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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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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



"하루"는 두 달 뒤 지구가 멸망하는데도 운전면허증을 위해 주행 실습을 받는다. 받는 사람이 있다면 주는 사람도 있는 법, "이사가와" 강사는 그런 하루에게 운전실습을 진행한다. 지구는 두 달 뒤 소행성 출동로 멸망한다. 언뜻 보면 식상한 멸망 이야기 같지만, 늘 먹는 라면처럼 맛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루와 이사가와 강사는 운전 연습 도중 트렁크에서 사체를 발견한다. 변호사로 추정되는 여성은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보복일까? 아니면, 멸망 전에 한 번쯤은 살인을 하고 싶은 욕망일까? 이사가와 강사는 하루에게 범인을 잡자고 제안한다. 이사가와는 아무리 멸망 직전에 세계라지만 이런 살인사건을 지나칠 수 없다고 한다.



하루는 그저 떠밀려 이사가와 강사와 동행하게 된다. 아직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서를 가고, 변호사 사무실로 가서 증거를 수집하고, 시신을 부검하는 등 혼란한 상황 속에서 평범하게 사건을 수사한다. 소설은 특이하다.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아주 사소한 사건에 중점을 맞춘다. 그렇지 않은가? 지금이야 사람이 잔혹하게 살해당한다면 전국이 들썩인다. 하지만 소설은 지구 멸망 두 달 전이다. 잔인하긴 하지만, 사람 한 명 죽었다고 세상이 떠들썩하겠는가? 그저, 눈만 동그랗게 뜰 뿐.



소행성을 지구로 돌진하지만, 하루와 이사가와는 천천히 사건의 전말로 다가간다. <세상 끝의 살인>을 편집한 편집자는 "종말소설답지 않게 뒷맛이 산뜻" 하다고 평했다. 과연.



산뜻함을 넘어 진한 시나몬 향기까지 난다고 볼 수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된다.



시험 삼아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 뒷자리 네 개에 맞춰 다이얼을 돌려 보았지만 역시 잠금장치는 풀리지 않았다.

"실은 이미 알고 있는 거죠?"

"그렇다고 삐지진 말고, 하루 짱이 만지기 전에 어떤 숫자였지?"

"음 1, 5, 9, 3이었을 거예요."

"그래, 1593이었어. 로커는 매일 쓰지. 방범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아침마다 일일이 다이얼을 돌려가며 맞추기는 귀찮겠지, 이런 자물쇠는 대개 비밀번호 네 자리 가운데 하나나 두 개만 살짝 돌려놓게 마련이야."

강사는 세 번째 '9'를 한 칸만 돌려서 '8'에 맞추었다. 1583. 딸칵,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나고 잠금장치가 풀렸다.

"와, 진짜 열어버렸네. 이건 무슨 숫자일까요?"

"글쎄, 생일이 15월 83일 아닐까?"




하루와 이사가와의 미묘한 친분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갖고 왔다. 아포칼립스에서 이런 사소한 유머가 따뜻하게 다가왔다. 그녀들의 성격도 보여주는 장면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