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작 검은사슴부터 거진 다 읽어봤는데

대체로 소외된 존재에 가해지는 폭력의 형태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듯하며

한강 최고의 강점은 소설들마다 느낌이 다르다는 점 같습니다.

가령 저는 한강의 소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람이 분다, 가라'입니다만

이는 대표작인 채식주의자나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과 매우 다른 분위기입니다.

저는 한강의 장편 소설들을 '이해가 쉽게 되는 소설', '이해가 잘 안 되는 소설', '시와 같은 소설' 등으로 나누는데

이해가 쉽게 되는 소설에는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바람이 분다, 가라 등이 있고

이해가 잘 안 되는 소설에는 채식주의자

시와 같은 소설에는 희랍어 시간, 흰,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있습니다.

소년이 온다는 좀 특수한 형태로 재현을 목적으로 해서 한강 소설들 중 채식주의자와 더불어 가장 이질적이라 생각합니다.

위의 분류 중 바람이 분다, 가라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시와 같은 소설이면서 이해가 쉽게 되는 소설의 경계에 있어서 문장을 음미하는 맛이 있습니다.

검은 사슴은 데뷔작이면서도 가장 길고 탄탄한 기승전결이 있어서 자꾸 보게 만드는 맛이 있었고

그대의 차가운 손은 취향맞는 분들에겐 직격탄일 수 있는 소재를 다뤘는데 인간의 가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외의 소설들은 독갤에서 자주 언급되니 적지 않겠습니다만, 자기복제품이 없다는 점에서볼 때마다 실망은 안 시키는 작가라 생각합니다.

한강 작가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아마 다들 동의하지 않을까 싶네요. 소설의 분위기도 표현도 자신의 주제에 맞추어 충실히 변화시켜왔기 때문일 겁니다.

하여튼 그런 면에서 저에게 한강의 소설은 바람이 분다, 가라라 가장 와닿는 작품이었습니다.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면서도 인물의 입체감이 없지도 않고 문장 보는 맛도 쏠쏠하다는 점에서요.

반대로 어떤 분은 이도저도 아니었다고 평할 수 있겠다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