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enim anima est alia ab illa forma, per quam in re illa poterant designari tres dimensiones
혼은 그것을 통해 사물에 삼차원을 지정할 수 있었던 형상과 다른 형상이 아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有와 본질에 대하여"(De ente et essentia) 마리에티판 제3장, 정의채 옮김 (바오로딸, 2011 2판), p.57





보통 판타지 관점에선 혼이 몸과 함께 사람을 이루는 두 실체로 묘사됨.

또는 몸은 (인간 자체와 완전히 동일시되는) 혼을 담는 단순 그릇으로 묘사됨.

반면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하면 혼은 몸의 형상이고, 몸은 혼의 질료임. 여기서 형상인 혼과 질료인 몸이 결합하여 하나의 인간 실체를 구성함. 그래서 신학대전을 보면 '몸이 없는 혼'은 인격(persona)조차 아니라고 명시적으로 나옴.

비유하자면, 판타지식 인간론에서 몸은 하드웨어이고 혼은 소프트웨어임. 하드웨어인 몸은 소프트웨어인 혼을 담는 단순 그릇에 불과하고, 하드웨어(몸)는 갈아끼울 수 있는 수단일 뿐임.

반면 토마스 아퀴나스식으로 보자면, 플라스틱과 금속이라는 질료가 몸이고, 이 플라스틱과 금속이 채워지는 컴퓨터의 형상이 혼임.

혹은 이렇게도 이해할 수 있음. 인간이 '물과 단백질의 혼합물'이 아닌 이유는, 물과 단백질이라는 '질료'에 뭔가 '형상'이 부여되었기 때문이라고. 이 '형상'을 '혼'이라 부름.

인간을 이런식으로 이해하게 됨으로써, "생각은 몸에 속하냐, 혼에 속하냐" 같은 질문에 "혼에만 속한다"고 답하는 대신 "질료인 몸과 형상인 혼에" 동시에 속한다는 현실적 대답으로 갈 수 있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