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철학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학들은 앞다퉈 철학과를 축소하고 경영과 공학 부문의 비중을 늘리기 바쁘다. 철학은 실제 삶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괴짜들의 지적 유희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투자의 세상에서는 다르다.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려고 회계, 경제, 신기술 관련 지식으로 기초 체력을 쌓는다면, 이는 멋진 타자가 되기 위해 러닝을 하고 웨이트 훈련을 하는 것과 같다. 기초 체력은 준비일 뿐이다. 위대한 타자가 되려면 자신만의 타격 폼을 갖춰야 하듯이 투자자도 자기에게 맞는 추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철학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대중에게서 벗어나 남과 다르게 투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부다페스트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조지 소로스는 런던정경대(LSE)에서 사사한 칼 포퍼의 철학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자신만의 ‘재귀성 이론’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펀더멘털과 주가는 독립변수와 종속변수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 종속변수의 관계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도 다트머스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평소 그는 니체와 비트겐슈타인으로부터 차용한 철학적 개념어를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위의 세 명이 낯설다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제로 투 원》의 저자 피터 틸을 떠올리기 바란다. 그는 스탠퍼드대학에서 철학자 르네 지라르를 알게 되면서 모방이라는 뜻의 ‘미메시스’ 개념을 투자와 연결했다. ‘모방욕망’은 현재 금융시장을 이해하는 데도 매우 유용한 사고 틀이다. 지라르는 모방욕망이 전염됨을 강조했고 이를 ‘모방전염’이라 지칭했다.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은, 모방하고자 하는 욕망은 영원하지 않고, 과열되면 결국 어느 시점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모방전염’의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누구나 네이버 검색창이나 투자 토론방에 사고자 하는 종목명을 쳐보지 않나? 지라르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른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기’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다른 투자자가 먼저 원했기 때문에 나도 원한다는 식으로는 투자의 정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중국집에 가서 한 명이 자장면을 시키면 “나도 자장면”을 외쳤다가 다른 이가 짬뽕을 주문하면 “나도 짬뽕”을 외친다면 그것은 내 욕망이 아닌 타인의 욕망에 불과하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볶음밥”이라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자라면 타인의 욕망이 맞물린 사이클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기’를 훈련해야 한다. 투자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묻고 이해하는 과정이 있어야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

<한국형 탑다운 투자 전략>



진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