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 중에는 문장을 아름답게 쓰는 사람이 있고,
현학적으로 길고 복잡하게 쓰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있으며,
짧은 단문으로 굵고 힘있게 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중 짧은 단문으로 유명한 작가라면 독일의 에리히 레마르크, 미국의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있고,
한국의 소설가로는 황순원이 짧은 단문을 선호하고 강조하였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힙니다.
짧은 단문은 쓰는 작가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대개 "기자 생활"을 했다는 것입니다.
독자들에게 정확한 내용을 빨리 전달하기 위해서는, 짧은 단문을 명료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특히 기자들은 독자가 글 내용을 혹여나 잘못 파악하거나 오해하는 일이 없도록 쓰려고 매일 노력합니다.
잭 런던 역시 힘있는 단문으로 명성을 얻은 작가이고,
젊은 시절 신문사 통신원 노릇을 하면서 기사를 쓰면서 글쓰기를 연마했습니다.
잭 런던이 자신의 최초의 베스트셀러 <황야의 부름>을 써서 처음 발표하던 시절,
르포타주 <밑바닥 사람들>을 썼고, 러일전쟁 종군기자로 일본군을 따라 와서 <조선사람 엿보기>를 썼습니다.
잭 런던의 문장은 평생 소설 속의 문장이라기보다 그냥 신문기사라고 해도 믿을 수 있는 정도였고,
지극히 감상적인 장면에서도 지극히 절제되고 냉정한 기사 투의 어조로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잭 런던의 글은 굉장한 설득력을 갖고 있고, 흡인력이 대단합니다.
"천하 제일의 힘있고 매력적인 단문"이라면, 저는 레마르크, 헤밍웨이, 황순원을 제치고 잭 런던을 꼽을 겁니다.
<황야의 부름>과 <늑대개 - 교감의 시대(화이트 팽)>은 잭 런던의 작가생활 초기 동물소설의 대표작입니다.
잭 런던의 작품들은 작가 생전이나 지금이나 비평가들이 좋아하지 않고 지금도 비웃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
대중물이라는 이유로 또는 통속적이라는 이유로 비평가들의 외면을 받던 말던 하여간에,
잭 런던의 책을 한 번 잡은 독자는 대개 그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는 흡인력을 갖고 있고,
작품 속에서 잭 런던이 하고 싶었던 말 - 주제에 책을 읽는 독자가 완전히 공감하게 된다는 것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황야의 부름>은 이런 성향이 가장 강하게 들어난 작품이며, 알래스카 썰매개로 납치되어 온 개를 주인공으로 삼고,
철저하게 개의 입장과 시각에서 험한 자연에 적응하여 결국 사람을 떠나 늑대들의 리더가 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줄거리도 단순하고 길이가 그렇게 긴 작품이 아니지만, 읽고 나면 다른 어떤 작가의 책보다도 여운이 길게 남죠.
<늑대 개>는 <황야의 부름>과는 반대로 본래 늑대였던 화이트 팽이 인간과 살게 되면서 처음에는 거친 투견이 되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교감하게 되면서 그 사람을 떠나지 않고 곁에 있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두 작품 모두 알래스카의 대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개들의 모습을 굵직한 단문으로 힘있게 쓰고 있죠.
특히 <황야의 부름>은 저는 개인적으로 "세계 제일의 동물소설"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잭 런던의 <강철 군화>와 <마틴 에덴>은 흔히 운동권 사람들 - 좌파 사람들이 좋아하는 좌파 문학의 고전입니다.
<강철 군화>는 미래 세계에서 과거 기록을 보다가 무자비한 노동자 탄압이 벌어진 내용을 찾게되는 데,
이런 설정 때문에 SF 독자들은 <강철 군화>가 SF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 그보다는 노동 문학이라는 게 더 맞겠죠.
<마틴 에덴>은 밑바닥 인생을 살던 주인공이 상류 사회를 선망하고 좋아하는 여자 앞에 당당히 서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뛰어난 글재주를 바탕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실제로 상류 사회 사람들과 어울리는 위치에 오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주인공은 차츰 괴리감을 느끼다가 그저 속물들이 득실거리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런 세계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마틴 에덴>은 잭 런던의 자전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잭 런던은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고 떠돌이로 떠돌다가 베스트셀러를 쓰면서 갑자기 유명세를 타게 되고,
이후에는 자신의 부와 명예를 보고 접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피곤한 인생을 살아가게 되었더든요.
잭 런던이 떠돌이 생활을 하던 어린시절 - 젊은 시절의 모습은 <길>에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길>은 조지 오웰의 <파리 런던 방랑기>와 더불어 부랑자 생활을 직접 겪었던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쓴
"부랑자 소설"의 최고봉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악한 소설과는 조금 다른 케이스라 할 수 있죠.
<길>에서는 특히 공짜로 기차를 타기 위해 여러 기차 위를 뛰어다니며 경찰을 따돌리는 장면이 재미있는데,
아기자기하면서도 긴장감이 넘치고 다이나믹한 힘이 충만한 단문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습니다.
<버닝 데이라이트>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 반감을 표한 작품인 <강철 군화>나 <마티 에덴>과 비슷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을 내세워 "실패는 없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노력하는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게 다릅니다.
경영자인 주인공을 통해 성공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고 미친듯이 일에 매진하는 사나이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경영 소설이자 자본을 소유한 부르조아 계급에 대해 쓰면서 매우 비호의적으로 까대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바다 늑대>는 무대가 바다일 뿐, 역시 카리스마넘치는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거의 유사하죠.
