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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생님께서 3625명의 공부습관 관찰기를 책으로 내놓았다.속된 말로 ‘될놈될, 안될안’ 케이스 모음집. 이 책은 아주 잘 읽힌다. 문장이 쉬워 가독성이 좋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구도에 있다. 될놈될 vs 안될안 구도.

‘이러니까 공부를 잘하는 거지 끄덕끄덕 , 이러니까 안되는 거지 쯧쯧.’

전자와 후자를 오가며 머리를 끄덕이고 혀를 차다보면 자연스럽게 책에 빠지게 된다. 이 구도에 실제 이야기를 입혔으니 재미 없을리가. 후자 그러니까 ‘안될안’ 이야기는 뭐 특별하게 있나 싶지만, 안될만한 이유는 다 있는 법. 다음은 이 책의 첫 케이스다.


중학교 때부터 과외 선생을 붙여 지금까지도 과외를 시키는데 국어 점수가 50점을 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학부모가 있었다. 상담의 요지는 그래서 자습을 빼고 집에서 과외를 더 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 학생은 지금까지 국어공부를 단 한 번도 혼자서 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옆에 선생님이 없으면 글을 이해할 수 없고 문제를 풀 수 없는 자였다. 그의 뇌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중이었다. 과외를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말하자 흰색 페라리에 아들을 태운 어머니는 인사도 없이 시속 80km로 학교를 빠져나갔다. 시속 30km 제한속도 표지판의 충고는 그들에게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 (P.12)


글을 옮겨적다가 나도 모르게 또 쯧쯧 거렸다. 요 쯧쯧에는 묘한 쾌감이 있다. 감칠맛이 난다. 다음 케이스는 또 어떤가.


“선생님 저는 독서실에서 공부를 해야 집중이 잘돼요”하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다. 공부의 조건이 까다로운 자들이다. (…) 그래서 그들의 성격만큼이나 성적도 늘 까다롭다. (…) 반면에 거기가 어디가 됐든 바로 거기서 30초, 1분이라도 공부를 하는 자들이 있다. 그곳이 어디든 당장 공부를 시작하는 자들, 최상위권은 그들 가운데 있다.(p.19)


‘독서실 가야 집중 잘되요.’ 라고 말한 녀석들의 성적표가 좋았던 적이 있었나. 그 반 친구들은 ‘독서실’ 이야기 이후 다음 시험의 성적표가 나오길 고대한다. ‘독서실’의 성적을 듣고서는 박장대소한다. 피유우우웅신. 이 책의 맛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안되는 쪽 이야기만 늘어 놓았는데 사실 되는 쪽의 분량이 더 많다. 분량은 많지만 ‘될놈될’은 결국 단어 하나로 정리된다. 메타인지.


모르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 이들이 혼자서 공부하는 자들이며, 내가 모르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야말로 공부의 목적이자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다. 공부란 결국 내가 모르는 것을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끝까지 깨우치지 못한 이들이 혼자서 공부할 수 없는 자들이다. 후자가 주로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경우가 많으며,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다가오면 선생님들의 만류에도 방과후수업과 자기 주도적 학습을 제치고 학원 특강을 들으러 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p.92)


재밌고 유익하다.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