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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다른 걸 다 떠나서 순수하게 재미있고 문장도 쉬워서 술술 읽혔다.

스트릭랜드는 오늘날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전형적인 예술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괴짜이고, 자기 멋대로고, 사회성 떨어지는 천재 외골수.

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주인공도, 더크 스트로브도, 블린츠도, 아타도 그를 사랑했으니.

심지어 더크는 그에게 뒤통수를 맞았음에도 그를 용서한다.


처음에는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스트로브 부부의 관계. 남자가 여자보다 더 사랑하고, 여자는 단지 그것을 받아들인 형태로, 불균형하다.

그리고 블린츠와 스트릭랜드의 관계. 반대로 여자가 남자보다 더 사랑한다. 이 역시 불균형하다.

블린츠가 떠나간 뒤 더크를 동정하다가도, 이후에는 꽤 찌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원래부터 불균형하던 사랑의 저울 위에서, 스트릭랜드로 인해 불균형은 극심해졌고

더크의 대처는 오히려 블린츠에게 남아있던 정까지 없애버렸던 자충수였던 것 같다.

이는 블린츠와 스트릭랜드도 마찬가지. 

자신의 사랑을 나누어주는 만큼 상대방에게 기대하게 되고, 기대한 만큼 돌아오지 않자 고통받고, 불안하기에 손 안에 붙잡아두려고 한다.

후에 나오는 아타와는 균형이 잘 맞았다고 본다. 

물론 아타가 더 좋아했다고는 생각하지만, 상대방을 붙잡아 두지 않고 진정으로 존중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맨 처음 나온 에이미 쪽이 나는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중간에는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잘 살다가 갑자기 모두 다 내팽겨치고 미술을 하겠다고 달려든 스트릭랜드.

“내게도 그 친구를 움직인 그런 욕망이 있다는걸 깨달았거든요. 그 친구가 그걸 그림으로 표현했다면, 나는 인생으로 표현했을 뿐이지요.” 라며 본인의 삶을 이야기했던 브뤼노 선장.

모든 명예와 부가 약속된 자리를 던져두고 떠난 아브라함.

물론 스트릭랜드처럼 극단적으로 해서는 현실적으로는 애로사항이 정말정말 많을 테지만,

그 누가 뭐라고 하든 내 마음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는건 어쩌면 축복일지도 모르겠다.


사쿠라의 각이라는 예술을 소재로 한 씹덕 미연시가 있다.

여기서 예술의 광기를 달로, 속세를 동전으로 나타내는 인상깊은 구절이 떠올랐다.

(그 전까진 이 책에서 가져왔다는 걸 몰랐다)


"만월, 밤하늘을 아름답게 비추는 그 모습은 미(美) 그 자체일지도 몰라.

하지만 손 안에 잡힌 6펜스 역시 나쁘지 않지.

달은 미(美)이자 광기.

그리고 6펜스는 속세이면서 우리들이 잘 아는 일상일지도 몰라.

광기에 물들여진 미뿐만이 세계를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왜냐하면 사람은 미가 아니고, 손에 넣은 돈으로 살아가니까.

세계를 바꾸어 버릴 정도의 미,

그런 것을 쭉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온전한 상태로 있을 수 있을까?

진리의 미를 계속 쫓는 사람의 끝에 있는 것, 그것은 무엇일까."


스트릭랜드의 작품이 천재적이었던 것은 목숨과 영혼을 바쳐 만든 결과물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작품이라 함은 작가의 흔적이기도 하고, 

작가에 대해 들여다 볼 수 있는 매체가 될 수도 있기에

감상자들은 작품을 통해 은연중에 그의 소우주를 느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책 뭐읽지

일단 죄와벌 장바구니에 담아놓긴했는데 뭔가 일본거 하나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