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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霧津紀行) / 김승옥(金承鈺) / 1964.
"무진에서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타인은 모두 속물들이라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타인이 하는 모든 행위는 무위(無爲)와 똑같은 무게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장난이라고."
안개로 상징되는 어린 시절의 고향 ‘무진’에 다녀오는 체험을 통해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의식을 해부하고 인간이 겪어야 하는 소외감과 절망감으로부터 벗어나 존재자의 존재에 다가가고자 하는 과정을 담아낸 김승옥의 대표작.
무능하고 무기력한 현대인을 상징하는 문제적 개인인 윤희중의 고향이자 다면적 중간지대인 '무진'에서 그는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의 무의식을 상징하는 세 여인을 만난다.
작가는 이러한 ‘주변부 여성’을 통해 상징질서가 표상하는 대상은 비어 있음과 동시에 대타자의 결여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상징질서 안에 있는 한 인간은 영원한 분열주체일 수 밖에 없으며, 타자의 타자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온갖 표상으로 뒤덮혀 있으며 인간이 동경하고 욕망하는 대타자(상징계)야 말로 욕망과 무의식을 억압하는 권력체계라는 것을 우리는 깨닫지 못한다. 하이데거는 말하였다. 현전에는 본질적으로 이중적 “부재”가 속해 있다고.
작중 윤희중은 상징계의 이름을 거부하며 진정한 이름을 얻고자 하는 까닭으로 광녀, 자살한 술집 여자의 시체 그리고 하인숙을 모두 ‘그 여자’라고만 호칭한다. 김승옥은 주변부 여성들의 가면을 성공한 성인 남성의 얼굴에 덧씌움으로써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되새기게 하는 동시에 앞선 삶(죽음)으로 달려가보게 하였다. 상징계와 실재계를 섞은 안개의 불명확성을 통해 대타자의 결여와 공백을 은폐하며, 상징적 주체를 무효화하여 우리에게 휴식과 위안을 주었던 것이다.
라캉은 주체는 인간됨의 최소한의 조건을 보장받기 위해 자신의 고유한 존재적 가치를 포기하여 의미의 주체가 되고, 기표적 삶을 살아가는 이미지의 존재인 주체는 자신의 실재로부터 소외되어 있으며, 결여의 존재로서 주체는 자신의 결여를 채우기 위해 끝없이 욕망한다 하였다. 자기파괴 과정이 없는 상징계의 끝없는 욕망은 형이상학적 충족에 결코 도달하지 못한다.
기표로서의 가면 뒤에 가려진 기의로써의 얼굴은 계속 미끄러지는 까닭으로, 상징 주체로서의 허위적 자아를 깨닫고, 자기파괴가 우선되는 순간 분열 주체가 결여하고 있는 망각된 본래성과 끝없는 욕망은 비로소 해방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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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줘서 고마워 - dc App
글 넘 잘쓰네.. 계속 책 읽다보면 이렇게 작문 실력도 좋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