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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후감은 소설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구조에 맞춘다







나이 25살, 소설적 재미에 관해 고민하고 있었다

소설은 우선 어느정도의 재미가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직관적인 지식을 줄 수 있는 소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답은 우선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나왔다

작금의 소설보다 고전을 읽고 싶다는 욕심 그리고 명성에 반한 탓이다

인터넷에 조언을 구해보아도

단순 소설적 재미의 극한을 달성한 작품이라며

가장 먼저 추천이 나오는 것을 보고

내 열정 또한 불이 붙었으나

막상 모두 읽어본 지금은 상당히 식어있다

왜냐면 나온 지 100년도 훨씬 넘은 소설이고

이야기의 풀롯 자체가 워낙 많이 쓰이기 때문에

전개과정이 익숙하고 인물들은 전형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말을 읽을 즈음엔 그렇게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내가 180년 전 사람이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이야기가 익숙하다는 건 그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뜻이니

내 이런 말이 작품의 명성을 해치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미리 적어두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두고 드는 장점은 무엇보다도 '재미'다

내 목적을 위해서라면 우선 이 책이 왜 재미있을까를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왜 재미있을까?





도서관에서 빌려온 판본은 총 5권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표지는 헐겁고 약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쉽고 간단하다



가난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선원 에드몽 당테스는 본인을 시기하는 이들의 모략으로 한순간에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잃고 감옥에 떨어진다

십수년의 시간이 흐르고 감옥을 빠져나온 에드몽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복수를 시작한다



유명한 이야기다



위에서 말했듯 나는 다소 욕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단한 문호 선생의 소설적 기술을 훔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독서는 속물적이기까지 했다

서사가 아닌 구조에 집중했고, 그럼에도 이해하기 쉽게 잘 짜인 내용이다



2권을 읽는 와중 문득 소설적 재미에 관한 단서를 잡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3권째에 접어들면서 내 머릿속을 뛰쳐나가고 말았다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그러한 장점이 3권, 즉 에드몽 당테스가 파리의 상류사회에 침투하기 시작하는 부분부터는 어쩐지 퇴색되거나, 눈에 띌 정도로 나타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놓쳐버렸거나)

지금 생각해보면 중반부부터는 그런 장점 없이도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기에 굳이 챙길 필요가 없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 장점이 무엇이냐 하면 일단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우선 소설 속의 재미를 설정하는 기술이다

소설의 재미는 첫 문단에서 많이 결정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그 뒤의 문단들을 조련하는 일이다

문단과 문단이 대화를 나눈다

대화는 똑똑하고 매끄러워야 한다



간단하게 보면 이렇다



첫 문단이 사건을 제시하면

두 번째 문단이 사건을 받아 전개한다

세 번째 문단에서 반전, 또는 새로운 사건이 개입하고

네 번째 문단이 이들을 아우르며 전개하거나 말미에 또 다른 사건을 제시한다



이런 과정에서 재미가 높낮이를 탄다

재미와 잠깐의 지루함, 그 고도를 헤쳐가는 과정 속에서

사람은 집중하고 작가가 제시하는 소설 속 재미에 몰입한다

이런 몰입은 여타 매체가 주는 쾌락과 잠시동안 분리될 수 있다

책 속에서 재미가 지루함을 덜어내고, 지루함이 쾌락을 덜어내는 프레임을 이미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쾌락을 느끼는 일을 생각해보자

일상에서 벗어난 자극이 쾌락을 줄 것이다

허전함을 쾌락으로 털어주는 일이다

위에서 말한 높낮이가 이를 뜻한다



육체는 자극을 느낄수록 더 큰 자극을 원한다

이런 게 반복되면 자극의 양은 커도 쾌락의 양은 비슷하거나 되려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쾌락이 자극을 따라가지 못해, 역치가 박살하는 것이다

재미의 핵심은 역치다

재미는 역치가 줄거나 늘어나는 과정에서

현상을 이해할 때 생기는 듯 하다



재미를 위해서라면 이런 역치를 가지고 놀 줄 알아야 한다

서사, 이야기는 이러한 사람의 역치를 조절하는 능력을 가진다

이야기 안에 하나의 세계를 설정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잘 짠다는 작가의 능력은 곧

