기는 한 것일까?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5:17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의 확립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양자역학과 고전역학을 통합하는 통일장 이론 수립에 몰두한다. 젊은 물리학도는 선생님께서 만드신 양자역학이 고전역학을 무너뜨린 혁명이 아니었냐며 왜 두 물리학 이론을 통합하는지를 묻는다. 하이젠베르크는 "우선 좁고 윤곽이 확실한 문제의 해결에만 한정시킬 때, 그 때에만 결실 있는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며, 마태복음의 구절을 인용한다.


이 책에 쓰여진 것. 과학 자체에 대한 논의와 양자 세계의 발견 및 이론의 수립, 연구의 실제적 활용, 정치적 맥락과 후대의 평가에 이르기까지, 이 책 속에 쓰여진 서로 상충되는 수많은 관점들은 부분으로써 서로를 보완하며 <부분과 전체>라는 전체를 형성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사고의 방향을 틀어가며 서로를 보완하는 심오한 부분들을 찾아 전체를 형성하는 것 뿐이다. 훗80페이지 가량의 노벨상 강연록이 추가된 개정판으로 새롭게 보완된 전체를 다시 읽어볼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