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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어는 남자이고, 그의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 남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고모리 라는 마을에 거주 중이다. 그 마을 근처에는 하수 처리장이 있어 공기가 늘 오염되어 있고, 집 근처 은행나무 아래로는 개들의 시체가 양분을 제공 중이며, 논의 벼는 썩어가고 있으며, 재개발 사업으로 주민과 구청 직원은 갈등을 빚고 있다. 이 갈등은 마을 사람들끼리로도 번져나간다.

황정은의 표현을 빌리자면, '씨발됨의 상태'이다.

이 씨발됨의 상태는 엘리시어의 가족들에게도 해당된다.
씨발년이 되는 어머니 아래에서 엘리시어와 동생은 흠씬 두들겨 맞기도 한다. 엘리시어는 씨발 워리어가 되어서 언젠가 그 씨발년을, 자신도 씨발됨의 상태가 되어 씨발 돌진하여 존나 두들겨 패기를 소망한다. 능력 없는 아버지는, 그러니까 씨발년의 남편은 무능하게 낚시 의자에 앉아 썩은 논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흙탕물에서 낚시하거나, 개장 속 개를 꺼내 요리해먹는다.

이 씨발됨의 상태라는 것은 지독하게 끈끈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가족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전염되고 대물림되는 것이다. 도망치려 해도 씨발됨의 상태가 하수 처리장의 공기마냥 내 주변을 도사리고 발목을 잡고 만다. 이는 곧 서로를 원망하게 만든다. 이 원망은 다시 씨발됨의 상태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씨발 같은 씨발됨의 상태는 무한히 재생한다. 그것은 상태이기에 물리적으로 떼어놓을 수도 없다. 아무리 도망쳐도 떼어놓을 수 없기에 그들에겐 의욕이 없다, 문을 열어놔도 도망가지 않는 개장 속의 개 가족들처럼. 서로를 욕하고 패며,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도 소년들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엘리시어와 그의 친구 고미. 둘은 남자지만 여자 옷을 입고 다닌다. 엘리시어는 씨발년(a.k.a 어머니)을 언젠가 자신이 반드시 물리칠 것이라 다짐하고, 고물상 남자 주인의 아들인 고미는 자신은 결코 아버지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다. 씨발됨의 상태 속에서 그들은 희망을 노래한다. 그들은 앨리스씨다. 앨리스 소년이다. 동화 속 이야기를 하는 몽상가들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들은 조끼 입은 토끼를 따라 나섰고, 비록 토끼굴 속을 추락 중이지만 추락하여야만, 땅을 밟아야지만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앨리스씨다. 야만적인 앨리스씨다.

물론 희망을 가진다고 실재하는 현실이 희망적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실은 희망을 가질 때 더 큰 절망을 가져다 줄 수 있고, 영원히 희망의 문을 열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앨리시어는 씨발년을 과연 물리쳤을까. 고미는 과연 자신의 아버지와 정반대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희망이 찾아온다면 좋겠지만 절망과 실패도 당신에게 찾아올 것이다. 여장한 앨리시어는 유리창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지켜본다. 어머니의 모습이 나에게 보인다. 씨발년의 모습이 나에게 보인다. 나는 씨발년이 됐다.앨리스 소년은 그것을 받아들인 채,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기다릴 것이다. 누군가는 당신일지도 모른다. 돌아갈 곳도 없이 악취를 풍기며 여장을 한 채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까.

앨리시어는 당신에게 실패와 패배의 기록을 들려주려 한다. 차라리 이것이다, 라고 전해주려 한다. 그대가 옳다, 라고 전해주려 한다. 모든 것은 지나갈 것이다, 라고 전해주려 한다. 그대와 나는 고통스러울 것이다, 라고 전해주려 한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그대가 옳고 그대와 나의 이야기는 언제고 끝날 것이다, 라고 전해주려한다.

앨리시어는 붐비는 거리에 서서 혼잣말로 물을 것이다, 
자신만의 고통, 씨발, 실패를 안은 채,
자신에게 다가올, 언젠가 만날 당신을 기다리며 물을 것이다.

"그대들은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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