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역사왜곡만을 말하는게 아님.
오브라이언의 대사중에 이런게 있음.
'진정한 권력, 우리가 밤낮으로 추구해야 하는 권력은 물질에 대한 권력이 아니고 인간에 대한 권력이야.'
물질은 맥락상 현실이고 실재임. 1984에서 당이 추구하는 권력이 지배하는것은 실재로서의 현실이 아닌, 인식으로서의 현실임. 예를들어 오세아니아는 두 국가와 전쟁중이라고 알려져있는데, 물질(실재)을 지배하려는 자는 나머지 두 국가를 상대로 실제로 승리하려 할것임. 그래야만 '우리가 승리했다' 라는 선언이 참이게 됨.
반면 오세아니아는 다른 두 국가를 이기는 대신, 오세아니아가 다른 두 국가에게 승리했다고 모든사람이 믿게 만듦.
이게 바로 당이 추구하는 권력이고, 오웰이 동물농장에서도, 1984에서도 경고한 전체주의(혹은 스탈린식 공산주의)의 기만성임.
오웰이 경고하는 이 위험인물들은 현실을 바꾸려 하지 않음. 대신에 그들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지. 그것만으로 그들은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권력을 행사하고 강화할수 있음.
내가보기에 진정으로 오웰이 말하려고 한것은 '전체주의는 위험하다' 가 아님.
'그들은 현실 변혁에 관심이 없다.' 임.
진정으로, 밤낮으로 추구해야 할 권력...
왜 그들은 권력을 추구할까? 세상을 바꾸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는 대신 밤낮으로 권력을 추구하는 이유가 뭘까?
애초부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바꾸려는건 세상 자체가 아니라, 그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임. 그걸 바꿂으로써 그들에대한 지배력을 획득함. 오웰이 말한 '그들' 은 혁명가나 개혁가가 아님. 단지 극단적인 정치가일뿐임. 유례를 찾아볼수 없을정도로 극단적이고 야만적으로 권력 그 자체만을 추구하는 타입의 인간들.
애초에 누가 독재나 전체주의를 좋아하겠음?
그 사회의 정점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뿐임.
이들이 바꾸려는건 사실 자체가 아니라 자신들의 지배력이 미치는 인간의 인식이므로, 이들에게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한것이 아님. 대다수의 사람들은 진실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진실에 따라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함. 그러나 이 사람들은 '타인이 진실이라고 믿는것' 을 이용해서 타인을 지배하는데에만 관심이 있음.
공산주의 혁명의 역사에서, 진실은 중요한것이 아니었지.
사실이 아닌 죄목으로 체포, 추방, 처형, 사실이 아닌 자아비판, 사실이 아닌 선전, 비방....모든것은 진실과 관련 없이 이루어졌음. 그들은 실재라는 세계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님. 소시오패스들이 다른 사람들이 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것처럼, 이 권력가들은 왜 다른사람들이 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하지 못함. 왜냐면 그들은 진실 속에서 산적이 없기때문임. 실재라는 대지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서서, 상식과 이치, 때론 과학같은것들로 연결되어 진실의 감각속에서 살아온 이들에게는 현실이 무엇인지가 중요함. 그러나 이 권력가들에겐 그런것은 중요한게 아님. 이들은 타인을 지배하거나 우위에 설수 있으면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함. 이들에게 사실이란건, 단지 자신을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진술일뿐임. 그들의 삶에서 단 하나 중요한것은 남보다 위에 서고 대단한 존재가 되는것임.
1984에서도 마찬가지로 당은 모든 국가적 역량을 동원해서 진실을 은폐하고 날조함. 그들의 생활은 형편없고 기술이나 삶은 나아지긴 커녕 점점 더 퇴보하고 있지만 그런건 전혀 중요하지 않음. 왜냐면 이 기만적 시스템은 단지 타인에대한 지배력만을 추구하기 때문임. 이들은 실제로 초콜릿 생산량을 늘리는 힘든 일을 해내는 대신, 초콜릿 생산량이 줄어든 이유를 날조하고, 그다음엔 초콜릿 생산량의 과거기록을 날조한 다음, 마지막으로 초콜릿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고 날조하지. 결국 현실은 무엇 하나 바뀐게 없지만 대중은 지금 이 상태가 초콜릿 생산량이 늘어난 상태라고 믿게되고 그들에대한 지배력은 유지됨.
실제 역사에서도, 공산주의자 혹은 좌파끼리의 비판은 그들이 자본주의진영에 가하는 비판보다 항상 훨씬 강하고 잔혹했음.
사실 혁명이 성공하거나 학생운동조직이 만들어지는등, 일단 집단이 형성되고 나면, 그 안에서의 권력투쟁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하게 되었지.
내가보기에 오웰이 말하고자 한것은 바로 이것임.
공산주의가 항상 전체주의인것은 아니고, 전체주의가 항상 공산주의인것도 아님. 모든 좌파가 공산주의인것도 아니고.
오웰이 비판한것은 모든 공산주의나 모든 전체주의가 아님.
