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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은 저번 달 보다 독서하는데 시간을 더 할애한 것 같은데 독서량에는 별 차이가 없다. 쑥스럽지만 다음 달은 더 분발할 것을 다짐하면서 지난 2월간 읽었던 책을 소개해보겠다.

1. 채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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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그 웃음의 끝에 그녀는 생각한다. 어떤 일이 지나간 뒤에라도, 그토록 끔찍한 일들을 겪은 뒤에도 사람은 먹고, 용변을 보고, 몸을 씻고 살아간다. 때로는 소리내어 웃기까지 한다.”

- 채식주의자에 수록된 중편 나무 불꽃 中 -

1970년 광주 태생의 시인 겸 소설가인 한강의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를 읽어봤다. 이미 알 사람들은 들은 다 알겠지만, 본 작품의 영역본이 2016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면서 한강에게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이는 이 책의 판매고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부커상 수상 전만 하더라도 판매량이 3만부에 그쳤지만, 수상 이후에는 무려 68만부가 팔렸고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내가 이 책을 찾아서 읽게된 계기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이전에 한강이 쓴 다른 책인 소년이 온다를 워낙 감명깊게 읽어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이 책을 중고로 팔겠다는 사람을 찾아서 꽤 먼 곳 까지 찾아가는 수고를 들여 사왔다. 아무리 중고라 하더라도 책 상태가 썩 좋지않아 실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책장을 넘겨 읽어봤다.

이 책의 한 남자가 자기의 아내에 대해 술회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녀의 이름은 영혜로 딱히 빼어난 외모를 지녔거나 매력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딱히 눈에 띄던 단점도 없었던 사람이었다. 화자도 이런 점이 마음에 들어 영혜와 결혼을 하였다. 그는 중소기업에서 중간관리직으로 제법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려 사장의 총애를 받았던 사람이고, 일 때문에 자주 늦게 퇴근하지만 그의 아내는 불만 하나 토로하지 않고 묵묵히 그의 끼니를 챙기고 집안일을 해왔다. 또 그녀는 틈틈히 아르바이트를 하여 살림에 보탬이 되어주었다. 그나마 가슴이 답답하다는 이유로 브래지어를 잘 하고다니지 않고, 가끔 하고 다니더라도 후크를 금세  풀어버리는 것 따위의 기벽을 제외하고는 모난 것도 없어보였다. 그렇게 무미건조하지만 무난한 결혼생활이 이어지던 어느 날, 전날 회식에서 술을 거나하게 걸친 화자는 오밤중 요의를 느끼고는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다 초겨울의 날씨였는데도 맨발에 얇은 옷차림으로 냉장고를 망연히 우두커니 쳐다 보고 있는 아내를 마주친다. 그는 영혜에게 대체 쌀쌀한 날씨에 왜 그러고 있었냐고 쏘아붙였지만, 그녀는 단지 꿈 때문에 이러고 있었노라고 대꾸한다. 그냥 해프닝으로만 끝나는 줄 알았던 그날의 상황은 머지않아 다른 양상으로 되풀이된다. 화자는 평일 아침 곤히 잠을 자고 있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평소대로라면 아내가 그를 늦지 않게 깨워주고는 아침식사를 차려주었지만 그날 아침은 한참 늦은 시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화난 화자는 역정을 내며 아내를 찾다가 기이한 일을 목격한다. 얼마 전과 마찬가지로 매우 얇은 차림에다 맨발로 냉장고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냉장고에서 온갖 고기와 생선을 모조리 끄집어내어 쓰레기 봉투에 모조리 우겨넣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기가 막힌 남편은 아내에게 대체 미친 거 아니냐고 그녀에게 악을 쓰며 도대체 왜 고기를 버리고 있냐고 묻자, 그녀는 더이상 고기를 먹지 않을 거기에 그렇고 있었다고 답한다. 대답에 연이어 기가 막힌 그는 곧이어 그녀에게 갑자기 왜 고기를 끊게 됐냐며 그녀에게 잇달아 묻자, 그녀는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는 사람들이 서로를 죽고 죽임당하는 끔찍한 악몽을 꾸고는 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하였다.

