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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우에 맞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 날로부터 자그마치 11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혐오를 마주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여성을 위한 정치는 찾기 어렵다. 6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여성 후보 공천 현황은 전체 후보의 16.4%, 국민의힘의 여성 후보 공천 현황은 전체 후보의 11.8%에 불과하다. 대통령실은 지난 22일 "공약 이행에 대한 행정부 차원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피해자도, 조력자도 아무도 보호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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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처한 이 같은 정치적 어려움 속에서 읽어봐야 할 책이 있다. 바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비서 출신인 문상철씨가 쓴 <몰락의 시간>이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안 전 지사를 긴밀하게 보좌해 온 저자에게 있어 안 전 지사는 김대중과 노무.현을 잇는 진보 정치의 완성이었다. 하지만 그는 점차 자신을 위한 안락함을 위해 주변인들의 희생을 요구했고 팬덤에 빠져 자신을 향한 비판을 귀담아듣지 않기 시작했다.

저자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낌새를 느끼면서도 다른 주변인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권위에 짓눌러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잠시 안 전 지사와 떨어져 일하던 저자에게 어느 날 김지은씨로부터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안 전 지사와 8년 동안 수행비서로서 관계를 쌓아온 저자는 먼발치에서 1년 정도 마주한 후배를 돕기로 마음먹는다. 김씨의 피해사실 폭로 이후 안 전 지사 주변인들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저자가 정치권에서 발을 못 붙이도록 외압을 행사했다. 1년이 넘는 재판 끝에 가해자는 감옥에 갔지만 "살고자 범죄를 고발"한 피해자는 "결국 직장을 잃고, 돌아갈 곳마저 없어진 상황"에 처했다.

이는 비단 김지은씨에게만 닥친 상황이 아니었다. 조력자였던 저자 역시 수많은 압력에 시달렸다. 당시 그가 재직하던 정세균 국회의장이 "희정이 참모들 중에 가장 에이스라고 안 했나. 좋다고 추천해놓고 이제와서 무슨 소리냐"라며 그를 보호해주었지만 정 의장이 국무총리로 임명되자 그를 보호해 줄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저자는 정치권에서 추방됐다.

"지사님이 따로 부르면 꼭 언니한테 애기해!" 이제는 그런 '조언'이 사라져야 한다

스스로 "내가 이 범죄를 용인한 무수히 많은 공범 중 하나다"라며 자책하고 반성하는 저자지만 그 역시도 권위적 구조에 의한 피해자였다. 언제 전화가 올지 몰라 샤워 중에도 방수팩에 휴대폰을 넣어 챙겨야 하고 안 전 지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겨야 했다. 이처럼 무리한 업무로 인한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피해자들에게도 젠더권력으로 인한 차이가 있었다. 여성이라고 해서 막대한 업무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그들에게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라는 젠더에 기반한 가해가 추가됐다.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자는 더 있었다.

저자는 "지사님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니니까 너무 믿지마"라고 충고한 선배와 "앞으로 짧은 치마는 절대 입지 말고, 지사님 곁에는 너무 가까이 가지마. 따로 부르시면 꼭 언니한테 이야기하고!"라며 미니스커트를 입는 후배들을 질책하는 선배들을 회상하며 "안희정 조직 안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이라고 추측한다. 실제로 몇몇은 일부에게 안 전 지사에게 입은 피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저자는 안 전 지사의 진실에 대해 낱낱이 고발하면서도 그의 악성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다. 그보다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바로 그의 악성이 현현하기까지의 과정과 구조다. 저자는 그릇된 현재의 과정과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제2의 안희정, 제3의 안희정은 끊임없이 출몰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력자는 정계 추방되고 2차가해자는 민주당 최종경선까지 선발되고 후보단일화...
우리네 정치 구조는 6년 전과 얼마나 바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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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정치 구조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김지은씨가 JTBC에 출연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밝힌 지 정확히 6년이 흐른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은 서울특별시 서대문구갑에 공천을 신청한 후보자들 중 5명을 1차로 선발했다.

이중 성치훈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김씨의 폭로 이후 법정 증언에서 안 전 지사를 옹호하며 김씨가 자신을 향해 '오빠'라고 지칭한 문자가 김씨와 안 전 지사 간의 문자로 보도될 때 침묵했다.

책에도 나와있지만 성 부의장은 재판 이후 인턴에 준하는 입법비서관에서 한번에 다섯 단계를 뛰어넘어 5급 비서관이 되었다. 현재 성 부의장은 서대문구갑의 최종경선후보 3인에 올랐다가 2차가해 논란으로 현재 경선에서 배제됐다. 

한편 지난 7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비서로 충남 홍성·예산 지역구에 출마한 어청식 무소속 예비후보는 양승조 민주당 예비후보와 단일화했다. 어 예비후보는 김지은씨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는 근거 없는 낭설로 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기에, 어씨의 비방 글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