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길티기어 공식 홈페이지.
일본 서브컬처, 보통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접하다 보면 높은 빈도로 꽤나 독특한 개념을 만나게 됩니다.
'오토코노코'를 아십니까? 오토코노코(男の娘). 여성의 모습을 한 남자. 남성의 모습이라고는 티끌도 남지 않은, 완전한 여성의 형태를 가진 남자. 물론, 아주 아름다운 건 기본이고요.
어찌나 수요가 많은지, 이미 저 캐릭터 유형은 하나의 장르가 되기에 이릅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1대1로 대응되는 단어가 없는 개념이기에 그저, 음만을 빌려 '오토코노코'라고 부를 뿐입니다. 그나마 번역을 한다면 단순히 직역을 하여 남자아가씨, 혹은 뜻을 살려 여장남자로 번역을 하곤 합니다만, 그것만으로는 그 개념을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한국 웹상에선 아주 직관적인 속칭이 있긴 하지만, 이 지면에 싣기에는 굉장히 부끄러운 단어이기 때문에, 차마, 기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영화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1983)」 中.
영어권에선 그나마 덜 부끄러운 말로 부릅니다. Trap. 그렇습니다. 함정입니다. 예쁜 여자인 줄 알았더니 사실 남자였더라. 대충 이런 느낌.
어쨌든.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여자가 알고 보니 남자였다. 라는 식으로 반전(+매력)을 주기 위한 변칙적인 요소의 하나로만 보이나, 변칙으로 사용된 것 치고는 단기적인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문화 코드로 정착한 것 자체가 매우 큰 호기심을 만들어 냅니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드라마 『체르노빌(2019)』 中.
물론 이 호기심에 이런 말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문화적 코드니 뭐니 말을 하지만, 그래봐야 어차피 페티시 아니느냐. 어차피 페티시라는 거, 분석 자체가 의미 없는 거 아니느냐? 소비자가 무엇에 끌리는 지만 알면 되는 것 아니느냐? 페티시 따위에 이유가 중요한가?'
그럴 수도 있지만 솔직히 그냥 존나 궁금함.
어쨌든.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출처: 경남일보, https://m.animalplanet..co.kr/contents/?artNo=9261.
초정상 자극
이런 주제를 탐구할 때는 꼭 알아야 할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초정상 자극입니다.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us). 네덜란드의 생물학자 니콜라스 틴베르헌(Nikolas Tinbergen)이 새들의 알을 두고 관찰하고 실험하다 주창한 개념입니다.
동물 관찰이라니. 그러고 보면, 동물들을 보면 참 재밌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 하나는 뱁새의 경우입니다.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새예요. 세상에 이만큼 귀여운 것도 없어요.
조그마한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 오손도손 살 것 같은 이 귀염뽀짝한 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전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습니다. 그 위협이 무엇이냐.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2』 홈페이지.
독수리요? 고양이요? 아뇨. 그것보다 훨씬 못된 생물 때문입니다. 바로 뻐꾸기입니다.
뱁새가 알을 낳고 자리를 비우면, 뻐꾸기는 뱁새 둥지에 알을 낳습니다. 그러면 뱁새는 뻐꾸기 알을 그냥 다른 알처럼 품어요.
처음엔 단순히 뱁새가 숫자를 못 세거나, 알을 구분할 정도의 인지능력을 갖추지 못해서, 그러니까, 그냥 뱁새가 멍청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거든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답니다. 여러 연구를 거친 끝에 내린 결론은, 그냥 뱁새가 자기 알보다도 더 크고 멋진 뻐꾸기의 알을 훨씬 좋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사례는 더 있습니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개구리 왕눈이(1973)』 中.
야생거위가 자기 알을 놔두고 배구공을 구출하려고 애를 쓰거나, 명금류들이 회색의 얼룩덜룩한 자기 알이 아닌, 형광색 파란 잉크를 칠한 예쁜 알을 품으려고 무진 애를 쓰는 모습이나, 진짜 자신의 새끼보다 더 부리가 크고 더욱 새빨간 모형 부리에 먹이를 우선적으로 주는 모습, 암컷들에게 퇴짜 맞은 수컷 제비에게 매직 펜으로 가슴을 더 짙게 칠해주면 암컷 제비들이 환장을 하고 달려드는 등. 진짜보다 가짜에 집착하는 모습을 많이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요약해놓으니까 그냥 멍청해서 그런 게 맞는 것 같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요점은 이겁니다. '동물의 인지에 어떤 본능을 유발하는 인자가 있다.'
동물은 어떤 인자를 가진 객체를 보면, 그것이 가짜라는 걸 알아도 진짜보다도 더욱 선호하고 우선한다는 겁니다.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으요. 그리고 당연히 이 개념은 사람에게도 적용해보게 됩니다. 그야 사람도 동물이니.
가만 보면 사람도 진짜보다 매력적인 가짜들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가짜들을 스스로 만들어 냅니다. 진짜 바닐라나 딸기보다 더욱 향긋한 합성착향료나, 진짜 갓짜낸 과즙보다도 달콤한 오렌지 주스 등.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조선비즈닷컴, 〈잘못된 콘택트렌즈 선택 "보이기는 할까"〉,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7/27/2013072700816.html.
오늘의 주제인 만화도 그 가짜 중 하나이고, 그 가짜가 사랑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 이겁니다.
커다란 크기의 눈과 머리 등. 이 과장된 기호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사람이 좋아하는 아름다움으로 꽉꽉 채워넣었으니 고작 기호에 불과하더라도 인간에겐 충분한 자극이 된다는 것.
