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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아이폰은 세상을 영원히 바꿔놓았다. 그야말로 신천지였다. <논쟁적 ux>는 아이폰이 바꿔놓은 세상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쳤던 국내 기업들의 사정을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UX의 실체가 무엇인지, 또 국내 UX 디자인의 현실은 어떠한지를 사정없이 파고든다. 4인의 공동 저자가 집필 의도를 밝히고 있는 서문은, 드라마 <비밀의 숲>의 명대사,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로 시작하는 그 장엄한 사명감이 돋보이는 자기 고백적 고발을 연상케 한다. 이 고발에 가까운 분석을 통해 <논쟁적 ux>는 모호했던 기존 UX의 정의를 해체하고, 전문가 호소인들이 바글대는 이 시장에서, 진짜 전문가들을 위해 UX 디자인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UX란 무엇일까? 일찍이 도널드 노먼은 기술의 발달로 인간과 인공물 사이의 상호작용이 확장됨에 따라 기존의 용어로는 설명이 안되는 느낌의 영역이 있음을 깨닫고 이 모호한 느낌을 총칭하는 "사용자 경험"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논쟁적 ux>는 바로 이 지점, 용어 자체가 모호성을 전제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용어의 정의는 구체적이어야만 한다는 전문가적 필요성을 주장한다. 모든 상품에는 사용자가 있다. 따라서 모든 상품에는 사용자 경험이 존재한다. 이는 도널드 노먼이 UX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기 전에도 사용자 경험이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도널드 노먼 이후, 아이폰이 세상을 바꿔놓은 이후에야 대두된 이 실체 모호한 UX 분야에서 도대체 누가 자신이 UX 전문가임을 자처했다는 말인가?
저자는 우선 책의 초반부를 할애하여, 사용자 경험의 존재 방식을 생산 체계의 특징을 통해 설명한다. 산업 혁명이 만들어낸 생산자 중심의 대량 생산 체제는 과거 수공예 중심의 소량 생산 체제에 존재했던 사용자 경험을 축소시켰고, 애플이 그 양적 생산 시스템을 질적 생산 시스템으로 전환함으로써 아이폰을 만들어냈음을, 바로 사용자 경험을 다시 피라미드 꼭대기의 가치로 되돌려놨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국내 기업들은 자신들이 잘해왔던 양적 기준을 사용해 아이폰을 따라잡으려 아등바등 애를 썻고, 그 과정에서 대두된 UX의 필요성이 UX 자체가 가진 모호한 정의와 함께 맞물려 실무진들 사이에 정치적 공백을 야기했음을, 기업 경영진들의 구시대적 양적 가치 체계가 그 공백을 전문가 호소인들로 매꿔왔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비판의 흐름은 경영진과 실무진 사이, 심지어 실무진들 사이에서의 실리적, 정치적 알력을 지나, 다학제적 연구의 깊이가 너무나도 얕은 국내 학계와 진리 탐구가 아닌, 기업에 생산력을 제공하는데 급급해진 대학에까지 이어진다. UX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UX 전문가는 기업에도 대학에도 그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비아냥에 가까운 비판을 하기도,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옹호를 하기도 한다.
마치 대한민국 전반에 퍼진 폐단을 지적하는 듯한 이들의 분석 결과는,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클린스만 사태를 비유 삼아도 적절할 것이다. 무능한 회장 정몽규, 구시대적이고 이기적인 성과 기준에 머물러 지극히 편의주의적인 결정을 취하는 클린스만, 그 아래서 자기 역량이 올바른 전략으로 통합되지도 못한 채 성과의 압박을 받는, 사실상 생존을 위해 각개전투하는 해외파 국내파 국대 선수들.
올바른 감독 역량을 지닌 인물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애초에 올바른 감독의 역할을 국내 축구팬들이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축협은 도대체 무엇을 성과라고 내세우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아시안 컵을 시청하는 것인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게 필요한 건 도대체 어떤 감독이며, 궁극적으로는 어떠한 역할과 능력인가?
<논쟁적 ux>는 결국 논쟁이라기보다는 다소 고발에 가까운 분석의 결과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분석을 통해 국내 UX의 현황을 비판, 기존의 UX 정의를 해체하고, 가능한 전문가적 방법론으로 UX를 상대적으로 더 명확하게 정의하는데 성공한다. UX란 사용자가 경험하는 모든 것. 따라서 제품 개발과 관련된 모든 직무는 UX 아래에 놓이고, UX 디자이너는 그 모든 것을 진두지휘 할 수 있는 영화감독과 같은 아키텍처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저자는 암담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UX 디자인을 위한 몇가지 원칙과 방법을 제안한다. 이 제안들이 조나단 아이브가 밝힌 애플의 제품 개발 방식과 언뜻 닮아있음을 볼 때, <논쟁적 UX>는 정말 각을 제대로 잡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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