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진 80년 전에 쓰인 소설인데, 시대적인 부분만 고치면 과장 좀 보태서 바로 어제 나온 소설이라고 해도 믿들 정도네요. 이런 내용이 아직까지 공감된다는게 서글프긴하지만, 읽었을 때 느껴지는 그것이 더 크게 다가오는 점에서는 장점이기도 히니까요 :/
단편집 중 하나라 굉장히 짧으니 살짝 읽어보셔도 좋을거같아요. ‘순구’와 ‘진수’ 두 인물만으로 전달하는 바나 감정이 뚜렷하기도하고 기승전결도 깔끔해서 너무 인상깊네요.
뻔하다면 뻔한 내용인데, 마지막에 돗대 쪼개는, 이런 느낌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네요. 박태원 다른 단편들 중에서도 이런 느낌으로 끝나는게 몇몇 있던데, 이런 뻔한 엔딩 참 좋아합니다.
TMI로 한 부분 살짝 옮겨봐요.
그러니까 결국 순구는 오늘 하루 구직을 단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중략) 순구는 갑자기 자기가 실상은 직업을 얻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나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럴 리가 없지, 그럴 리가 없지. 황망하게 그것을 부인하려고도 하였으나 그러나 순구는 자기가 구직 문제와 마주대하여 섰을 때, 일찍이 정열을 가져 보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아무리 싫어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신문의 삼행광고를 더듬는 그 태도에는 그 심정에는 분명히 불순한 분자가 섞여 있었다. 그것은 전혀 순구가 자기 자신을 속이기 위하여서의 행위에 지나지 않는지도 몰랐다.
나는 결코 일하기를 싫어하는 자가 아니다. 일을 얻기 위하여 내 딴은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구하여도 내게 차례 올 일이란 하나도 없지 않느냐 하고, 단순히 그러한 구실을 얻기 위하여, 그래 순구는 삼행광고를 더듬어 보는 것인 듯싶었다. (중략)
어느틈엔가 눈물이 두 줄 순구의 영양 불량으로 여위고 핏기 없는 뺨 위를 흘러내리려고 한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p.136~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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