이러한 세상의 역치를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입맛좋게 조련하는 능력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몇 달 전부터 해오고 있었다



그런 와중 알렉상드르 뒤마 선생이 소설로 나에게 보여준 길은

그러한 생각이 어느정도 실제 세상과 상통하는 바가 있다는

거의 몽상에 가까운 깨달음을 주었다



써놓고 보니 간단하고 당연한 말이다

그러니 진중하게 갈고 닦아야겠지





그러는 데 필요한 건 우선 문단의 간략함이다

문단 하나가 하나의 토막을 나타내도록 정제하는 능력

내 생각에 뒤마 선생은 문단 하나가 한 가지 말만 하도록 주의한 듯 하다



부소니 신부로 위장한 에드몽 당테스가 자신을 배신한 일당 중 하나인 카드루스의 여관으로 들어가

다이아몬드를 건내주는 장면부터

그 다이아를 사러 온 보석상을 카드루스와 그의 아내가 살해하는 장면까지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 토막에서

이 장점이 가장 크게 부각되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 때가 소설의 결말부를 보았을 때보다 더 감동이 컸다



상황 하나를 인물의 말처럼 배치하여

사건전개를 대화체로 이끄는 능력이

정말로 탁월한 작가였다



그런 만큼 인물 간의 대화 속에서 서서히 긴장상태를 촉발시키는 것 또한 소설의 재미 구조에서 큰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위 장점은 소설 말미, 프란츠 데 피네 남작의 아버지가 암살당한 전말이 밝혀지는 부분에서 훌륭하게 나타난다



물론 뒤마는 소설공장을 운영했으니 온전히 모두 그의 저술이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허나 그가 쓰고 또 검수한 소설들이 하나같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서 능숙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위에서 설명한 방식대로 해당 줄거리의 문단구조를 서술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책들은 지금 도서관에 있다





그 외에도 재미의 속도감을 위해 신경쓴 흔적이 여럿 보인다



그중에서도 우선 공간과 장소, 복장서술을 간략하게 한 부분을 들고 싶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추락과 절망, 사랑의 실패, 복수, 재물과 금은보화, 죽음과 슬픔 등등

지극히 사람 중심적인 서사에서 주변의 풍광이 어떻느니 누가 뭘 입었느니 하는 것들은

인물묘사에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니면 중요성이 덜할 것이다





둘째로는 주인공 외 인물의 서사가 풍부하다는 점을 들겠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루이지 밤파와 알베르, 프란츠 데 피네 세 인물이 얽히는 로마 에피소드에서

각자의 이야기와 개성이 서술되는 부분이었다



뜬금없이 튀어나온 인물 루이지 밤파의 일대기는 사람에 따라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 인물의 배경은 다소 불필요하게 느껴질 만큼 방대하기 때문이다

뒤마가 살던 시절에는 소설의 분량에 따라 고료를 받았기 때문에(요즘도 웹소설에서는 이런 방식이 재현되고 있다)

시대상을 고려해볼 때 충분히 이해 가능한 종양 맹키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주 서사와 관련없는 인물의 뜬금없는 이야기가

소설의 완성도를 또한 개성적인 방식으로 높혀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의 세상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제라르 드 빌포르 검사와 당글라르 부인의 치정 이야기가 베네데토와 조반니 베르투치오의 서사로 확장되는 부분 또한 소설에서 상당한 묘미를 가지고 있다



허나 이런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곁가지이며 이야기의 큰 줄기를 위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팍팍 드는 건 조금 슬픈 일이다.

