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힘이 크면 클수록, 나의 힘도 커진다. 돈의 속성들은 곧, 그 돈의 소유자인 나의 속성들이요, 나의 본질적인 힘이다. 따라서 내가 누구이고, 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따위는 결코 나의 개성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가령, 나는 추하다. 그러나 나는 최고로 아름다운 여성을, 돈으로 사들일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추하지 않다. 왜냐하면, 내 자신을 질색케 하던 추함이, 내가 소유한 돈의 힘에 의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나는 절름발이다. 그러나 돈은 절름발이인 나에게, 24개의 다리를 만들어 준다. 따라서 나는 절름발이가 아니다.
더 나아가 나는 사악하고, 비열하고, 비양심적이고, 똑똑하지 못한 인간이지만, 내가 가진 돈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따라서 그 돈의 소유자인 나 역시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돈이란 최고의 선(善)이며, 따라서 그 소유자도 선하다. 그래서 나는 존경할 만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이렇듯 돈은 비열한 내 자신이 겪는 곤란함에서 벗어나게 한다.
나는 그다지 똑똑하지 못한 인간이다. 그러나 돈은 만물의 현실적인 정신이다. 그런데 어찌 그 돈의 소유자인 내가, 똑똑하지 못한 사람일 수가 있는가?
게다가, 돈은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을 얼마든지 사들이고, 거느릴 수 있는 힘을 지녔다. 그런데 똑똑한 사람들을 거느릴 수 있는 돈을 소유한 내가, 어찌 그 사람들보다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 될 수가 있는가?
인간이 동경하는 모든 욕망을, 돈을 통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란 존재는, 인간의 모든 능력을 소유한 것이 아닐까. 따라서 내가 소유한 돈은 나의 모든 무능력함을, 그 정반대의 것으로 전환(轉換)시키는 것이 아닐까.
(중략)
인간으로서 내가 해낼 수 없는 것, 즉 내게 있는 모든 힘으로도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것. 그것들을 나는 모두 돈을 통해서 해낼 수 있다.
(중략)
하느님조차도 하지 못하는 일을, 돈이 해낸다.
-1844 경제학 철학 수고-
훌륭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