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제목력, 표지력 상당히 좋고 목차도


1장 문어

2장 대게

3장 상어

4장 개복치

5장 해파리

6장 고래


뭐 이런식으로 제대로 신선함. 근데 작품은?? 1~2장에서는 동시대성을 포함한 정치적 메세지가 그냥 소재 설정 정도겠지..하다가 점점 심해져서


그냥 구린내가 너무 심하게 나는 프로파간다, 심지어 뭐 고찰을 주는 것도 아니고 아주 편향된 주장만 심어주는, 전형적인


'나 꽤 취재했다, 나 이런 문장 생각했다'만 적어내는 데에 몰두한다.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동의하든 안하든 선택의 여지가 있는 생각이 아닌


'너 이거 모르면 쓰레기야. 미친놈이야. 난 이정도까지 봤어. 어때? 이걸 니가 알았어도 함께하지 않으면 불충이야. 나보다 더 넓게 보고 오류를 지적하는 것 또한 잘못됐어. '라는 메세지가 너무 강하다.


자신의 작품에 진심을 다해도 제대로 나올까 말까 한게 창작인데 그런 직업 윤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기이한, 실체 없는 분노가 보인다. 만들어낸 목표가 지나치게


명확하고 점지하고 있어서 진짜 소수자나 약자, 인류와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자의식 과잉에 따른 '입장'의 장식물처럼 보인다.




나는 소재와 도입부에 매력을 느껴 4장까지 최대한 너그럽게 그럴 수 있지, 이런 생각이 있구나..하며 읽었는 데 작가가 독자 대가리 위에 눌러앉아 가르치려는 자세가 너무 노골적이라 결국 반감이 생겼다. 투쟁 투쟁 하는데 대체 뭐에 대한 투쟁인지 잘 모르겠다. 4장까지 최대한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이후 억지 주입에 멀미가 났다. 진짜 밑바닥을 모르면서 그 정서의 끝 털 한가닥 잠깐 만져보고 그걸 가르치려 드는 것이 참 이상하다. 나도 물론 다 모르지만 그렇기에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아는 척 하는 것이 실례라는 것도 살면서 실감한다. 근데 이건 뭔데 정답을 아주 좁게 뻗쳐놓고 거기서 빗나가는 모든 것을 바보로 만드는 것일까.



이 작가는 최대시속 20키로짜리 교통약자용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달리는 할머니가, 같은 직선주로를 달리며 도망가는 사람에게 무언가 던지는데 그것을 맞고 거의 기절하는 인간을 그려놨다. 이것은 아주 작은 한 부분이다.

이게 말도 안되는 일인 것을 알까? 교통 약자용 휠체어를 탄 노인이 최대시속으로 달리며 그 방향으로 뭔가 던지는게 아주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까.. 교통 약자를 이야기하면서 다른 약자도 다 아는 것 처럼 하지만


그런 휠체어도 제공받기 힘들고 지하철도 없으면서 하루에 버스가 2대만 오는 지방의 삶을 알까. 교통 약자와 반 불구가 나다니는 작은 지방 도시, 산복도로에 꾸역꾸역 겹쳐 살아가는 어린이와 10대들, 그런 어르신들에게 뒷통수 맞는 아이들이 아직 있다는 것을 알까. 그런 아이들이 좀 자라서 다시 그 어른들의 은신처를 불태우는 그런 것을 알까. 대문 하나에 4개 방이 들어선 집에, 화장실은 변기 딱 하나 다같이 쓰는 데 각 방의 문을 열면 신발장이 아니라 주방을 겸한 욕실이 나오는 그런 생활을 알까. 보증금 50에 월세 17만원인 집에 사는 부녀를 제대로 상상할 수 있을까. 찬물 나오는 수도꼭지가 그 주방을 겸한 욕실에 복숭아뼈 언저리 달려있는 데 열심히 사는 인생을 알까. 겨울에는 가끔 동네목욕탕을 가야 따뜻한 물을 맞는다는 삶이 아직 꽤 있다는 것을 알까.


약자를 이야기한다며 각광받은 책이 200페이지 언저리에 하드커버로 18000원 가까이 하는 것을 상상도 못하는 그런 삶을 알까.


물론 모두가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자랑처럼 하는 작가는 알아야한다. 알면 그렇게 자랑스럽게 쓸 수가 없다. 다 안다고, 자신이 주장하는 방식을 모른다면 잘못됐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작가가 장르적으로 제대로 썼다고 하면 사 읽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제대로 속았다. 물론 좀 읽다가 구매한 책이지만, 그래도 다 읽어보니 괘씸하다.


그냥 문학에 대한 진심정도만 보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