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개인적인 체험에 불과한 일이기는 하지만, 저 혹독한 6.25의 경험 속의 공포의 전짓불(다른 곳에서 그것에 대해 쓴 일이 있다.), 그 비정한 전짓불빛 앞에 나는 도대체 어떤 변신이나 사라짐이 가능했을 것인가.
뒤에 선 사람의 정체를 감춘 채 전짓불은 일방적으로 "너는 누구 편이냐''고 운명을 판가름할 대답을 강요한다.
그 앞에선 물론 어떤 변신도 사라짐도 불가능하다. 대답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대답이 빗나가 편을 잘못 맞췄을 땐 그 당장에 제 목숨이 달아난다.
불빛 뒤의 상대방이 어느 편인지를 알면 대답은 간단하다. 그러나 이쪽에선 그것을 알 수 없다. 그것을 알 수 없으므로 상대방을 기준하여 안전한 대답을 선택할 수가 없다.
길은 다만 한 가지. 그 대답은 자기 자신의 진실을 근거로 한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제 목숨을 건 자기 진실의 드러냄인 것이다. 그밖에 다른 길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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