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논어 팔일편의 夷狄之有君 不如諸夏之亡라는 구절을 보자. 

해석하면

"임금 있는 오랑캐 =/= 임금 없는 중국"

임.

송나라 시대 전에는 유학자들은 이 구절을

"임금 있는 오랑캐 <<<<<<<<<<< 임금 없는 중국"

으로 읽었음. 그런데 송나라(정자와 주자)부터는 이 구절을

"임금 있는 오랑캐 >>>>>>>>>>>>> 임금 없는 중국(=공자 시대의 분열된 중국)"

으로 읽었음. 주자의 논어집주엔 이렇게 적혀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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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은 팽귄판 논어. 출판 제목은 논어지만, 주자의 논어집주까지 같이 번역됨. 여기서 오씨 윤씨 둘 다 송나라 주석가임.)




그런데 문자적으론 후자의 해석이 가능은 하지만, 不如를 "~보다 열등하다"로 읽는 게(즉 전자의 해석이) 논어의 택스트 자체 어휘 대부분에 부합함.


"according to internal evidence within 論語, 'inferior to' fits most of the usage of 不如 in the same text."

ㅡChan Kin-Shing, How Do We Do If the Barbarians Have Their Monarchs: The Reading of the Sentence Yidizhiyoujun夷狄之有君 in the Analects from Song to Qing


[예시]
"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논어, 옹야)
자왈: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보다 못하다.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보다 못하다.




사람들은 흔히 '대성인 공자'와 '열화된 꼰대 레이시스트 주자'를 비교하지만, 오히려 실상을 보면 정주성리학(Neo-Confucism)이 고전 유학보다 더 개방적인 학문임.

당연히 조선의 지식인들은 주자의 해석을 취했음. 주자의 권위로든, '오랑캐' 나라라는 현실로든. 청 황실 역시도 그랬고.

그리고 오늘날에도 (적어도 교양 레벨에선) 우리나라 한학 연구자들 다수는 (비록 공자의 의중은 의심스럽지만) '대성인' 공자님을 '오랑캐'인 우리나라와 대비시키지 않기 위해 주자의 해석으로 가르쳐줌. 논문에선 몰라도, 교양 레벨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