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오가이 단편소설집에서 아베일족, 무희, 기러기, 다카세부네 네 편을 다 읽었습니다.

다카세부네는 꽤 짧은 단편으로, 욕심&만족의 문제와 안락사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현대에는 진부한 주제이지만, 깔끔하고 정돈된 문체가 주는 매력이랑 좋은 시너지를 일으켜 감명 깊었습니다. 풍경이나 인물의 묘사도 좋습니다.

기러기는 무희랑 비슷하게 사랑에 대한 소설입니다. 무희가 좀 정돈이 덜 된 느낌이었다면, 기러기가 더 스타일이 정립되어 딴딴하고 완성도가 더 높았습니다. 모리 오가이의 자전적인 경험담이 담겨서, 도쿄대 의대 쪽 대학생활 풍경의 자세한 묘사가 생생합니다. 무희와 기러기 모두 비슷하게 불확실함과 우유부단함으로 스쳐 지나갔던 사랑의 이야기인데, 출세와 사랑의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했던, 우연의 장난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모를, 그런 내용입니다.

문장이 압축적이고 간결해서 서사의 양에 비해 페이지가 짧습니다. 고전적이기도 하고 많이 복잡하지도 않고 잘 읽히기도 해서 독서 초보도 잘 읽을 것 같네요. 추천드립니다.

좋았던 순으로는 아베일족>>다카세부네=기러기>>무희

아래는 다카세부네와 기러기에서 인상깊은 문장입니다.

'치온원의 벚꽃이 저녁을 알리는 사찰의 종소리에 어우러져 떨어질 무렵,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기이한 죄인 한 사람이 다카세부네에 탔다.'

'점점 깊어가는 으스름달밤에 말 없는 두 사람을 태운 다카세부네가 검은 수면을 미끄러져 갔다.'

'오쓰네는 아이들과 같이 점심을 먹었다. 싸움을 한 아이들을 꾸짖었다. 겹옷을 바느질했다. 또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자신도 했다. 모기향을 피우고 저녁을 먹었다. 밥을 먹고 놀러 나갔던 아이들이 놀다 지쳐 돌아왔다. 하녀가 부엌에서 나와 항상 펴던 자리에 잠자리를 펴고 모기장을 쳤다. 세수를 시키고 아이들을 재웠다. 남편의 저녁상에 상보를 씌우고 화로에 쇠 주전자를 올려서 골방에 두었다. 남편이 저녁 식사 시간에 돌아오지 않을 때면 언제나 이렇게 해두었다. 오쓰네는 이런 일들을 기계적으로 해치웠다.'

'아름답게 지켜보는 눈 깊은 곳에는 무한한 아쉬움이 담겨 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