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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엔데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다.

이유는 무엇보다도 내가 처음으로 긴 책에 흥미를 느끼게 된 계기라서

모모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끝없는 이야기를 처음 읽으면서 현실세계의 책이 그 책 속에서 자신이 써내려가는 책과 같은 노인 파트에서 느낀 흥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이 작가의 팬이 되었던 어린 내가 그의 책들을 더 찾아보던 도중 발견하고 멘붕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오늘 소개할 거울 속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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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구판이고 내건 개정판인데 이게 표지가 더 맘에 들어서 넣음)


일단 이 책은 엔데의 다른 저서들과는 상당히 분위기가 다르다.

조금 더 무겁고 미스터리하고 그럼

(같이 번역된 자유의 감옥이란 책도 있는데 그것도 좋다. 근데 이책이 훨씬 임팩트가 컸음)

원래 엔데가 어른도 즐길 수 있는 동화작가라는 평이 있지만 이건 아예 타겟 독자가 절대 어린이라곤 할 수 없는 수위 높은 장면이 있다.ㅎㅎ

그리고 꽤~~나 난해한 편이다.


이 작품은 이렇다 할 줄거리 없이 30개의 단편을 엮어 놓은 책인데, 이게 그냥 따로따로 이야기가 아니다.

등장인물도 배경도 제각각인데 뭔가뭔가 서로 연관되어 있음..

이 단편과 다른 단편에 동시에 묘사되는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도 읽는 재미 중 하나

작품에서 읽는 순서는 그리 중요하진 않지만 앞뒤로 연결되는 느낌이 들도록 일부러 순서를 배치한 티가 난다.

마치 따로 떨어져 있어도 좋지만 함께 읽으면 더 큰 감동을 선사하는 곡들이 모인 앨범처럼!


이 책이 난해하게 느껴지는 큰 이유는 애매모호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다시 읽으니 이 책, 카프카 단편들의 향기가 씨게 난다.

마술적 리얼리즘에서 리얼리즘의 비율이 한 10% 정도인 느낌?

그래서 마치 꿈속에서처럼 생뚱맞고 기묘한 상황이 벌어진다.

왜냐하면 이 단편들의 배경은 현실이 아니라 거울 속 세계, 우리의 현실이 왜곡되고 비틀어져 보이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어린 내가 이 책을 완독할 수 있었던 것도 돌아가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될 뿐 문장 자체는 그냥 술술 읽혀서임


그리고 이 책은 메타포 천지이다

그걸 메타포라고 하는게 맞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지만

작품 내에서 반복해서 묘사되는 인물/사물들이 상당히 많은데

이게 그냥 작가가 그냥 환상적인 묘사를 한건지, 더 깊은 뜻이 있는지 굉장히 헷갈릴 때가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알듯 말듯 아리송한 게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역자분이 소개한 대로 30개의 단편 조각으로, 또 문장과 단어의 작은 조각들로 이루어진 입체 퍼즐이라는 말이 딱 알맞은 설명인듯

옮긴이의 말에서 이 퍼즐을 풀기 위한 26가지의 '가장자리 조각' 키워드를 알려 주지만

그분도 번역하는 데 3년이나 걸린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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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단편에는 원래 제목이 없지만 첫문장이 제목이 되는 게 좀 멋있는듯)


그.러.나! 거울 속의 거울은 그런걸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최근에 다시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건 역시 미하엘 엔데의 그 무궁무진한 상상력!

동화작가 짬밥이 있는지 단편들 하나하나마다 전부 개성 있고 독특하다.

어떤건 신비롭고 몽환적이고 어떤건 우울하고 또 어떤건 기괴하고 걍 이야기 자체가 재미씀..

또 읽다가 괜시리 그 상황을 상상하면서 낄낄대거나 섬세한 묘사나 아이디어에 감명받을 때도 있었다.

비 내리는 교실의 칠판에 그려진 무대 그림이 물에 씻겨내려가는 걸 막이 내려가는 것으로 표현한다든가 그런거..


신부를 만나기 위해 거대한 사막의 방을 가로질러야 하는 신랑, 태아가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서 일어나는 법정공방,

창.녀의 궁전에 찾아온 거지 왕, 죽지 못하는 독재자의 최후<<<이렇게 환상적이고 부조리한 상황이 취향저격이었음

그리고 중간중간에 미하엘 엔데의 아버지인 화가 에드가 엔데가 그린 초현실주의 그림들도 끼워져 있다

이 책이 딱 초현실주의 그림을 보는 기분!!

작가가 자기 아버지에게 바친 책이라는데 작품과 정말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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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는 이 책을 쓰면서 독자들을 일종의 자유로운 게임, 

의식과 상상의 내용이 끊임없이 파괴되거나 변화되어 그대로 매달려 있을 수 없게 되는 게임으로 초대하려고 했다고 밝혔다.(출처: 위키피디아)

이 미로의 모든 거울에 비치는 일그러진 현실 속 주인공은 결국 전부 나 자신 아니겠는가?

그러니 책을 읽는 독자들 모두 그 속에서 각자 자기만의 무언가를 받아들이지 않을까?

그러니 거울 속의 거울에서 무엇을 얻어 갈 지는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