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러시아 책을 읽는 것이 애국적인 일이 되겠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러시아 책들에 특별한 애착이 없다. 두세명의 늙은 작가들을 제외하면 러시아 현대문학은 문학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가내수공업에 가깝다. 수공업 제품은 인기가 없지만 그래도 존속할 필요가 있기에 오로지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존재한다. 최고의 수공업 제품이라 할지라도 탁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며 '그러나'라는 토를 달지 않고는 청찬하기 어렵다. 내가 지난 10년 혹은 15년 동안 읽은 모든 신간 문학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단 한편도 없고 '그러나' 없이 평가할 수 있는 것 역시 단 한편도 없다. 지적이고 고상하다, 그러나 재능이 없다. 재능이 있고 고상하다, 그러나 지성미가 없다. 혹은 재능이 있고 지적이긴 하다. 그러나 고상하지 않다, 등등.


나는 프랑스 책들이 재능이 있고 지적이고 고상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 역시 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러나 프랑스 책은 러시아 책처럼 지루하지 않다. 또 그 안에서는 러시아 작가들이 결여한, 그러나 창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개인적인 자유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신간 책 중에서 저자가 첫 페이지에서부터 온갖 관례를 동원하고 양심을 억제하며 스스로를 얽어매려고 헉헉대지 않는 책은 단 한권도 기억하지 못한다. 어떤 작가는 누드에 관해 얘기하는 걸 무서워하고 또 어떤 작가는 심리적 분석으로 스스로의 손발을 꽁꽁 묶고 또 어떤 작가는 '인류에 대한 따스한 시선'에 목말라하고 또 어떤 작가는 혹시라도 경향성을 의심받을까봐 두려워 의도적으로 자연에 대한 묘사로 여러쪽을 도배질한다... 어떤 작가는 자기 작품 속에서 소시민이 되려고 기를 쓰고 또 어떤 작가는 귀족이 되려고 기를 쓴다, 등등. 성찰과 주의력과 용의주도함은 있지만 자유도 없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쓸 수 있는 용기도 없으므로 결국 창조적인 작품은 불가능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소위 말하는 순문학에 관한 얘기다.


러시아의 학술 논문, 이를테면 사회학이니 예술이니 기타 등등이니 등에 관련된 논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너무나 소심한 나머지 그런 것은 아예 안 읽는다. 유년 시절과 소년 시절에 나는 어쩐 일인지 문지기나 극장 수위 등을 무서워하게 되었는데 그 무서움은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나는 지금도 그들이 무섭다. 흔히들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것만을 무서워한다고 한다. 실제로 나는 도대체 왜 문지기와 수위가 그토록 오만하고 거들먹거리고 극도로 무례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들이 무섭다. 학술 논문을 읽을 때면 나는 그와 똑같은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운 공포를 느낀다. 심상치 않은 거드름,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독단적인 어조, 외국 저자들에 대한 저 낯익은 태도, 품위 있게 헛소리를 해대는 요령...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알 수 없는 것, 무서운 것으로 다가온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우리의 의사나 자연과학자 저자의 글을 읽으며 익숙해져 있는 겸손하고 점잖고 평온한 어조와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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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의 중편소설 '지루한 이야기'의 한 대목


어쩐지 요즘 세태에도 여전히 들어맞는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