이 책은 총 3편의 중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로는 평범한 직장인인 영혜의 남편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채식주의자’, 둘째로는 비디오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영혜의 형부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몽고반점’, 마지막으로는 영혜의 언니인 인혜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나무 불꽃’이 있다. 세 작품 모두 작가가 각각 다른 날짜에 다른 문예지에서 기고한 중편 소설들이지만 앞서 얘기한 순서대로 연결되는 이야기다 보니 본작은 연작 소설집이면서도 장편 소설과 비슷한 구성을 갖췄다. 세 편에 걸쳐 이어지는 본작의 서사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영혜이다. 영혜라는 인물은 평범한 삶을 영위하다가 어느날 살육이 난무하는 끔찍한 꿈을 꾸고는 육식을 끊는다. 나중에는 식물의 삶을 희구하면서 섭식마저 거부한다. 대체 살육이 육식과 섭식이랑 무슨 관련이 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 있지만, 식탁에 차려지는 음식들의 재료는 모두 동식물의 생명을 박탈하면서 얻어오는 것 임을 생각해보면 영혜의 기행도 이해할 여지가 있는 편이다. 본 작품은 이처럼 포식이라는 행위가 내포하고 있는 폭력성에 주목하면서 삶과 인간에 대해 치열하게 탐구하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에 한강 작가 특유의 기괴하면서 서늘한 필치가 가미되어 있어서 뭇 사람들의 거부감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다른 작품에서는 느끼기 힘든 개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해 독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기도 한다. 저 또한 그 중 한명이기도 해서 꽤나 재밌게 읽었다.

상술했듯이 본 작품에 수록된 세 중편소설은 이야기가 서로 이어지지만, 엄연히 별개의 작품이었던 만큼 각 작품마다 지닌 분위기가 판이하게 다르다. 서늘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채식주의자, 감각적이고 탐미적인 묘사가 일품인 몽고반점, 다른 작품들보다 더욱 기괴하고 암울함으로 가득찬 나무 불꽃이 한 책에 모이면서 보다 더 다층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이렇게 다양한 분위기를 절제된 언어만으로 효과적으로 연출해내는 한강의 글솜씨를 보면 개인적으로 찬사를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본작이 꽤나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을 듣기도 해서  이 책을 읽기 전이 내심 걱정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은 이후에는 노파심이 말끔히 사라졌다. 개인적인 감상을 더 보태자면, 이전에 읽어봤던 소년이 온다 보다 내 입맛에 맞았던 것 같다. 물론 이 작품이 지닌 파격성과 기괴함 때문에 쉬이 추천하기에는 분명히 어려움이 따르고, 작품이 지닌 흠결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본 작품이 확실한 개성을 갖고 있고, 작품이 지닌 장점도 적잖기에 현대 한국 문학에 관심이 생겼거나 즐겨읽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적극 추천한다.

2. 돈키호테 1 또는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 (El ingenioso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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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로만세나 이발소나 극장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여성들이, 모두 살과 뼈를 가진 정말로 살아있는 여자들이며, 그녀들을 기렸고 기리고 있는 그 사람들의 진짜 연인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아니지. 다들 시의 소재로 쓰기 위해 만들어낸 인물들인 게야. (…) 그러하기에 저 알돈사 로렌소라는 그 착한 여자가 아름답고 정숙한 여자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으면 되는거라네. 가문 따위는 중요하지가 않아.”

- 돈키호테 1 中 -

1547년 스페인의 알칼라 데 에나레스 태생의 소설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가 1605년에 출간한 장편소설인 돈키호테 1편을 읽어봤다. 출간 당시에는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는 제목으로 선보였는데 당대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어찌나 큰 인기를 끌었는지 출간 7년만에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비롯한 주요 유럽 언어로 번역되었고, 다른 작가들이 가짜 후속편까지 냈을 정도였다. 허나 가짜 후속편에 처참한 퀄리티에 분개한 나머지 작가는 초판 10년 후인 1615년 후속편을 직접냈다. 아직 필자 본인이 1편 밖에 못 읽었으므로 자세한 소감은 2편까지 마저 읽은 후 남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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