예를들어 스파르타는 일종의 전체주의국가로 간주할수 있지만 현대 전체주의사회와는 달리 진실을 억압하진 않았음. 그들이 만든 특유의 체제는 구성원들이 아니라 오히려 외부, 즉 그들이 부리는 노예들과 타 도시국가에대한 지배권을 위한 고육책에 가까웠을것임(소수의 이민족이 상위계층을 차지한 구조때문. 단련된 엘리트 전사시민을 중심으로 하는 병영국가가 될 필요성이 있었음).
그러므로 나는 1984를 공산주의나 전체주의에대한 비판으로 보지 않음. 이것은 공산주의나 전체주의를 포함한 어떤 특정한 사회구조에서 나타날수 있는 사태에 대한 이야기임.
특히 자본주의와는 사실상 전혀 관련이 없음. 이것은 경제에 관한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권력에 관한것임.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는 경제 체제이고 자유주의는 사회 체제이기 때문에 좀 구분해야 할 서술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동의함 - dc App
경제하고 자유하고 얼마나 관련되어있는지 닌 모르냐
자본주의야말로 "그들은 현실 변혁에 관심이 없다" 를 실현시키고 있는 거 같은데, 아 빅브라더상... 또 당신의 승리입니까...
이 글의 맥락에서는 자본주의는 현실을 변혁하는데 관심이 있다고 봐야함. 왜냐면 자신과 자신 주변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개선하니까. 그들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변혁과 관계없다 생각할수도 있지만, 기존 체제가 무언가를 끊임없이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시스템이라면 그들이 하고있는것은 (느리고 조용하지만 확실한) 변혁이라 볼수도 있는거지.
반면 기만적 전체주의자나 기만적 좌파들은 자본주의의(혹은 그밖의 무언가) 문제를 타파하고 삶을 개선하겠다는 기치와는 달리 실제론 단지 타인에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데만 몰두했고 종종 생활은 오히려 퇴보했지. 주장한것과 실행한것의 불일치성, 이것의 근원에는 기만적 권력추구가 존재한다는것이 오웰이 하려던 이야기- 라고 나는 생각하는것.
오직 권력을 위해 권력을 사용하는 기형적인 사회에 대한 글이라는 건가 그리고 권력은 물질적인 것 이상으로 정신적인 것이니 극단적인 의식의 지배로 극단적인 권력을 손에 넣는 것이고 그 뭐냐 개미 죽음의 나선같은 느낌...
ㅇㅇ 작중에서도 오브라이언은 정확하게 그렇게말함. - dc App
ㄴ ㅇㅎ 사실 1984 읽어본 적 업슴...
후세에 폭탄 돌리기 하는 폰지사기식 포퓰리즘 덩어리 정치장치들도 같은 맥락일까
저래서 요즘 관점에서 바라보면 권력의 중심이 확실히 보이는 오웰보다 헉슬리가 훨씬 오묘하다고 평가받는 듯. 21세기 선진국에서 권력은 효과이거나 일종의 대타자 역할이니
나는 생각이 다름. 1984에서 권력의 중심이 확실히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거든. 작중에서 빅브라더는 한번도 실체로서 등장한적이 없음. 빅브라더와 동시기에 활동했으나 숙청당한 3인의 원로들은 이제 노인인데 빅브라더는 아직도 전성기인것처럼 묘사되지. 오웰은 의도적으로 빅브라더의 인성을 철저하게 제거했음. 그는 일종의 상징으로만 등장함. 주인공이 오브라이언에게 이렇게 묻지. 빅브라더는 존재하냐고. 오브라이언은 그는 존재한다 대답함. 주인공이 다시 묻지. 그는 내가 존재하듯이 존재하냐고. 오브라이언의 대답은 '자네는 존재하지 않는다네' 임.
