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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의 앞자리수가 바뀔 때마다 읽은 것 같은데
이번에는 운에 관한 얘기가 생각에 맴돌았다.
운이 없어도 바다에 나가는 노인
대운을 잡고 끈질기게 매달리는 노인
대운을 얻게 되자 마자
불운을 바로 보게 되는 노인
불운과 맞서 싸우는 노인
여기서 노인의 '운'은 고기를 잡느냐 못잡느냐가 기준이다.
운은 인간이 어찌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노인은 힘과 끈기, 실력이 출중한 베테랑이지만
운이 없으면 뼈다귀밖에 건지지 못한다.
세상은 무작위적이고
인간은 무력한 존재같이 보이지만
맞서 싸운 그에게는 뼈다귀 이상의 것이 남아있다.
최선을 다했다는 자긍심과
소년과 사람들에게 주는 감동이 그것이다.
소년은 자신의 운을 나눠주겠다고
같이 배를 타자고 한다.
수십 일동안 고기가 잡히지 않은
노인이 그냥 집에 틀어박혀 포기하고 말았다면
사람들에게 어떤 대우를 받았을까?
대우는 그렇다치고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현실적으로는 굶어죽었을지도 모른다.
평소에도 존경했지만 노인에게 크게 감동한
소년은 노인을 살뜰히 챙기고
뒤에서 엉엉 울었으며
사람들은 노인을 달리 봤으며
낯선 방문객인 커플조차
그가 잡은 고기 뼈다귀에 놀랐다.
노인은 편히 잠을 잤다.
불운이든 행운이든 어떤 상황에도
제 할일을 열심히 한 그는
결과적으로
스스로에게도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마지막 장면은
거대한 힘같았던 '운의 영역'이 조용히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난 우연성에 사회가 지배되는 것도 어느정도 사회 법칙적으로 만들어진 현상이라고 생각함. 당장 어떻게 태어나냐에 따라서 자기 신분이 결정되는데, 신분이란건 본래 사람이 만든거지. 사회가 우연성을 만든거임.
Salao라 불리는 노인과 소년의 그리스적 필리아 관계를 쌓았으니 된거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