이 탓에 서술이 끝난 뒤 약간의 배신감이 드는 건 내 취향이 이상해서일까





셋째는 무엇보다 전개가 시원시원하다



이 장점은 이미 위에서 서술한 장점들의 종합이다

허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독자가 이야기를 읽는 속도 역시 설정할 줄 알아야 한다

작품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속도를 제시하느냐 또한 작품의 분위기를 설정한다



위에서 설명한 문단과 문단 사이의 대화에서는 재미 말고도 속도 역시 신경을 써야한다

느린 문단과 빠른 문단을 구분하고, 또한 이를 병렬적으로 조절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흐름을 타는 것이다

집중해야 하는 부분과 무시해도 좋지만 핍진성, 개연성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전개할 때

독서의 속도감을 어찌 조절해야 하는지 또한 작가의 개성과 능력이 달린 부분이다



문단과 문단이 대화를 한다면

위와 같은 논리로

챕터와 챕터 사이에도 대화가 필요하다

빠른 챕터와 느긋한 챕터가 공존한다

보통 빠른 챕터에서는 인물간의 대화가 거의 날림 식으로(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짧은 문장을 주고받는 식으로 이어지고는 한다



이런 거다

느린 흐름에서는 이렇게 서술한다



뭔가 커다란 게 갑자기 훅 달려와서 보니 여자는 깜짝 놀랐다. 웬 미친놈이다.

"이봐요, 아가씨, 거 말 좀 물읍시다." 사내의 입가에는 케첩이 묻어있었다. 급하게 끼니로 집어삼킨 버거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흔적이다.

"어, 왜요?" 여자는 그 입가의 케첩을 보면서 멍 때리느라 대답이 조금 늦어버렸다. 어쩌면 이렇게 햄버거의 명징한 복수가 실현되는 것이다. "뭔 말을 물어 아저씨, 갑자기 말을 걸구 무섭게." 그녀가 가슴을 쓸어내리는 손짓에 욱한 시선이 따라갔다.

"헤헤, 지금 시간이 몇 시죠?"

"그건 아저씨 휴대폰으로 봐야죠." 여자가 말했다."왜 사람을 놀래키고 그래, 이상한 사람이네 진짜."

"하하, 아니 거 씨 왜," 남자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시간 좀 물을 수도 있지 말을 그따구로 해요"

"입에 케찹이나 닦아요 아저씨." 여자는 휴대폰 화면을 꺼내들었다. "자, 봐요, 4시 38분이네."

"휴대폰 있으면 나 번호나 좀 주지 그래요."

여자는 기가차서 소리쳤다. "이거 미친새끼 아냐!"





빠른 부분에서는 이렇게 서술한다



뭔가 커다란 게 갑자기 훅 달려와서 보니 여자는 깜짝 놀랐다. 웬 미친놈이,

"이봐요, 아가씨, 거 말 좀 물읍시다."

"어, 왜요? 뭔 말을 물어 아저씨, 갑자기 말을 걸구 무섭게."

그녀가 가슴을 쓸어내리는 손짓에 욱한 시선이 따라갔다.

"헤헤, 지금 시간이 몇 시죠?"

"그건 아저씨 휴대폰으로 봐야죠. 왜 사람을 놀래키고 그래, 이상한 사람이네 진짜."

"하하, 아니 거 씨 왜, 시간 좀 물을 수도 있지 말을 그따구로 해요"

"입에 케찹이나 닦아요 아저씨. 자, 봐요, 4시 38분이네."

"휴대폰 있으면 나 번호나 좀 주지 그래요."

"이거 미친새끼 아냐!"





독후감을 쓰다 보니 이거 당연한 소리만 해댄 것 같다

그렇게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저 이제라도 알 수 있었으니 다행일 뿐이다





어쨌든 이런 기술이 뒤마만의 온전한 장점이라고는 말하지는 않겠다

요즘 소설에 관련한 커뮤니티에서 으레 볼 수 있듯이

소설의 기술은 공식화되어있고

대부분 기본적인 틀이 정해져 있으니까











허나 뒤마는 나에게 기본적인 틀을 보여주고

이점을 설파하며

어떻게 하면 그런 장점들을 작가의 특유의 개성으로 깎아내

순도높게 응축할 수 있는지

그 편린을 보여준 고마운 작가다





물론 이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로

매력적인 인물과 방대한 서사에 가장 큰 몫을 들어야 함을

내가 모르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