그래서 미국의 진화1심리학 교수 디어드리 배릿은 연애와 결혼이 줄어들고, 아이도 적게 낳는 원인이 바로 이 초정상 자극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나우뉴스, 「“여보, 나 왔어”…‘홀로그램 캐릭터’와 결혼 밝힌 日남성」,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0818601005.
그 모사품들의 리스트를 다 적을 수 없을 뿐이지, 넘쳐나서 이미 고개만 돌리면 찾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진짜 사람. 진짜 배우자보다 매력적인 가짜 배우자를 텔레비전으로 매일 봅니다. 남자는 포르노, 여자는 로맨스로. 진짜 아이를 기르는 대신 가짜 아이인 포켓펫을 기릅니다. 양육 본능이나 다른 본능도 이미 모사품으로도 충족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게, 옛부터 일본 서브컬처 마니아들에게서 '++는 내 아내'라고 찬미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영미권에선 아예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waifu. 즉, 아내라고 부르기도 하니까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상적인 배우자상을 보는 겁니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JTBC, 『썰전(2013)』 中.
만화 『오! 나의 여신님(1988)』도 그런 만화입니다.
줄거리는 정말 간단합니다. 지극히 평범한 공대생 모리사토 게이치 앞에 갑자기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여신 베르단디. 그 말에 "당신 같은 여신이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라고 대답하자 정말로 베르단디가 함께 살게 되는. 그렇게 한 집에서 서로 알콩달콩 잘 사는 이야기입니다.
이 만화의 여주인공 베르단디는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가장 아내로 삼고 싶은 캐릭터로 1위를 했다고 하는데, 출처 불명의 이야기이긴 하나 확실히 그럴 만한 캐릭터입니다.
예쁜 건 둘째치고 계속 주인공의 곁을 머물고, 집이 없어 차에서 잠을 자야할 때도 그저 주인공과 함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괜히 주인공의 흉을 보는 나쁜 사람을 친구로 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의 작은 성취에도 크게 기뻐해줍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그냥 상황이 어쨌건, 주인공의 능력이 어쨌건. 그냥 주인공과 인생을 함께 보내는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행복해하는 캐릭터입니다. 이러니 아내 삼고 싶은 캐릭터라는 말을 듣는 것도 당연하다 싶습니다.
설명을 읽고 어쩐지 익숙하다, 다른 캐릭터가 생각난다 싶을 텐데, 맞습니다. 사실, 저런 매력을 주요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우는 캐릭터는 정말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래도 대표격이니까, 이 캐릭터를 언급 안 할 수가 없지요.
풀리지 않는 의문
이렇게 초정상 자극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것까진 좋지만,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트위터, 판토, https://twitter.com/PanTo_PT/status/1612449661461364736.
이것으로는 왜 그 오토코노코가 하위 장르로 인정받을 만큼 인기가 있는 지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겁니다.
오토코노코의 인기를 초정상 자극으로 설명하고자 한다면, '그것이 그 소비층의 본능을 이끌어내는 인자라서 그렇다.'로 요약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그냥 '그게 단순히 그들의 페티시일 뿐이다.', '그건 그냥 그 친구들이 동성애자라서 그런 것이다.'와 다를 게 없는 얘기 아닙니까?
하지만, 어쩐지 납득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마니아들은 동성애나 트랜스젠더에도 관대한 시선을 보내야 할 텐데, 정작 진짜 크로스드레서, 트랜스젠더, 동성애자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혐오하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어째서 오타쿠들은 폴리코레*를 그토록 싫어하는가?' 하는 의문이 일본에서도 드물잖습니다.
어쨌든 일본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사람은 유달리 그런 개념을 혐오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정작 일본 서브컬처에서 흔한 오토코노코는 향유계층이 혐오하는 그 개념들과 꼭 닮은 것이다 보니 꽤나 알쏭달쏭합니다.
* 폴리코레: ポリコレ.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뜻하는 ポリティカル・コレクトネス의 약어.
그러니 한 번 더 탐구해봅시다.
지금까지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에 등장하는 오토코노코만을 보았는데, 그렇다면 실제로 여장남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되겠지요.
근데 그냥 그걸 좋아하기만 한다면 탐구 대상으로는 충분하지가 않습니다. 그건 그냥 동성애자잖아요.
여장남자를 좋아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이성애자라고 말하는 사람의 사례가 필요합니다.
이런 모순적인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로 웹 바깥 현실에도 있었을까요?
놀랍게도 있었습니다. 만화도,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정말, 숨결을 내뱉고 심장이 뛰는 진짜 사람. 진짜 여장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들이요. 그러면서도 그 자신들은 이성애자라고 단호히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어찌나 충격이었던지, 미국이 법을 새로 만들게 될 정도였습니다.
-다음편-
하다하다 대회에 똥꼬충도 뜨네ㅋㅋㅋ
이게 무조건 1등이다
이젠 소녀도 아닌wwww
두려워져요
“아직…. 이런게 두편이나 더 남았다고?!”
분량이 길다 길어
다음편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reading&no=595403
미소녀 리뷰대회 어디갔는데
동치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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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음. 진짜 문화 코드 분석하려면 저런 이론이 아니라 히바리군부터 시작해서 계보를 보는 게 맞음. 근데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의 저자 디어드리 배릿은 인간의 모든 기호를 초정상 자극으로 설명하려고 했음. 그거 그대로 따라가면 이렇게 됨. 그리고 오토코노코 수요자들이 정말 오토코노코가 되고 싶어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음.
미소녀(처럼보이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