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는 원전이 없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 같은 책이 많은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워낙 이 작가 저 작가, 이 문헌 저 문헌에 나뉘어져 있었으니까.
그래서 기원 후 2세기 경 위-아폴로도로스의 『비블리오테케』가 처음으로 전승을 모아 편찬한 최초의 '그리스 신화 이야기' 책으로 등장했던 건데 그 뒤로 이런 책은 오랜 동안 나오지 않았어. 물론 17세기에 프랑스와 포메에 의해 『Pantheum mythicum seu fabulosa deorum historia』가 나왔고 이게 영역되긴 했지만, 대중적으로 성공한 책이 되진 못했지. 그러다 18-19세기에 낭만주의의 영향으로 민족, 문화, 신화, 전설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깊어져. 그런 맥락 속에서 등장한 게 구스타프 슈바브.
(1) 구스타프 슈바브가 1838-1940 사이에 낸 Sagen des klassischen Altertums가 바로 최근에 번역된 『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야. 이게 독일어 권에서 대중적으로 성공한, 표준적인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 책이 돼.
(2) 미국의 은행원이자 작가였던 토마스 불핀치는 슈바브처럼 원전을 직접 참고할 역량은 없었지만 글재주가 있어서 옛날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풀어 쓰는 책을 여러 권 썼어. 그리스 로마 신화, 아더왕 이야기, 그리고 샤를르마뉴 이야기. 이 세 개를 그의 사후에 묶어서 불핀치의 신화 이야기 뭐 그런 식으로 출간했는데 이게 엄청난 성공을 거둬. 미국에서 거의 표준적인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 책이 되고 학생들에게도 이걸 권했지. 참고로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는 1855년에 출간.
(3) 그런데 불핀치의 책은 원전에 대한 충실도가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긴 이야기를 축약하고 흥미롭게 바꾸어 버렸기 때문이야. 그래서 고전학자이자 교사였던 에디스 해밀턴이 다시 원전에 충실한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쓰자고 마음 먹고 낸 책이 『신화학 : 신과 영웅의 불멸의 이야기』(1942)야. 이 책이 학교에서는 불핀치를 대체하게 돼. 우리나라에는 문예출판사, 현대지성 두 군데서 번역본을 찾아볼 수 있어.
(4) 시인이자 소설가 비평가 고전학자였던 영국의 로버트 그레이브스는 1948년 신화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담은 『하얀 여신』이란 책을 출간해. 그리고 그러한 새로운 시각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새로 편찬한 책 『그리스 신화』(1955)를 내놓지. 이 책은 펭귄 출판사에서 나왔고 대중을 위한 책이었는데도 굉장히 야심찬 책이었어. 이전의 책들과는 다르게 내용의 출처를 일일이 밝히는 한편, 자신의 해석과 가설을 그 내용과 함께 수록했거든. 물론 학술적으로는 그의 가설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출처(리소스)와 해석을 동시에 드러낸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책이 되어 버렸지. 이 책이 올해 나왔어.
(5) 박학다식하고 다재다능한 것으로 유명한 코미디언 스티븐 프라이는 (일부는 똑똑한 척을 너무 한다고 싫어하지만) 그리스 신화를 자기 식으로 새롭게 '다시 이야기하는' 책을 쓰겠다고 마음 먹었고 신화, 영웅, 트로이, 이런 제목으로 3권의 그리스 신화 시리즈를 펴내. 워낙 인지도가 있는 유명인인데다 글재주도 비범한 편이어서 그 책들은 꽤 성공을 거두었고 소리소문 없이 세 권 다 번역됐어.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현암사, 2019)
(6)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도 있었지. 12개의 주제로 개념의 어원을 풀어내는 시도를 한다고 했었는데, 애초에 그리스 로마 원전을 참조할 정도의 역량은 없었던 분이라 여기저기 오류가 참 많았지. 그래도 한때 꽤 잘 팔린 책.
아무튼 이렇게 많은 종류의 책들이 있어.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신화를 모은 책이 아니라 신화에 관한 강의가 되어 버린 책은 제외하더라도 말야.
이 책 중에서 본인이 읽은 건 무엇이고, 다른 사람에게 권한다면 어떤 책을 권할까? 더 이상 불핀치의 책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게 된 게 맞는 건지 궁금하네. 물론 자기가 본 게 불핀치 뿐이니까 남들에게 "불핀치 봐라." 이렇게 권하는 독붕이도 본 것 같긴 하지만.
만화 20권 불핀치1권 본거같은데
https://klyro.sarl/gkhv
난 어릴때 만화로만 보고 더 안찾아봤던거같네
불핀치 인듯
성경처럼 공의회 열어서 하나로 합치고 쳐낼거 쳐내면 원전 읽어 할 수 있었겠지만 굳이? 걍 만화로 보는 으로시작해서 관심 있으면 김헌이나 불핀치 이윤기 책 같은 2차교양서 보다가 더 관심 생기면 신통기 변신이야기 같은 거 찾아 읽으면 되지 않을까?
만화로 보는 그로신의 승리네
어릴대 한권짜리로 나온거 ㅇㅇ.
이 글은 누가 쓴거임?
내가. 왜?
해외에선 이미 에디스해밀턴 책이 압도적 1위먹은지 오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