오브라이언을 일종의 관념론자로 이해한다면 이 대화는 의미심장함. 당은 물질에대한 권력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에대한 권력을 추구한다는 주장, 그리고 주인공은 존재하지 않으며 빅브라더는 존재한다는 주장...주인공이 던진 '나처럼 존재하느냐' 라는 질문은, 더 본질적으로는 '당신은 실재와 진실을 믿고, 나와 같은 인식적 세계에 살고있느냐' 라는 질문임. 이 모든것, 구중궁궐같은 정부건물과 고문실과 가짜뉴스와 전쟁과 날조...그 모든것 너머에 그럼에도 진실은 존재하고 빅브라더라는 인물은 인간으로서 실존하고 있느냐라는것임. 인간 빅브라더의 존재는 진실을 상징하는것이지. 인간 빅브라더에 의해 만들어진 이 사회, 그리고 인간이기에 언젠가는 죽는 빅브라더, 모든것은 아무리 날조해도 움직일수 없는 과거가 있고 소멸한다는 운명
이 있고, 빅브라더는 언젠간 죽으며, 그것과 같이 이 당도, 기만으로 가득찬 사회도 생명력을 다하고 사라며 다시 사람들이 진실을 믿는 세상이 올거라는 믿음, 그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주인공 자신은 그 미래를 보지 못한다 해도 희망을 품고 순교자로 죽을수 있음. 그러나 오브라이언의 대답은 주인공은 존재하지 않고 빅브라더는 존재한다는것. 이것은 단순히 주인공이 이제 사회에서 지워진 존재라는 뜻만은 아님. 오브라이언은 존재라는것 자체에 대해서 역으로 주인공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음. 존재한다는게 뭐지? 이제 누구도 널 기억하지 못할것이고, 그런 과거가 있었다는걸 증명할수도 없게된다. 반면 당은 영원히 존속될것이다. 왜냐면 당은 하나의 개인의 의지에 의해서 작동하는것이 아니라
모든 개인을 능가하는 전체로서, 그 시스템 자체의 생명력으로서 작동하기때문에. 숙청된 원로들은 빅브라더에게 숙청당한게 아님. 당이라는 시스템 자체에 잡아먹힌것임. 개인으로서 가장 강한 권한을 지닌 자들도, 그 개인들을 능가하는 전체 시스템을 이길순 없음. 시스템은 인간이 창조했지만 인간을 능가해버림. 설령 숙청당하지 않아도 원로들은 죽지. 누구든 죽어. 그러나 당은 이어지지. 시간이 더 흐르면 어느샌가 당에대한 (실존인물 빅브라더를 포함한) 개개인의 의지는 희석될대로 희석되어 남아있지 않게되고, 시스템 자체의 생명력만으로 그것은 작동하고 인간들을 지배할것임.
오웰은 표면적으로는 이 소설을 스탈린 소련에대한 비판이자 경고로 썼겠지만, 작품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의미심장한 내용들은 이 작품이 훨씬 더 심오하고 본질적인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떤것을 예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줌. 물질, 실재, 관념, 언어, 진실, 부분과 전체, 시스템...특히나 나는 이미 이런 주제에 대해 이미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1984는 굉장한 놀라움으로 다가왔음. 왜냐면 저런 주제들은, 예를들어 심리철학이나 정보이론, 시스템과학이 50년대 이후에 시작되었듯이, 굉장히 현대적
인 주제들이기 때문임. 일부분야는 20세기 말에 시작되었고, 어떤분야는 20세기에도 나타나지 않았음. 물질과 실재에대한 재고는 2000년대에 들어서야 신질재론, OOO등으로 논해지기 시작했고, 시스템에대한 철학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듯 함. (국내에선 장회익같은 사람이 하고있는것같긴함) 의도적이었던건 아니지만 내 관심사는 거의 항상 가장 최근의 것이거나 아직 오지않은 미래에 관한 것이었음. 근데 1949년에 쓰여진 이 책에선 이 모든것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그것들에 대해 열변하는게 아니라 교묘하고 의미심장한 구조 속에서 이따금 드러나도록 문학적 품위를 잃지 않는 방식으로 말하고 있음.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베토벤의 대푸가가 영원히 현대적인 작품이라 칭송받듯이
1984는 내게 충격적으로 현대적인 작품이었음. 이것은 단순히 인류역사의 어느 한순간 존재할수도 있는 사회상을 예언한 소설이 아님. 이것은 훨씬 더 심오하고 본질적인 관념들을 이야기하고 있음. 그렇기에 멋진신세계에서 그린 사회가 오늘날의 현실과 더 유사하고, 1984의 예언은 이미 흘러간 이야기라는 말에 동의할수가 없다. 이건 예언이 아님. 뉴턴의 물리학이 예언이 아니듯. 과거에도 미래에도 언제나 존재하는 세계의 본질적인 원리에 대한것임. 그러니까 민음사판에서 첨단기술과 감시사회 어쩌구 하며 텔레스크린 이야기나 하던 역자서평에는 황당을 금할수가 없다. 이 마스터피스를 읽고 해낸 생각이 고작 그거라고?
ㄴ 내가 1984를 좋아하는데 왜 그런지 이유는 못찾고 있었는데 이 대댓글 보니까 머리가 띵하네... 단순히 물질적으로 존재하는 국가, 단체 등 인간 사회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관념적으로 실재하는 권력에 대한 이야기였어 ㄷㄷ 권력이 관념적으로 실재한다면 지성체가 없으면 권력은 존재할 수 없는가? 이런 질문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게 돼고, 인지의 한계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 틀을 넘어선 메타적인 세계를 마주할 수 있을까 궁금함. 혹시 인지과학에도 관심 있음?
ㅇㅇ. 내 관심사는 지능에서부터 출발해서 인지심리와 심리 전반으로, 그다음은 인지과학 전체로 확장되고, 여기서 다양한 관점에서 본 마음, 그리고 마침내 마음을 닮은 모든 시스템에 도달했음.
인식론적 현실에 대한 지배라면 현대사회 기득권들도 마찬가지인데. 자본주의가 훨씬 교묘하고 비적대적으로 보이고 쾌락을 제공할 뿐이지. 그러니까 우리 모두 헉슬리 읽읍시다...
이게 맞음
번역 어디출판사거 젤 추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