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재미를 위해서만 쓴, 잘 쓴 현대 소설 좋아함.



셱스피어 소설은 옛날에 나왔다는 것 외에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 함.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같은 거는 현대 연극에서도 쓰기 힘든 구린 문장같음. 다 읽긴 함.


달과 6펜스처럼 인간의 삶을 총천연색으로 보여주려는 이야기는 혐오함. 사람을 보고싶으면 책이 아니라 현실을 보는 마인드임.

노벨문학상이라도 기대하고 봤던 소설 설국도 비슷한 느낌이라 싫음. 모비딕도 쓸 데 없이 길기만하고 같은 이유로 싫어함.

까뮈가 쓴 '이방인'의 "햇살이 눈부셔서"같은 건 혐오스러울 정도.



인간의 삶이나 무엇인가에 대한 비판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라 1984, 동물농장같은 블랙 코메디는 굉장히 좋아함.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이런 문장은 보는 순간 감탄이 나왔음.

은하수를 여행하는~ 같은 거 환장함. 자그마한 부조리를 스케일을 키워서 반복하는 구조는 환상적.


뻔할 뻔 자인 이야기라도 상관 없음. '일곱 개의 고양이 눈'처럼 독특한 이야기가 취향이긴 함.

하지만 사랑, 노력, 우정, 가족애 같은 흔한 이야기라고 싫어하지 않음.

'가장 따뜻한 색, 블루' 같은 건 영화도 보고 그래픽노블도 재밌게 봤음. 책은 아니지만 겨울왕국 1을 수십 번은 봤을 정도.



재밌게 본 소설들 중 몇 개만 적으면


1.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이야기의 흐름을 원형인 듯한 나선형으로 만들어서 재밌게 봄. 거의 똑같은 이야기를 약간의 설정만 바꾸어서 진실과 허구를 가리는 게 불가능하게 만들어서 책을 덮기까지, 책을 덮은 후에도 기분좋은 답답함이 남은 소설. 말라붙은 껌딱지처럼 머리속에 오래 남아서 좋았음. 이런 힙한거 좋음.


2. 꿈꾸는 책들의 도시: 작가 스스로 '이 책은 역사상 최고의 글이다'라고 자랑하면서 쓴 소설. 근데 읽고 나서 나는 반박을 못 하겠더라. 교훈이고 메세지고 그딴거 아무런 상관없이 고농도의 재미만 꾹국 눌러담은 모험소설(+실용서적).


3. 이코 - 안개의 성: 유명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PS2 게임인 ICO 를 하고 독자해석을 잔뜩 버무려서 적은 팬픽. 전형적인 Boy meets Girl 의 구도지만, 쓸 데 없는 연애감정은 쏙 빼놓고 어두컴컴한 폐허성에서의 모험과 무거운 배경설정, 그걸 카타르시스로 바꿔주는 아이들의 분투는 딱 내 취향에 맞았음. 재미에만 몰빵한 소설이라 정말 좋았음.




다시 한 번 정리하면


1. 옛날 소설들은 취향이 아님. 그 재밌다는 몽테크리스토 백작도 난 애매했음. 삼총사는 대놓고 별로였고. 현대소설이 좋음.

2. 인간의 삶을 보여주는 소설은 싫음. 노벨문학상의 대부분이 그런 건데, 그걸 읽을 바에는 현실에 눈길을 주는 게 나한테는 편함.

3. 재미가 있으면서 잘 쓰기만 하면 어떤 소설이라도 좋아함. 판타지건 무협이건 꽁트건 수필이건 아무것도 안 가림.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 재밌더라.


유명한 소설은 얼추 다 본 것 같고, 안 유명한 소설도 닥치는대로 봤으니까 될 수 있으면 힙한 소설 추천해주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