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너무나도 유명한 소설이다. 스페인 문학의 최고 고전이자. 근대 소설의 출발지점, 대중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상당히 고평가 받는 소설. 다만 이런 얘기는 여기서는 하지 않기로 하겠다. 어차피 현대 독자들에게 문학사적 의미가 뭐 그리 중요하겠나.
솔직히 소설의 완성도는 그다지 높다고 보기가 힘들다. 상세한 묘사가 쓸데없을 정도로 많기도 하고 중간 중간 다른 이야기로 새어나가서 몰입이 방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들을 감안하더라고 소설은 재미있다. 그냥 재미있다. 풍자고 뭐고를 다 떠나서 돈키호테의 가장 중요한 점은 재밌다는 점이다. 중간 중간 주인공 외 인물들의 사연이나 이야기가 몇 십 페이지 정도 나오는데 돈키호테가 없어도 재미있다. 마치 스페인 사람들의 썰 모음집 같은 느낌이다. 가장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소설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세르반테스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곳곳에 후대 소설들의 편린이 엿보이기도 한다. 소설의 마지막 즈음 교구 참사원과 본당 신부의 대화를 보면 이후 등장할 사실주의 기법이 떠오른다. 중간 중간 작가가 등장하여 소설의 존재성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은 포스트 모더니즘 소설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실제로 보르헤스는 이런 부분에서 자신의 소설들이 영향을 받았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유럽 소설들의 고향 같은 생각이 든다.
아직 전편만 읽은지라 뭐라 더 이야기하고 싶은 맘은 없다. 다만 분량도 분량이다 보니 아마 완결까지 보려면 상당히 걸릴듯하다.
갠적으로 후편이 더 인상깊었음 좀 씁쓰롸기도 하고
돈키호테는 어렸을 때 축약본으로 읽은것밖에 없는데 그때 읽기에도 재밌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