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존경심도 아니고 ‘불안한 예감’이 드는 존경심이라니
원문을 찾아보니까 ahnungsvollen Respekt라고 쓰여있음
ahnungsvoll은 ‘Ahnung’과 ‘voll’이 합쳐진 단어인데
불안의 종류 중이서 대상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불안도 있지만
여기서는 생각이나 예측, 추측이 너무 많아서 생긴 불안을 의미하는 것 같음 (Ahnung은 추측, 예상이라는 뜻/voll은 영어의 full과 비슷) (이해를 더 돕자면 Ich habe keine Ahnung은 영어로 I have no idea라는 문장과 유사)
이런 해석으로 접근한다면 자신의 노래를 이해하지 못하는 귀머거리들 앞에서 공연하는 요제피네는 관객과의 소통을 단념했고 오히려 순수함을 배척하고 군중을 각성시켜 예술가라기 보다는 군중 사이에 너무 많은걸 알려줘서 불안을 조장하는 그런 존재(어쩌면 선동가?)일 수도 있다는 조금은 과감한 해석도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음 실제로 카프카가 살았던 시대는 1차대전이 이제 막 끝나서 전쟁에 대한 불안이 가득찼던 시기이기도 했으니까
카프카 해석은 참 다양한 가능성의 길이 열려있어서 재밌는 것 같음
그리고 어디까지나 어느 개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일 수도 있음을 알아주십쇼
독잘알!
난 카프카가 자기 작품들을 친구들에게 읽어주며 킬킬거렸다는 얘기 처음에 듣고 엄청 충격 받았었는데.
이건 사실 독일어 특징일지도
저 ahnungsvollen respekt 부분 말인데, 나는 독일어 까막눈이라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내가 주로 읽은 김해생 역본에서는 '기대에 찬 존경심'이라고 번역해놨더라. 영역본도 찾아봤는데 'awe respect'라고 돼있었음. 내용적으로 봐도, 저 부분은 요제피네가 자신의 공연을 방해하는 외부의 요소에 대해 맞서는 (사실은 제대로 맞서지도 않고 대립하는 자세만 취할뿐이지만 그게 또 효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일반 대중과는 구분되는 존재임을 드러내는 장면이기 때문에... 윗글에 나온 방식대로 해석하면 무언가 안 맞는 부분이 생기는 것 같다. 독일어 원문에 내가 모르는 미묘한 뜻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거 보기엔 그냥 '경외감' 정도를 표현한 부분이 아닐까 하고 생각됨.
내 생각엔 관객들이 느끼는 '불안한 존경심'의 정체는 자신들의 무리와는 구별되는 이질적인 존재인 요제피네를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상태에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낯설지만 유용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미묘한 감정이지 싶음. 고댓적에 마을 주민들이 제사장이나 무당을 지켜보는 눈빛과 다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요제피네의 공연에 노래 말고도 무언가 퍼포먼스적인 측면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장면이기도 함. 앞부분에 보면 '요제피네의 노래는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보기도 해야 진가가 나타난다' 운운하는 대목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윗글처럼 해석을 하면 문제가, 다른 쪽에서 서술된 부분이랑 아다리가 잘 안 맞게 된다. 요제피네에게 분면 선동가(?)적인 면모가 있기는 하지만, 그 면모라는 게 웃기게도 요제피네의 의도와는 별개로 관객들이 멋대로 그렇게 여기는 거라서... 요제피네의 노래를 단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쥐들이지만 그 공연만큼은 만남의 집회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느끼는 게 또 쥐들이니까. 요제피네가 쥐들을 모이게 만들 수는 있지만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관계 없이 일어나는 일들일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