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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V】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X Aimer-Ref:rain / (After the rain 恋は雨上がりのように)

인생에서 잠시 비를 피하며 용기를 얻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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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사랑은 저돌적이다. 중년의 고민은 현실적이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밤의 센치한 감성과 해가 쨍쨍하게 비추는 한 낮의 활발한 기분. 모두 여름의 모습이다. 비가 내린 뒤엔 맑은 하늘이 찾아오듯이, 청춘과 상념은 번갈아가며 여름 날의 풍경을 더해간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의 주인공은 아킬레스건을 다쳐 달리기를 포기한, 날카로운 인상의 소녀, “아키라. 그녀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한다. 가게의 점장은 애 딸린 중년의 이혼남, “콘도. 그는 뭘 해도 어설픈 인상을 준다. 아키라는 콘도에게 연심을 품는다. 무더운 계절인 여름, 현기증 날 정도로 뜨거운 소녀의 청춘과 마음을 어지럽히는 중년의 상념이 시종일관 부딪히며 가슴 철렁한 에피소드를 쌓아간다.


이 작품은 언뜻 10대 소녀와 중년 남자의 그릇된 로맨스로 읽힌다. 그렇게 보이는 만큼, “당찬 소녀와 어설픈 아저씨라는 장르적 가치를 충실히 따르기도 한다. 선이 굵은 화풍은 캐릭터에게 또렷한 개성을 부여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상호작용이 장르적 재미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 만화의 재미는 물론 장르적 재미일 것이다. 그러나 이 만화의 가치는 장르를 긍정적으로 배반한다.


소녀는 왜 중년을 좋아하는가?” 라는 장르적 질문은 에피소드를 거듭해가며 아키라는 왜 콘도를 좋아하게 되었는가?” 로 이어지고, “달리기를 좋아했던 소녀는 왜 더 이상 달리지 않는가?”에 도달한다. 이 전환을 일으키는 것이 콘도의 역할이다. 소녀의 저돌적 사랑에 제동을 걸고, 아키라의 마음을 휘저으며, 그 안에 감춰놨던 청춘의 꿈을 다시 깨운다. 중년은 소녀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다는 장르적 명제는 콘도는 아키라의 청춘을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나의 청춘은 어떠했는가?”에 도달한다. 이를 깨닫게 하는 것이 아키라의 역할이다. 관습적 가치관에 도전하고, 콘도의 머리를 어지럽게 하며, 그 속에 남아있던 문학을 향한 꿈을 들춰낸다.


청춘과 상념의 충돌은 장르적 재미를 긍정적으로 배반하고 인간 보편을 그려내는 문학적 목표를 향한다. 류노스케의 <라쇼몽>, 나츠메 소세키의 <도련님>, 미시마의 <금각사> 등 일본 순문학이 인용, 소재로 등장하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때문에 소녀와 중년이라는 장르적 범주는 아키라와 콘도라는 캐릭터로 구체화되고, 이들은 다시 자신의 삶을 돌이켜봐야만 하는 개인으로 특수화된다. 전설적인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맥키는 <스토리노믹스>에서 인간의 정신은 특수에서 보편으로 향한다고 설명한다. 즉 독자는 구체적 무언가를 접함으로써 보편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독자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을 보며, 아키라에게서, 그리고 콘도에게서 자신의 어떤 측면을, 아니 나 자신에게서 두 사람 모두의 감정과 고민을 느끼고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청춘이라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지나쳐갔는지, 청춘을 지나 어디로 가게 될지.. 고민하게 된다. 미성숙하기 때문에 강렬하고, 강렬하기 때문에 혼란스럽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성숙해질 수 있는 그 시기를 가치 있게 보내었는지. 그 때 이랬더라면.. 그 때 그랬더라면.. 그 때의 열정이 어디서 왔는지.. 지금의 열정은 어디서 오는지.. 사랑이란, 어쩌면 그것이 현실적이지 못한 사랑이라 해도, 상호적이 아닌 일방적인 감정의 흐름일지라도 그것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소중한 원동력일지 모른다.


마유즈키 준은 청춘이 품고 있는 뜨겁고 난폭한 감정을 무척이나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 감정을 잃어버린 중년의 뒷모습도 현실적으로 표현해냈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청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정말 가슴 떨리는 로맨스와 함께, 중년들의 무게감 있는 고민, 덧없는 순간들을 되새김질하며 느끼는 추억의 감성,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들, 할 수 없음에도 하려 하는 것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민과 성장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청춘의 계절인 여름을 지나, 두 사람은 무척이나 깨끗한 결말을 맞는다. 여름의 상쾌한 하늘은 비가 갠 뒤에야 찾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