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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의 <숨>을 재밌게 읽고 있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평소에 논문을 찾아서 읽는 걸 좋아하고,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낼 줄 아는 상상력이 있어야지만
테드 창과 같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또, 테드 창은 종교적인 감성과 과학적인 논리를 결합하여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
<숨>에 수록된 작품 중 하나인 '옴팔로스'는 우리가 사는 현실과 비슷하지만, 창조론이 진짜인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의 다른 작품인 '지옥은 신의 부재'와 설정이 비슷하다.(여기서는 현실과 비슷하지만 실제로 천사들이 강림한다.)
그런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큰 반전이 있다.
주인공이 사는 세상이 어쩌면 신이 진정 사랑하는 다른 세상을 창조하기 전에 한 연습이거나 혹은 사랑하는 세상을 창조하면서 생겨난 부산물일지도 모른다는 것.
주인공은 큰 충격을 받고 자신이 하던 고고학을 그만 두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비록 신이 자신에게 그 일을 부여해준 게 아닐지라도 자신이 그 일을 선택하였기에.
이야기는 대부분 성실한 신자인 주인공 도로시아가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로시아가 사촌에게 보내는 편지로 된 부분도 하나 존재한다.)
그런데 마지막 장의 번역이 살짝 아쉬웠다. 정확히는 문체 변화가.
지금껏 신에게 경건한 태도로 기도를 드리다가 갑자기 논문처럼 문체가 바뀌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p.390)
존댓말을 하다가 갑자기 반말을 하는 듯 하니까,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분위기가 갑자기 확 달라져서 혹시 편집이 잘못된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곰곰이 보니 문체가 바뀌는 부분이 화자의 자기 주장이 강한 부분이기에,
이를 강조하기 위해 번역가 님께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번역을 한 게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작품의 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문체여서 툭 튀는 느낌이 들었다.
원문을 찾아서 비교해봤는데, 영어는 한국어와 달리 어미 변화로 문체가 달라지지 않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 외에는 번역은 다 마음에 들었다.
(테드 창을 번역해주신 김상훈 번역가 님에게 늘 감사할 따름이다ㅠㅜ 이분이 안 계셨으면 한국 SF는 지금보다 발전이 더 뒤쳐졌을 것이다.)
지동설이 처음 나왔을 때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지
나도 지금 숨 읽고 있는데 진짜 미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