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이 어린 학생들(말 그대로임, 김나지움 다니는 수준의 청소년 아해들)을 위해 자신의 철학 체계 전반을 설명해주는 책을 쓰겠다고 마음 먹고 낸 책(1817년)
그런데 처음엔 생각처럼 체계가 안 잡혀서 두 번(1827, 1830)에 걸쳐 개정을 했고 최종적으로 나온 1830년 엔치클로패디(말 그대로 철학적 백과사전)가 표준판이 됨.
참고로 엔치클로패디는 그리스어에서 온 말이고 엔퀴클 어쩌고 뭐 원(circle)과 교육(education)을 합친 말이라고 생각하면 됨. 전반적인 교육, 이란 뜻으로 그리스 시기만 해도 그냥 두루두루 가르치는 기초교양 커리큘럼이었는데, 이게 헬레니즘 시기 이후에 백과사전이라는 뜻을 갖게 된 거임.
아무튼 이 책은 생각과는 달리 헤겔 입문서는 아님. 입문서는 그냥 헤겔 책 아닌 걸로 보셈. 다른 걸로 입문하고 현상학이건 뭐건 읽다가 헤겔의 체계 전반을 보려고 할 때 읽으면 좋음.
이 책의 장점은 헤겔 본인이 이해에 도움이 되라고 잔뜩 달아놓은 부연설명에 있음. 종종 완역본으로 얘기되는 서동익이 번역한 책(절판됨)은 그걸 다 빼놓은 번역이라 가치가 좀 떨어짐.
물론 이 책은 따로따로는 완역이 되어 있음. 제1부 논리학, 제2부 자연철학, 제3부 정신철학이 각각 따로 완역되어 있었음. 이건 영미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최근 캠브리지 대학 출판부에서 완역한다고 새로 시도하면서 제1부만 나왔는데 이게 2010년에 나오고 후속권 소식이 없음. 2007년에 마이클 인우드가 제3부만 따로 새로 번역을 했는데 이건 옥스퍼드에서 나옴.
우리나라 역본은 제1부 전원배, 서문당 제2부 박병기, 나남 제3부 박병기, 울산대 출판부 이렇게 따로따로 나와있음. 전원배 역본은 "헤겔의 논리학"이란 이름으로 지금도 서점에 있음. 뒤의 두 권은 구하기 힘듦.
이런 상황에서 이신철이 새롭게 완역하겠다고 제1부 나온 것임.
순서대로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솔직히 위의 출판 현황 때문에 1부는 중복이고 (물론 번역은 더 나아졌겠지만), 제2부랑 제3부(특히 제2부)가 더 기다려지는 게 사실임.
펠릭스 마이너에서 내놓은 새로운 헤겔 전집은 17년 판, 27년 판, 30년 판 다 나와있음. 이건 이미 30년도 전에 나왔으니 어느 나라건 엔치클로패디 번역이 정말 잘 안 나오는 셈.
일본의 경우 꽤 여러번 번역되었고
2002-2006년에 걸쳐 최종적으로 전권 완역
https://ja.wikipedia.org/wiki/%E3%82%A8%E3%83%B3%E3%83%81%E3%82%AF%E3%83%AD%E3%83%9A%E3%83%87%E3%82%A3%E3%83%BC
단하나 외국어를 한다면 물론 영어지만 일본어는 접근성이 좋아서 배워두면 좋은 책 많이 읽을 수 있음
아 아니다 2010년에도 전권 번역이 되었네
그래서 나도 하세가와 히로시 일본어 역으로 정신현상학을 봤는데, XX 어떤 언어로 봐도 엿같더라는. 아무튼 특유의 태도 때문에 조금 거슬릴 때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어 번역본 참고하면 편하긴 함.
엔치클로페디특) 제목 번역이 제각각이어서 헤겔 관련 책 볼때 이 사람은 뭐라고 번역했나 찾아보는 재미가 은근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