어떤 면에서 <바다 늑대>는 <황야의 부름>, <늑대 개>와 같이 대자연 그 자체가 아무리 혹독하더라도,
그 대자연과 싸워야 하는 사람의 각오와 카리스마를 생동감있게 그리고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포 아담>과 <별 방랑자>는 SF 또는 팬터지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테마는 분명 SF의 서브장르로 인식되는 "선사시대 소설", "시간여행 소설"에 속하는데,
전개하는 방식은 SF라기보다는 팬터지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거든요.
<비포 아담>은 현대인이 과거 선사시대의 사람의 눈으로 그 시절을 관찰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선사시대의 삶을 리얼하게 상상하여 묘사하는 데 주력한 작품이고, 정말로 재미있게 쓰여 있죠.
<별 방랑자>는 죄수로 잡혀 고문을 당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고통스러운 구속복을 입게되면서
의식을 잃고서 수 많은 전생을 살게 되는 이야기인데... 유니크한 것은 조선시대도 다루어 집니다.
무려 연산군 시대에 정몽주가 살아있고, 주인공은 엄씨 성의 공주와 맺어진다는 식이어서,
조선의 역사적 배경이나 생활 모습은 뒤죽박죽입니다 - 한국 사람이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내용이 꽤 있죠.
게다가 한국 사람이 아주 싫어할 수 있는 꽤 어이없어보이는 문장이 하나 떡 하니 나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김은 조센에서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백인 같았다는 것이다" 이런 게 있습니다.
토종 한국 사람이 보면 아주 화를 낼 수 밖에 없는 글귀입니다 - 일종의 망언에 가까운 문장이 아닐 수 없죠.
하지만 <별 방랑자>는 잭 런던의 마지막 작품으로 일제시대 초기의 1916년에 나온 책이고,
당시 미국 땅에서는 조선 시절에 대한 제대로 된 자료를 사실상 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잭 런던이 역대 한국의 왕과 유명한 신하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작품 속에 등장시켰다는 사실은...
구한 말 조선에 직접 방문하여 르포를 썼던 잭 런던이 말년까지 꾸준히 한국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불 지피기>는 천하 제일의 단문의 힘이 제대로 느껴지는 단편입니다.
잭 런던이 본래 단편에도 뛰어났지만, 그 중 특히 <불 지피기>는 특히 더 뛰어나죠,
알래스카에서 손이 젖어서 불을 지필 수 없게 된 사람이 결국 얼어죽게되는 내용을 다루는데,
저는 이 작품을 이문열이 엮은 앤솔러지 [이문열 세계문학산책 2 - 죽음의 미학]에서 처음 읽었습니다.
그 앤솔러지 자체가 본래 죽음을 다룬 세계적인 작품들을 모아놓은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책에 <우국>도 있었고 <나라야마 부시고>도 있었고 <이반 일리이치의 죽음>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잭 런던의 뛰어난 묘사력과 힘 있는 단문이 빛을 발하는 <불 지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후로도 그 작품을 오랫 동안 잊지 못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잭 런던 단편집이 나오면서 표제작이 되더군요.
잭 런던은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본래 잭 런던은 성장하던 시절에는 학업을 하지 못했고, 경찰을 보면 도망부터 가는 부랑자였습니다.
그러한 부랑자 출신으로 뒤늦게 학업에 손을 대어 글을 배우고, 더 나아가 작가가 되어 명성을 얻었습니다.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후로는 막대한 돈을 벌었습니다 - 자본주의를 비난하는 책으로 돈을 벌었죠.
그리고 성공이 주는 과실은 달콤했습니다. 잭 런던은 돈도 명성도 모두 사랑했고, 충분히 누리고자 했죠.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자신의 삶이 자기 글을 배반하는 것으로 느끼면서 괴로와했고...
자신의 모순에 찬 삶의 아이러니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사족]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마지막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중에...
주인공의 유년 시절을 다루는 장면에서, 화장실에서 일 보고 밑을 닦을 때 쓰라고 책이 놓여 있는데,
그 책이 바로 <마틴 에덴>입니다 - 한 페이지씩 찢어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오죠.
...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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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시삭제함
못본갤러들도있을까봐 공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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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글 퍼오지 말고 니가 좋아하는 파워 단문러 작가 누구냐고
저어는 아직 이작가저작가 분류하고 나름의 결론을내릴만한 그릇이 안되서 누굴 콕집어내기가 어렵내유.. - dc App
175.223은 통피라 밑에 불타는 이문열헤이러와 저는 다른사람임 - dc App
장강명도 기자였지. 문학적 수준을 떠나서 기자들이 흡입력은 확실히 가지는듯
장강명 읽으려는데 머부터 읽을까 - dc App
난 단편 하나밖에 안읽어서 추천못함. 인기있어서 아는정도
얼마전 독갤에서 누가 표백이 좋다고하던데 함 도전해봐
장강명 표백이 유명하지 않나?
와 추천글 감사 이글 쓰신분 혹시 로쟈같은 그런분이려나
도서갤에 gksrud 검색하시면 더 많은글을볼수있음.. 최근 여러 문제때문에 골아프신분이시지만 다시 나타나셨음함.. - dc App
가끔씩 유동중에 그분 말투 비슷한 사람 있던데
구체적으로 어떤문제임 ? 궁금
김훈도 기자출신아닌가? 아님말고. 오웰도 기자생활좀 해본거로 알고있는데.
확실히 기자출신작가들이 글을 깔끔하고 전달력있게끔 써내려가더라
문장력을 논하려면 번역서 읽은 걸로는 좀 어렵지 않을까..
야성의 부름 읽어봤는데.. 반쯤 읽다가 접었음.. 소설 자체가 너무 통속적이라 문장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음. 대중 소설에서 문체니 플롯이니.. 하기에는 좀 모순적이라고 생각함
왜요? 굳이 순문학과 통속문학을 나누어야하는가
gksrud 님 복귀기원 - dc App